추억이 담긴 사진들은 내 취향이 되고, PicTailor Service
'데이터 분석', '맞춤형'이라는 단어에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시대는 지났다. 내가 보고 있는 웹 홈페이지의 광고들도 나를 추적해서 제공되는 맞춤형 광고라는데, 얼마나 그 외에 얼마나 더 많은 기업들이 나를 노리고 있을 것인가. 소규모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도 모자라, 사람이 파악할 수 없는 정도의 어마어마한 '빅' 데이터를 읽어들이고 분석한다는 시대이다. 이미 내가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누군가는 수집하고, 분석하고, 내 취향을 저격할만하다고 '판단된' 제품과 서비스들이 구애를 펼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필자의 주 업무 중 하나는 온라인 상에 업로드된 신제품 상세 스펙과 소비자 리뷰를 주로 살펴보는 일이다. 불과 2~3년전만 해도 쉽게 해결할 수 있었던 업무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외관평을 상세하게 서술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 자리를 다량의 이미지 파일이 대체하기 시작했다. 제품에 대한 구구절절한 리뷰는 영상 속 '말'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웹에 업로드되는 제품 상세 스펙 역시 어느 새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로 서술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글'로 통하지 않는다. 다만 이미지와 영상으로 통할 뿐이다. 이러다보니 '텍스트'에 한정되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전통적인 방식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시대 흐름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잠시 충격을 받았다. 기술들의 복합적인 발전으로 우리는 이미 이미지와 영상의 중심의 세계에 살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다르게 개개인들은 매일 기업보다도 더 방대한 양의 컨텐츠를 쏟아 낸다. 이미지, 영상 업로드가 일상적인 소셜 네트워크가 주민등록증을 대신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이렇기에 이미 데이터 분석의 다음 세대를 위해 분석 엔진에 이미지, 영상을 인지시키고 분석 단위에 포함시키는 기술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매일 수도 없이 쏟아져나오는 이미지 빅데이터, 더 나아가서는 영상 빅데이터 분석이 보편화 된다면 어떤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PicTailor Service
개인의 다양한 사진 데이터 내에서 취향, 분위기 등의 정보를 읽어내어
개인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
맞춤형 제품 중 하나로 대중적인 제품 중 하나는 ‘향수’ 이다. 구매자 자신 혹은 선물하고자 하는 사람과의 상담을 통해, 조향사는 취향에 어울리는 향을 디자인하고 제조한다. 누군가를 위한 맞춤형 향을 디자인하는 과정은 조향사와 고객과의 감정적인 교감 등으로 표현되곤 한다. 그만큼 고객을 알기 위한 소통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고객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하는 영역의 취향이 있지는 않을까? 고객의 일상 생활에서 고객이 미처 눈치 채지 못한 Unmet Needs를 읽어낼 수 있다면. 기업에게는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 될 것이다. 지금 소개하려는 'Instance'라는 이름의 향수는, 일상 속 고객의 취향을 읽어내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이다.
Instance는 학생들의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아이디어이다. '고객에게 어떤 향을 제공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개인 맞춤형 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에서 출발하여 프로젝트 이름에서도 짐작해 볼 수 있듯이 이들은 인스타그램 피드를 이용한 조향 방식을 아이디어로 제안했다.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소셜 미디어 서비스 인스타그램에는 개개인들의 일상과 추억이 담긴 컨텐츠들이 사진과 영상의 형태로 업로드된다. Instance 프로젝트는 바로 피드에 업로드되어 있는 이 사진들에 주목했다. 이들은 개인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분석하여 개인의 경험, 여행의 추억, 선호하는 컬러와 스타일을 분석해 개인만의 특별한 향을 조향하고, 패키지에 색을 입힌다는 제품 컨셉을 디자인했다. 개개인이 남기는 사진과 영상 형태의 디지털 피드가 조향사와의 상담을 대신하는 것이다.
아직 제품 컨셉 아이디어에 불과한 단계이지만 이들이 제안한 ‘이미지 분석’을 통한 개인의 일상, 취향을 분석한다는 개념이 상업화될 경우, 비즈니스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든 자신의 마음 속에 ‘내 인생의 BGM’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슬플 때나 기쁠 때, 그 분위기를 대변하는 혹은 내 마음을 대변하는 음악. 나를 드라마 속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내 인생의 BGM’ 말이다. 때에 따라선 ‘이런 감정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었으면…’ 이라는 생각도 가끔씩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예를 들면 여행을 가서 가슴 벅찬 풍경을 만났을 때 “이 풍경과 나에게 어울리는 음악이 있었으면!” 이란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지? 미국의 크루즈 기업 Royal Caribbean에서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되고픈 사람들을 위해 개인 맞춤형 BGM을 제공하는 음악 서비스 Sound Seeker를 개발하여 런칭했다.
Sound Seeker는 Royal Caribbean에서 1년을 투자하여 개발한 AI 음악 추천 서비스이다. 서비스 사용자들을 위해 1년간 Sound Seeker만의 음악을 작곡하여 인벤토리를 구축하였으며, 적절한 상황에 음악을 추천해줄 수 있는 AI도 동시에 개발했다. 다만 이용자들이 미리 선정한 취향 혹은 이용자의 청취 기록을 분석하여 음악 추천을 진행하는 일반 음악 서비스의 AI들과는 다르게 Sound Seeker의 AI는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음악을 추천해준다. 바로 ‘사진’을 이용한 음악 추천 방식이다. 서비스 사용자들은 Sound Seeker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의 사진 3장을 업로드하기만 하면 된다. 그 이후는 Sound seeker의 AI가 모든 프로세스를 대신한다. 사진의 색깔, 배경, 사진에 등장한 사람의 얼굴 표정, 바디 랭귀지에서 들어 나는 감정 등을 분석하여, 보유하고 있는 음악 인벤토리 내에서 사진과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준다.
한 때 신원 검증의 한 요소로 소셜 미디어를 필수로 포함해야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소셜 미디어는 이제 온라인상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누적된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들은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의 취향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를 개인화 서비스와 상품 개발의 영역에 포함시킨다면 분명 멋진 결과물을 기대해볼 수 있다. 기존까지 소셜 미디어를 분석하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영역이 주로 텍스트에 한정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텍스트보다 인식과 판단에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되어야하는 이미지와 영상 영역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개인이 미처 인식하지 못해 텍스트로 표현하지 못하는 범위를 이미지와 영상이 표현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텍스트 외의 컨텐츠도 분석 범위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텍스트를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까지의 서비스 수준에서도 개인화 서비스와 상품 수준에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기대 수준은 매우 높다. 보편적으로 온라인 상에서 일어나는 개인화 서비스, 제품 제안의 알고리즘은 개인이 탐색하고 구매한 내용을 바탕을 분석하여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결과물은 정말 현실적이고 즉시 적합한 내용을 전달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 이미지와 영상만을 이용하여 개인화를 이뤄가게 된다면 예측할 수 없는 불편함을 가져올 수 있다. 예를들어 책을 읽는 사진을 많이 업로드한 개인을 분석할 때, '독서할 때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음악을 좋아할 수 있다' 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개인이 EDM 음악을 좋아해 독서할 때도 비슷한 유형의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잘못된 서비스를 제공한 셈이 된다. 이렇듯 영상이나 이미지 역시 '보편적인 생각'이라는 '편견'으로 개인은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텍스트와 그 외 현재 사용되는 정보들과 이미지, 영상과의 관계는 대체 관계가 아닌, 서로 보완되어야하는 관계로 풀어야 할 것이다.
인식 기술의 발전도 발전이지만 개인 정보 역시 해결해야 할 요소 중 하나이다. 공개적으로 노출된 개인 소셜 미디어 계정일지라도, 해당 계정을 소유한 사람에게 제공될 서비스나 제품이라 하더라도 컨텐츠 소유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이미지와 영상 컨텐츠 분석을 통해 판매되는 개인 서비스와 제품은 '맞춤형' 영역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글자의 감성을 사랑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텍스트보다는 이미지와 영상 컨텐츠가 일상화 되어가고 있는 세상이다. 나의 하루 일상과 추억들이 모여 내 취향이 될 수 있다니, 로맨틱하지 않은가? 단편적인 일상에서는 몰랐던 나의 모습들이 모여 내가 몰랐던 형태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앞서 소개한 향수와 음악 말고도, 다양한 영역에서 전개될 PicTailor Service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