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지 않고, 사용자가 편한 스마트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합니다
스마트폰, 스마트 TV, 스마트청소기 등 우리의 생활에 스마트하지 않은 제품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매년 발표되는 신기술은 기존의 제품을 모두 스마트로 바꿔 나갈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모든 전자제품에 스마트 기능을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매일경제, 삼성전자, 2020년까지 모든 가전 스마트기능 탑재)
일반적으로 스마트 기능은 전자기기와 결합된다. 수동으로 조작했던 것에 스마트가 입혀지면서 조작 자체가 간소화되었고, 사용자의 패턴을 분석하여 일부 기능은 자동으로 처리 되기도 한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 새로운 스마트 기능이 등장할 때마다 그것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전자 제품은 생활 용품이기 때문에 사용하면서 배워도 문제없지만, 이럴 경우 우리가 알 수 있는 기능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일부에 한정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일반적인 기기보다 더 비싸게 판매되는 스마트 기기의 모든 기능을 사용하려면, 제품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쓰려면 공부를 해야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디지털과 엮여야 스마트한 것일까? 그저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면 스마트한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2017년 출시된 PUMA의 스포츠 브라는 스마트 섬유를 사용한 제품으로 우리에게 스마트 기능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야 하는지 제시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제품은 스마트 섬유를 사용하여 인체의 움직임에 섬유가 자동으로 반응하고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제작되었다. 사용자는 그저 하던 운동을 하고, 모든 것은 스포츠 브라가 해결한다. 그 흔한 디지털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사용되지 않았지만, 운동하는데 필요한 기능을 스마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스마트'는 별다른 사용의 어려움 없이, 우리가 늘 하던 행동을 하는 와중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포츠라는 특수한 상황 외에 우리의 일상에서도 새로이 등장한 스마트 섬유는 스마트한 방식으로 삶의 풍경을 바꿔 놓으려 하고 있다.
유례없는 겨울철 미세먼지에 집을 나서기 전 미세먼지 레벨을 확인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쇼핑몰에서는 공기청정기와 마스크가 연일 매진이다. 미세먼지로 인해 환기를 할 수 없게 되자 실내 공기는 공기청정기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우리는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데, 이는 전기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생산을 위해 대기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만약 전기도 필요 없고 공기 정화를 위해 식물을 키우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면서도 별다른 공간이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컨트롤이나 입력이 필요하지 않는 것이라면 우리는 스마트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Ikea가 새롭게 만든 커튼은 스마트 커튼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커튼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는 이 제품은 커튼 섬유에 광촉매 미네랄을 코팅하여 오염된 공기를 차단하고 깨끗한 공기를 배출하도록 제작되었다. 커튼의 기본 기능을 생각해보자. 과도한 빛을 조절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와 동시에 외부에서 내부를 향한 시야 또한 조절해준다. 물론 실내 인테리어 효과는 덤이다. 이제는 여기에 공기까지 깨끗하게 해주는 기능이 업그레이드되었다. 우리는 커튼에 별다른 명령을 할 필요가 없다. 모바일 앱을 다운로드하고 공기청정기능을 실행하거나, 주기적으로 필터를 교환할 필요도 없다. 그저 늘 하던 것처럼, 커튼을 열고 닫으면 된다.
몸에 걸치는 섬유와 옷은 그 본연의 기능보다 외적인 가치가 더해지면서 패션이라는 산업을 형성하게 되었지만, 본연의 기능은 외부로부터 우리의 몸을 보호하는데 있다. 동물과 비교할 때 스스로 체온을 유지하는 신체 기능이 거의 없는 인간은 옷으로 체온을 조절한다. 체온이 상승하여 덥다고 느낀다면 옷을 벗고 그 반대라면 옷을 다시 입는다. 이는 고대부터 변하지 않은 우리의 행동양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 시대에 적어도 옷과 관련된 이 행동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디지털 기능이 추가된 특수 수트가 있다면 해결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우리가 매일 같이 입고, 세탁하는 옷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University of Maryland에서는 의복의 모양 변화 없이 체온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스마트 섬유를 개발했다. 체온 조절 섬유라고 이름붙여진 이 섬유는 사람의 몸에서 체온에 따라 방출되는 적외선을 감지하여 온도를 조절한다. 더 이상 우리의 체온을 조절하는데 있어서 옷을 벗거나, 입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이 섬유의 놀라운 점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삽입된 것이 아니라는 것과 착용자가 온도의 변화를 느끼기 전에 체온 조절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 체온의 변화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온도를 계속해서 유지해준다. 이 섬유가 제일 먼저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영역은 스포츠 의류이겠지만 얼마든지 일반 속옷이나 티셔츠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여름과 겨울처럼 기온의 특색이 뚜렷한 계절이 아니라면, 스마트 섬유의 도움으로 우리의 체온은 늘 쾌적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스마트 섬유의 가장 큰 강점은 섬유가 사용되는 어디에나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스마트로 무장한 상품과 비교하면 스마트 섬유는 단순하고 간단해 보인다. 이는 바꿔 말하면 단순하기 때문에 어디든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커튼으로 시작했지만 IKEA는 쇼파, 쿠션, 러그 등을 갖추어 나가며 깨끗한 공기 컨셉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섬유가 사용되는 제품과 깨끗한 공기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체온을 조절하는 섬유는 체온 변화에 민감한 신생아, 유아의 의복이나 속옷 등에 먼저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신생아의 의복 시장이 커지는 것을 볼 때, 체온 조절 섬유의 등장은 올가닉 섬유 제품과 더불어 신생아의 건강 측면에서 또 다른 트렌드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된다. 거동이 불편한 사용자의 옷이나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방석의 형태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섬유가 체온을 알아서 조절해준다는 것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나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한 섬유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은 간단하다. 스마트는 사용자에게 학습을 요구하지 않으며, 그 기능이 단순할 지라도, 스스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커튼과 스마트 커튼의 사용법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별다른 학습을 할 필요가 없다. 체온 조절이나 공기 청정이라는 효과를 얻기 위해 기계의 힘과 전기 에너지, 사용법을 숙지해야했던 기존의 방식과 비교해보면 스마트 섬유는 사용자에게 있어 훨씬 더 편리할 것이다. 물론 새로운 기술에 대한 학습이 나쁜 것은 아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은 당연히 배워야 하고, 그에 따른 노력이 들어가는 것도 필연적이다. 다만 스마트함을 내세워 발생하는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점과 이로 인해 사용자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복잡한 스마트 기능보다 단순한 기능을 보여주더라도 자연스럽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능을 더 스마트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디지털과 기술의 영향을 덜 받은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섬유가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처럼 다른 영역에서도 이와 같은 스마트가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