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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윤 Jan 17. 2023

불황이 오면 공포영화 관객수가 줄어든다?

- 금전적 제약이 소비자 심리에 미치는 영향

불황의 신호가 여기저기에서 켜지고 있다. 

2023년은 개인 및 가계에게도, 실적을 내야 하는 기업에게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안좋아지면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인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쉽다. 첫째로 물가가 오르면 실제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물건이 줄어든다. 둘째로 금리가 오르면 대출 이자를 갚는 데에만 월급이 훅 빠져나간다. 또한 할부로 구매해야 하는 내구재 같은 품목을 소비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학적인 설명 외에, 불황이 오면 소비자의 심리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까?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도 먹고 살기 위해 어느 정도의 소비생활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돈을 쓰더라도 어떤 품목을 줄이는지, 혹은 같은 품목을 쓰더라도 구매할 때 전략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등 구체적인 심리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다. 


불황이라는 거시적 환경의 변화와 그 때 그 때 변화하는 개인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연결 짓는 것은 어렵다. (학술적으로는 분석 수준이 맞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대신, 불황을 ‘금전적 제약’, ‘금전적 자원이 부족한 상태’ 정도로 변환하여 연구에 적용해볼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한 상태가 소비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굉장히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Yang & Zhang(2022)은 돈이 부족하다 느낄 때 공포영화에 대한 선호가 줄어든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전 세계 82개국의 박스오피스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보면 로맨스나 다규멘터리 장르와는 달리, 호러 장르는 해당 국가의 GDP 수준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실험참여자를 모아놓고, ‘자원이 풍족한 상태’ 또는 ‘자원이 부족한 상태’를 떠올리도록 한 뒤 상품/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하면 (??)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참여자들이 공포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사실 공포영화를 보거나, 귀신의 집 같은 어트랙션을 즐기는 것은 독특한 소비 현상이다. 굳이 시간과 돈을 써서 두려움 등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상황에 자신을 몰아넣는 것이다. 이를 학술적으로는 ‘반쾌락적 (anti-hedonic) 소비’라 부르는데, 반쾌락적 소비가 즐거움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자신이 ‘안전하다’라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공포영화는 그저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사실, 귀신의 집 어트랙션에서는 바깥으로 나오면 된다는 사실을 안다. 때문에 아무리 무서워도 그 위협이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미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내가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안전감 위에서 우리는 오싹한 기분을 짜릿함으로 승화할 수 있는 것이다. 


금전적으로 쪼들리는 상태는 우리의 심리를 위축시킨다. 언제 직장에서 짤릴지 모른다거나, 일감이 줄어들지 모르는 상태도 우리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기 삶에 대한 통제감각을 잃고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이는 공포영화를 마음 편히 즐기기 어려운 상태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뒤집어 보면, 왜 불황에는 복고가 뜬다고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복고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며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불황으로 인해 불안해진 마음을 안정 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를 활용한다면, 경제적 환경이 좋지 않을 때 소비자의 마음을 위로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 될 것이라 생각해볼 수 있다. 


자, 그렇다면 개인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같은 소비를 하더라도 어떻게 해야 더 만족을 높이고 행복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다음 시간에는 이에 대해 다루어보자. 




참고문헌

Yang, H., & Zhang, K. (2022). How Resource Scarcity Influences the Preference for Counterhedonic Consump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48(5), 90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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