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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윤 Feb 06. 2023

1등만 살아남는다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한 곳으로 쏠리는 현상

‘네카라쿠배당토직야’



주문을 외는 것 같은 이 문구는 무슨 뜻일까. 진짜 주문으로 사용 되는 말은 아니지만 실제로 취준생들의 염원과 관련있는 말이긴 하다. 이 문구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IT 기업이자 구직자들이 무척 선호하는 직장의 앞글자를 딴 약자이다. 처음에는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에서 ‘네카라쿠배당토’로 당근마켓과 토스가 추가됐고 최근에는 직방과 야놀자가 추가돼 ‘네카라쿠배당토직야’가 됐다.



위 기업들은 어떻게 불과 몇 년 사이에 이토록 존재감이 커진 것일까. 단순히 전도유망한 IT 산업군에 속해 있기 때문이라는 답은 충분하지 않은 듯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이다. 즉, 소비자와 소비자 혹은 생산자와 소비자 등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들을 연결하는 일을 한다. ‘플랫폼 경제’라 불릴 만큼 현재 시장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는 것은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단극화’ 트렌드와 관련이 깊다.



단극화는 이전 글에서부터 다루고 있는 ‘평균실종’ 트렌드의 여러 양상 중 마지막 유형이다. 단극화는 단 하나의 극으로 사람들이 쏠리는 것을 의미한다. 각자만의 답이 중요한 취향의 영역에서는 N극화가 나타나고 양자택일의 확실한 가치가 중요한 영역에서는 양극화가 나타난다면 선택지 간에 우열이 존재하는 영역에서는 단극화가 심화된다.






대표적인 것이 앞서 말한 플랫폼 서비스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 기간 배달 시장이 크게 성장한 와중에 소비자 90% 이상이 배달앱 3사를 선택했다. 그중에서도 1위 사업자의 비중은 공고하다. 지디넷코리아가 오픈서베이와 함께 2022년도에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20~50대 응답자들이 ‘최근 6개월 이내에 가장 많이 이용한 배달앱 서비스’로 고른 1, 2순위를 합산한 결과 ‘배달의민족’이 78.7%로 2위와 큰 격차를 보였다. 2위는 ‘요기요’(47.4%), 3위 ‘쿠팡이츠’(24.3%), 그 외 ‘지방자치단체 공공배달웹·앱’(3.5%), ‘카카오주문하기’(3.4%) 등의 순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배달의 민족을 이용하는 이유는 UI와 같은 서비스 자체 특성 때문만이 아니다. 더 많은 음식점이 입점해 있어 선택의 폭이 넓고, 이용자가 많은 만큼 참고할 리뷰도 많기 때문이다. 판매자의 입장에서도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판매기회가 더 많아지는 큰 플랫폼을 선호할 것이다. 다시 말해, 
플랫폼이 가진 네트워크의 힘이 이용자를 모으는 데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이때 네트워크에는 '네트워크 효과'라는 것이 작용한다. 네트워크가 가진 영향력이 연결된 사람의 수에 비례하여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사람들이 한 곳에 쏠리는 현상, 단극화가 심화되는 이유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모으는 것, 즉 트래픽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최근 플랫폼 서비스 사이에서 ‘슈퍼앱 전략’이 화두다. 슈퍼앱이란 하나의 앱에서 온갖 서비스를 제공하여 다른 앱이 필요치 않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말한다.


예를 들어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핵심 특성인 ‘지역성’을 중심으로 앱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개인 간 중고 물품을 중개하는 것을 넘어서, 이웃 간 모임을 주선하거나 구인구직 매칭을 돕기도 하고 동네 가게 사장님들이 광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신선식품 배송으로 유명해진 ‘마켓컬리’의 경우 주 고객층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여행·여가 분야에 진출하면서 사명도 ‘컬리’로 변경했는데 주 고객층인 3040 여성들이 찾을 만한 생활 영역을 끌어안는 전략이다.


간편 송금 서비스로 시작된 ‘토스’ 역시 금융 생활과 관련된 슈퍼앱으로 성장 중이다. 업종 측면에서 인터넷 전문 은행, 증권업으로 확대한 것은 물론, 소비자들이 돈과 관련하여 필요로 할 만한 정보들을 연계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챙기지 못한 각종 지원금(월동 난방비·근로장려금·육아휴직급여 등)과 복지서비스를 편리하게 확인하는 서비스, ‘부동산 청약 정보 조회’와 ‘중소벤처·소상공인 정책사업 조회’ 서비스도 시작했다.






단극화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하다. 유튜브가 전 세계를 지배하는 플랫폼이 되면서 TV를 무대로 삼던 연예인들이 유튜버로 전향하고 기업들은 광고모델로 유명 연예인이 아니라 타깃 집단에게 친숙한 인플루언서를 기용한다. 배달앱에서는 배달 속도가 중요해지면서 음식 메뉴 자체가 조리 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구성되고 있다.
 단극화된 소비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생활 양식을 바꿔 놓는 것이다.



플랫폼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용자의 편익이 커지기도 하지만 단극화에는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첫째로는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역으로 배제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한국 사회에서 메신저로 ‘카카오톡’을 깔지 않으면 사회생활에 불편함을 겪는다든가,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배달앱에서도 판매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것이 그렇다.

둘째로는 소비자들이 택할 수 있는 대안이 사라지고 지배적 사업자의 횡포에 취약해진다. 예를 들어 구글과 애플의 경우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인앱결제(앱마켓이 제공하는 앱에서 유료 콘텐츠를 결제하는 방식)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인상하려다가 전 세계적 반발에 부딪혔다. 대부분은 앱 거래가 이들을 통해 이뤄지다보니 판매자와 소비자에게는 사실상 거부권이 없었다.




점차 연결이 강해지는 사회에서 단극화는
 필연적이다. 어느 한 쪽이 더 강력한 인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과 지방 중소도시 사이에 새로운 고속도로가 놓여 연결이 강화된다고 해보자. 지방 중소도시가 균형적으로 발전하기 보다는 오히려 서울로 쏠림현상이 심화된다. 의료,교육,문화 등 여러 면에서 서울의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이론에서는 이를 '선호적 연결(preferential attachment)'이 작용한다고 부른다. 


단극화는 몇 가지 시사점을 가진다. 

먼저, 플랫폼 사업자들은 어떻게든 생태계를 먼저 점하기 위한 고군분투를 이어갈 것이다. 다만 무조건 서비스를 덧붙여 몸집을 키우는 것이 인력을 강화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연결을 강화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후발주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네크워크 효과를 누를 만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면 된다. 종합 점수로는 거대 공룡을 이기지 못할 수 있지만 아예 비교선상에 놓을 수 없는 독특한 유인을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을 이용하는 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네트워크를 영리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평범한 직장인이 억대 연봉의 유튜버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단극화 시대의 성공이란 평균의 시대에 존재했던 성공과는 그 규모도 구조도 이질적이다. 평균이 사라지는 사회에서 앞서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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