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정윤 Aug 07. 2024

공공기관은 재미없다?

공공기관의 변신

요즘 공공기관의 변신이 연일 화제다. 정확히는 공공기관에서 나오는 말과 영상, 행사, 굿즈 등 커뮤니케이션이 달라졌다. 대표주자는 ‘충주맨’으로 인기가 높아진 충주시 유튜브가 있다. 충주맨은 충북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 ‘충TV’를 운영하는 김선태 주무관을 이르는 말이다. 이제까지 공공기관 채널에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솔직하면서도 B급 감성의 재미를 보여주는 충TV는 현재 구독자가 76만 명을 넘겼다. 이는 서울시는 물론 도쿄와 타이베이의 공식 유튜브를 넘어서는 숫자라고 한다.

충주시만이 아니다. 과거 공공기관이라고 하면 딱딱한 서체와 경직된 문체, 가벼움이나 재미를 찾기 어려운 이미지였다. 가끔 친근한 이미지를 꾀하는 시도를 볼 수 있지만 어쩐지 전혀 트렌디하지 않은 어색함을 느꼈다면 지금의 공공기관은 재빠르게 트렌드를 따라잡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다. 최근 공공기관의 활약상과 어떻게 변화가 가능했을지 시사점을 살펴보자.



첫 번째는 ‘숏폼으로 재미있게’ 소통하는 공공기관이다. 얼마 전 유퀴즈라는 방송프로그램에도 출연해 더욱 유명해진 양산시 유튜브 채널은 숏폼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가장 유명해진 영상은 제목이 ‘Never trust anybody’인데 ‘취업시장으로 뛰어들기 무서워요!’ 하고 소리치는 젊은 직원에게 ‘나를 믿으라’며 큰소리친 팀장님이 젊은 직원을 배신하는 내용이다. 그리고는 영상 마지막에 ‘아무나 믿어서는 안 됩니다. 믿을 수 있는 취업정보는 양산시 워크넷’이라는 멘트로 마무리된다. 사실 해당 영상은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홍보하는 영상이었다. 불과 13초의 짧은 영상 안에 눈을 뗄 수 없는 반전 스토리와 명확하게 기억되는 메시지도 담은 것이 인상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ziARkOu53O4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숏폼 콘텐츠도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 도입한 신형 열차 ‘청룡’을 소개하는 영상에서는 마치 놀이공원의 ‘청룡열차’에 탑승한 것처럼 열차에 앉아 있는 여성의 머리가 이리저리 휘날리는 장면을 과장스럽게 연출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기관사가 청룡의 앞날을 응원하며 기차 내부에서 격렬하게 춤을 추는데 좌석을 절묘하게 비켜가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댓글에는 ‘이게 공식 영상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KTX청룡을 타면 이 기관사님 생각날 거 같다. 성공적인 홍보다’ 등 반전매력을 긍정적으로 보는 소비자들의 칭찬이 줄을 잇는다.


두 번째는 ‘유행하는 음악이나 밈을 활용해 센스 있게’ 소구하는 공공기관이다. 예를 들어 공군에서는 가수 비비의 ‘밤양갱’이라는 노래가 인기를 얻자 ‘밤’을 ‘Bomb’으로 만들어 ‘Bomb양갱’ 영상을 제작했다. 노래 가사에 맞춰 폭탄을 투하하는 장면을 넣었는데 조회수가 200만 회를 넘을 만큼 인기를 얻었다.

B급과는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KBS 교향악단 채널에서는 밈과 어색한 합성을 편집해 교향악의 고정관념을 깨는 재미를 선사했다. ‘태조왕건’의 궁예로 유명한 밈 ‘누가 기침 소리를 냈어’에 해당하는 장면을 베르디의 레퀴엠 곡에 맞춰 합성했는데 ‘누가 (공연 중에) 기침 소리를 냈어’란 대사로 패러디해 정명훈 지휘자의 공연 소식을 홍보한 것이다. 특히 ‘궁예 밈’을 사용한 이유가 재치 넘치는데, 영상 고정 댓글에 적힌 ‘KBS교향악단 후원회원에 가입하신 김영철(궁예 역) 배우님! 환영합니다’란 문구에서 드러난다. 수많은 밈 중에서도 김영철 배우가 출연한 장면을 사용한 것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었다.

https://youtu.be/Xw5uC5SHsz4?si=-5xy1ObV4sSnk6jO


다만 위와 같이 젊은 층의 입맛에 맞춘 커뮤니케이션만 집중하다 보면 최신 유행이나 밈을 모르는 사람을 역으로 소외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최근 들어 유행처럼 공공기관의 홍보 콘텐츠가 유사한 경향을 보이는 듯하지만 또 다른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광역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부산의 면모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고품질의 단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부산덕후멘터리’란 이름의 6~8분짜리 영상 시리즈인데 덕후와 관련된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담아낸다. 예를 들면 ‘자전거 덕후’ 편은 어떻게 부산의 자전거 코스가 만들어졌는지를, ‘버스 덕후’ 편은 부산 시내버스 노선을 꿰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이외에 ‘바다수영’ ‘금정산’ 등 신선한 소재를 통해 부산의 매력을 새롭게 발굴해낸다.


영상 콘텐츠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변화는 여러 곳에서 관찰된다. 흔히 지방자치단체에서 브랜딩을 위해 사용하는 로고나 캐릭터도 변화하고 있다. 용인시는 지명에서 이름을 딴 대표 캐릭터 ‘조아용’을 2016년 출시했다. 꾸준히 인기를 얻으면서 온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2년간 매출이 5억 원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김해시는 김해에서 출토된 오리 토기를 모티브로 ‘토더기’라는 오리 캐릭터를 선보였다. 경남에서 진행한 캐릭터 어워즈에서 대상에 선정할 만큼 디자인적으로 매력적인데 그 덕분에 팝업스토어에서 품절대란 사태가 발생해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을 3개로 한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상품 및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다면 공공기관 캐릭터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최근 공공기관은 어떻게 기존의 틀을 깰 수 있었을까? 한마디로 자유를 허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주도층이 2030 젊은 소비자 층으로 넘어가면서 각 기업에서는 SNS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역할 역시 2030 임직원에게 넘겼다. 1020 소비자를 주 타깃으로 하는 편의점 브랜드에서는 팀의 가장 젊은 구성원에게 SNS 운영을 일임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소통의 문화는 외부인이 학습으로 습득하기는 어렵고 실제로 그 문화 속에서 소통하며 체득한 사람이 진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충주맨 역시 자신이 각종 밈 등 온라인 문화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존의 탑-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으로는 변화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에 유의할 점도 분명히 있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해당하는 부분이지만, 최근 솔직함과 재미가 강조되면서 그것이 때로는 선정성이나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치관이 다양화되는 만큼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는 섬세함이 필요하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본 내용은 필자가 국방일보에서 연재하는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