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명품 커머스 전쟁
작년 한 해 가장 무섭게 성장한 곳 중 하나가 명품 커머스 플랫폼들입니다. 과거 명품은 오프라인에서 꼭 사야 하는 제품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고가의 제품이다 보니, 신뢰성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온라인몰들이 보증제를 도입하고 A/S를 책임지는 등 신뢰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지속하면서 이러한 장벽이 조금씩 깨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명품 커머스의 대표주자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입니다. 특히 어디 한 군데가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셋이 정말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우선 머스트잇은 이중 맏형으로, 작년 기준 거래액이 2,500억 원으로 가장 앞서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생 둘의 추격도 매서운데요. 우선 트렌비는 AI 기반의 차별화된 최저가 검색 기능을 무기로 하여 월 거래액 180억 원 수준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발란 또한 공급망 관리를 앞세워 월 거래액 100억 원을 돌파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이들은 심지어 방문자 수에서도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게 신기합니다. 보통은 누군가가 훌쩍 앞서 갈만 한데도 말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정말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발란은 샤넬 출신의 부대표를 영입하고, 트렌비는 베인 출신의 전략 담당 임원을 모셔오는 등 인재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고요. 여기에 더해 트렌비는 이제훈과 정려원, 발란은 봉태규와 변요한 등 연예인 모델들을 기용하고, TV 광고를 집행하는 등 마케팅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둘만 이긴다고, 온라인 명품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업계의 거물들이 판에 뛰어들 준비를 마친 상황이라, 경쟁은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것 같습니다. 현재 대형 플랫폼 중 가장 먼저 손을 뻗은 곳은 카카오입니다. 카카오 커머스는 선물하기 시장의 선두자리를 지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명품 카테고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다만 명품 커머스 업체들이 정말 두려워하는 상대들은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카카오의 라이벌 네이버입니다. 네이버는 현재 본격적인 명품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상황인데요. 특히 신세계라는 훌륭한 파트너를 가지고 있다는 게 무기입니다. 지난 4월 29일 컨퍼런스 콜에 따르면, 네이버가 신세계-이마트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대하는 건 신선식품과 물류, 그리고 명품인데요. 명품 커머스 업체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우선순위로 신선식품에 집중할 것이라 밝히긴 했지만,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아마 시장의 강력한 메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어쩌면 네이버보다 더 위협적인 상대인 무신사도 명품 시장을 탐내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아시다시피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이고요. 이미 하반기 명품 카테고리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최근 '부티크 무신사'라는 상표권까지 출원하며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인데요. 무신사의 메인 고객인 MZ세대의 명품 소비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무신사의 명품 시장 진출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모두들 이렇게 명품 시장에 진심인 걸까요? 우선 코로나 19 이후 명품 시장 자체가 가파르게 성장 중입니다. 해외여행 등을 가지 못하면서 쌓인 보복 소비가 명품 시장으로 몰린 건데요. 오프라인 명품 매장의 경우, 대기시간만 5시간에 달할 정도로 인기입니다. 백화점들은 이러한 명품 매장의 활약 덕분에 비교적 무난하게 코로나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인기를 끄는 명품 시장이지만, 여전히 온라인 침투율은 낮은 상황입니다. 오히려 고객들은 여전히 조금 더 싸게 사기 위해, 혹은 기다리지 않고 상품을 구경하기 위해 문이 열리자마자 달리는 오픈런을 매일 반복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대다수의 고객들은 오프라인 매장에 의존하고 있는 셈인데요. 작년부터 이러한 수요가 서서히 온라인으로 전환되며 기회가 열린 것입니다.
따라서 성장 잠재력도 높고, 편의성 측면에서도 훌륭한 온라인 명품 쇼핑의 비중은 앞으로도 더욱 높아질 게 분명합니다. 물론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 특유의 감성 요소를 바라며, 백화점 쇼핑을 고집하는 고객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품 보장만 되어 있다면, 공산품과 다를 바가 없는 특성을 지닌 명품 카테고리인지라, 아마 상당수는 단시간 내에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가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