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묘한 Jun 22. 2020

월마트, 이커머스의 정답을 알려줘-

월마트X쇼피파이 연합구도,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게 정답을 알려줄까?

 지난 6월 15일(현지시간), 월마트가 이커머스 강화를 위해 쇼피파이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했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월마트는 최근 이커머스 사업 합리화를 위한 내부 재편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OTT 서비스 부두를 매각하였고, 무려 3조 원을 들여 인수하였던, 제트닷컴 서비스를 종료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아마존 따라 하기에서 탈피를 선언한 것처럼 보였다. 인수를 통한 사업 확장(ex: 홀푸드)이나 콘텐츠를 결합한 서비스 제공(ex: 아마존프라임)은 모두 아마존의 성공방식이었다. 


 이렇듯 아마존 따라 하기에서 벗어난, 월마트의 새로운 모토는 선택과 집중이었다. 그동안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있던 자원을 공식 온라인 스토어인 월마트닷컴에 집중하여, 아마존의 독주를 막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집중된 자원을 어디에 활용할지 모두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월마트가 내놓은 회심의 한 수가 바로 쇼피파이와의 파트너십이었다.


월마트는 알겠는데, 대체 쇼피파이는 누구야?


 이번 파트너십 체결은 북미 이커머스 시장에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국내에는 크게 반향을 못 일으키고 있다. 월마트와 달리 쇼피파이의 인지도가 국내에서는 그리 높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면, 쇼피파이는 북미 시장에서 아마존에 뒤이은 2위 이커머스 기업이자, 캐나다의 시총 1위 기업이다. 즉 한마디로 어마어마한 기업이라는 것이다.

(쇼피파이 BM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기사 링크를 참조하면 된다. 단 유료기사 주의)


 하지만 이렇게 대단한 기업임에도 쇼피파이의 인지도가 낮은 이유는 그들의 사업모델에 있다. 쇼피파이와 유사한 BM을 가진 한국기업을 꼽자면 아마 카페24일 것이다. 쇼피파이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아니라, 이커머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이다. 따라서 판매자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직구로 단련되어 웬만한 해외 쇼핑몰들 이름은 알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이라도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는 기업인 것이다.


월마트와 쇼피파이가 뭉친 이유


 그렇다면 월마트와 쇼피파이가 전격적으로 동맹을 맺은 이유는 무엇일까? 쇼피파이의 사업영역이 이커머스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쇼피파이는 솔루션만 제공하기 때문에 가진 한계가 명확한 기업이다. 쇼핑몰의 구축은 도와줄 수 있지만, 쇼핑몰에 사람들을 모아 줄 수 없다는 게 바로 그 한계점. 판매자가에게 초기 트래픽은 매우 중요하다. 트래픽이 모여야 판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래픽 확보에 자신 없는 셀러는 아마존 입점과 쇼피파이를 통한 쇼핑몰 구축 2가지 선택지 중 아마존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이 점이 그동안 쇼피파이가 페이스북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월마트는 그럼 트래픽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 월마트닷컴은 월간 방문자 수가 무려 1억 2천만 명이 넘는다. 월간 방문자 수 2억이 넘는 아마존에 비해서는 적은 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이다. 하지만 이러한 월마트에게도 고민이 있었으니, 셀러 확보가 바로 쉽지 않다는 거였다. 물론 자체적인 월마트 상품만 팔아도 판매 상품이 엄청나게 많은 월마트이지만, 물류 풀필먼트 서비스인 FBA를 앞세워 셀러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아마존에 비하면 아무래도 처지는 것이 당연. 하지만 이미 많은 셀러들을 확보하고 있는 쇼피파이와 협력한다면, 외형 확장의 고민을 덜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월마트에게는 전국에 흩어진 매장이라는 오프라인 인프라가 있다. 월마트는 이번에 입점한 판매자들에게 이러한 물류/배송 인프라를 통한 이틀 내 배송,  매장 반품 등의 서비스를 같이 제공할 거라고. 즉 FBA 못지않은 물류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 이러한 점들을 무기로 연내에 1,200개의 셀러를 확보하는 것이 월마트와 쇼피파이의 목표라고 한다.


위기에 빠진 롯데, 신세계에게 답을 줄까?


 월마트의 이러한 광폭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기업들이 어디일까? 아마 롯데, 신세계 등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 대기업 들일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쿠팡과 네이버의 약진에 이들은 위기를 느꼈지만, 제대로 된 대응은 못하고 있었다. SSG는 아주 성공적인 TV CF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최근 오픈한 롯데온은 쓱배송이나, 가격의 끝과 같은 유의미한 액션조차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은 사실 미국에서 먼저 시작된 것이다. 아마존을 필두로 한 이커머스 공습에 파산한 기업들도 이미 다수. 특히 한 때 DT의 성공모델로 여겨지던 노드스트롬마저 휘청거리며, 사실상 월마트 이외에는 생존한 유통 대기업이 전무한 상황이다. 따라서 유일한 생존자 월마트의 다음 행보에 국내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행히도 국내엔 쇼피파이의 대체자가 존재한다. 네이버의 전략이 쇼피파이와 매우 유사하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라는 쇼핑몰 솔루션을 제공하며, 직접 물류 인프라나 상품 소싱에 나서기보다는 다양한 업체들과의 제휴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쇼피파이 연합이 아마존을 조준한다면, 네이버의 궁극적 경쟁 상대는 아마존바라기 쿠팡이 될 거라는 점도 비슷하고 말이다. 


 예를 들어 이마트가 네이버와 제휴한다면 어떨까? 이마트 플랫폼 내부에서 스마트스토어 상품이 노출되고, 쓱배송을 통해 이들이 배송된다면 나름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하지만 여기에는 걸림돌이 하나 있다. 네이버는 쇼피파이와 다르게 트래픽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 그것도 국내 포털 1위인 네이버니까, 오히려 네이버에 유통 기업들이 잡아 먹힐 수도 있다는 점. 아니면 예전에 카카오가 코리아센터 인수를 검토한 것처럼 롯데나 신세계가 카페24 등을 인수하는 방향은 어떨까? 월마트의 행보가 더욱 구체화되면, 제2의 월마트를 꿈꾸는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아무튼 아마존을 상대로 이번 파트너십이 유효타를 날리게 된다면, 여러 시나리오들을 검토해볼 필요가 분명 생길 듯하다.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뉴스레터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보다 가볍지 않게 나눠보려 합니다.

가볍게 트렌드를 나누는 뉴스레터 >>> 매주 트렌드 받아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