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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Jun 13. 2020

마켓컬리의 차이나는 사과 클라스

컬리는 어떻게 코로나 위기에 대처하고 있는가?

 2020년 6월 1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45명. 신규 확진자가 제로에 가까워졌던 때가 거짓말 같이, 최근에는 다시 확진자 수가 30~50명 수준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K방역의 성공으로 코로나 종식 선언이 머지 않은가 싶었는데, 코로나와의 전쟁은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있다.


 최근 수도권 중심의 N차 감염은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되어, 여러 중간 고리를 거쳐 번져나가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 유행이 거쳐간 곳 중에는 한 때 코로나 19의 최대 수혜자로 불렸던 쿠팡과 마켓컬리의 물류센터도 있었다. 지난달 24일 쿠팡의 물류센터 근무자 중 확진자가 나왔고, 이어 27일에는 마켓컬리 물류센터 근무자가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다른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유독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지 않은 데는 발달된 이커머스 배송망의 역할이 컸다. 특히 익일배송이 보장되는 로켓배송과 샛별배송과 로켓프레시로 대표되는 새벽배송은 더더욱 고객의 사랑을 받았다. 쿠팡과 마켓컬리는 이러한 흐름을 타고 고공성장 중이었다. 마켓컬리는 월에 10% 이상씩 매출이 성장하고 있었고, 쿠팡은 일에 300만 개 이상의 주문을 처리할정도로 주문량이 급증하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코로나 확진 소식에 이는 순식간에 위기로 바뀌게 된다.


신선식품이기에 더 아팠던 컬리


 동시에 똑같이 터진 위기였지만, 타격의 크기는 달랐다. 분명 물류센터 내 코로나 확진자 발생이라는 같은 사건이었고, 심지어 확진자 규모는 쿠팡이 더 심각했음에도 이상하게 타격은 컬리가 더 컸다. 쿠팡은 사건 직전 대비 최저점 기준으로 20% 정도 앱 유입이 빠진 반면, 마켓컬리는 무려 40%나 급락했기 때문이다.


 컬리가 더 큰 타격을 입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우선 컬리는 다양한 카테고리를 취급하는 쿠팡과 달리 신선식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었다. 먹는 거라는 의미에서 소비자들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컬리는 기존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고관여 소비자들이 더 많았다. 당연히 이들은 반응도 재빠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아시스 등 컬리와 유사한 색채를 지닌 경쟁사가 추격해오던 시점이라 더 뼈아팠다. 


 반면에 쿠팡은 일단 매출 규모가 컬리의 10배 이상이었기에, 일부 얼리 성향의 소비자들이 빠져나가도 그 피해의 체감 정도가 훨씬 작았다. 또한 주력 판매상품도 생필품 중심이어서 소비자 이탈도 덜했다. 물론 기사에서는 쿠팡맨이 기피 대상이 되었다는 등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오긴 했다. 하지만 컬리에 비해서 등락폭도 작았고, 3-4일 정도 후에는 다시 회복되는 무서운 시장 지배력을 보여주었다.

(쿠팡 APP 방문자 수 추이, 출처 : 모바일인덱스)


위기탈출의 명수, 마켓컬리

그렇지만 컬리는 거기서 무너지지 않았다. 컬리는 적극적인 고객 소통을 통해 위기를 멋지게 탈출한다. 쿠팡은 자연스럽게 떨어진 방문자 수 추이를 회복하는 무서운 팬심을 보여주었지만, 어찌 보면 위기 대응에 대단히 소극적이었다. 쿠팡맨이 터부시 된다는 소식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방어를 해준 건 쿠팡의 팬들인 소비자들. 하지만 쿠팡 회사 차원에서 이들을 챙겨주거나 외부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오해를 풀려고 하진 않았다.


 하지만 컬리는 달랐다. 우선 쇼핑몰 홈에 대문짝 하게 공지부터 띄운다. 적극적으로 추가 확진자는 없고, 철저한 사후 방역처리를 꼼꼼히 거쳤다는 소식을 전달해준다. 그뿐 만이 아니었다. 전체 고객에게 2차례 문자를 보내며 상황을 공유한다.

 

(마켓컬리 고객 문자 갈무리)

 이러한 솔직하고 적극적인 소통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주변 지인들 반응은 솔직해서 좋다는 반응도 있었고, 너무 과하다는 평도 일부지만 있었다. 하지만 숫자는 분명 말해준다. 5월 30일, 6월 5일 2차례에 발송된 문자는 떨어진 방문자 수 추이를 다시 올린다. 아래 그래프에서 딱 문자를 발송한 날을 기점으로 하락하던 방문자 수는 반등한다. 그리고 최근 며칠은 코로나 이전 수준의 방문자 수 추이를 사실상 회복한다.


(마켓컬리 APP 방문자 수 추이, 출처 : 모바일인덱스)


사과의 클라스, 마켓컬리


 마켓컬리가 이처럼 기민하게 반응하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작년 10월의 마켓컬리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너무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작년에도 이번처럼 컬리에게 위기가 닥쳤던 적이 있었다. 인기PB 상품인 제주목초 우유를 생산하던 업체의 '다른 상품'에서 이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분명 해당 상품도 아니었고, '다른 상품'이었지만 컬리는 기민하게 대처한다. 우선 전년도 최고 인기상품이었던 해당 우유 상품의 전량 환불을 결정한다. 하필 그 시점에 그 우유를 주문해서 이미 먹은 상황이었던 나도, 강제 환불당한다. 그리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전체 내용을 문자로 꼼꼼히 공유해주었고, 최종 결과 문제없다고 나오자 해당 우유 상품을 무료로 먹을 수 있도록 쿠폰까지 주었다. 우와 이런 세심한 CS라니 같은 업종 종사자로서 정말 인상 깊었던 경험이었다.


 이렇게 평소에도 잘했던 컬리였기에 이번에 위기에도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하지 않았을까? 처음 코로나 관련 고객 문자가 나갔을 때만 해도 방문자 수 회복 속도가 더뎌서, 컬리의 같은 전략이 이번에도 통할까 의구심을 잠깐 같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국 다시 반등하는 그래프를 보며, 역시 진심으로 하는 서비스를 결국 고객은 알아보는구나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아마 마켓컬리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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