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5월 26일, 아마존이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MGM을 약 9조 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MGM이란 이름 자체는 다소 낯설 수도 있지만요. 포효하는 사자 엠블렘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으신가요? 영화를 종종 보시는 분이라면, 분명 몇 번쯤은 영화관에서 이 사자를 봤을 정도로 유명한 영화 제작사입니다.
하지만 근래 MGM의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는데요. 007 시리즈의 제작사이자 배급사로 유명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를 제외하고는 최근의 히트작이 없었고요. 그래서 수년간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원하는 매각가를 제시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더욱이 당초 알려진 시장 가격도 6조 원대였는데요. 이번에 아마존이 무려 9조 원이 넘는 가격으로 이를 떠 앉게 되자, 바가지를 쓴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아마존의 입장에서도 15조 원으로 인수한 홀푸드 마켓 이후로 최대 건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렇게 무리하면서까지 아마존은 사자 MGM을 품어야 했을까요?
아마존이 MGM을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콘텐츠입니다. 아마존은 북미 최대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동시에, 넷플릭스에 이은 2위 OTT 사업자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선 존재감이 거의 미미하지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아마존의 유료 멤버십을 지탱하는 가장 큰 버팀목이기도 하고요.
이와 같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OTT 서비스보다는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의 부가혜택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자체 콘텐츠도 경쟁자인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에 비해 열세인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고, 부족한 영화 콘텐츠를 일거에 확보하기 위해 아마존은 MGM이 꼭 필요했습니다.
특히 작년 OTT 시장은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며, 콘텐츠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작년 미국 OTT 시장은 정말 큰 격변의 시기를 보냈는데요. 넷플릭스만 하더라도, 점유율 1위의 자리는 지켰지만, 기존 29%에서 20%까지 점유율이 무려 31% 하락하며 시장 지배력은 약화된 상황입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21%에서 16%로 점유율이 하락했고요.
이렇게 시장 1,2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하락한 원인은 콘텐츠 제작사가 직접 OTT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와 훌루라는 두 플랫폼을 운영하며, 기업 관점에서는 1위 사업자로 올라섰고요. HBO나 NBC, CBS 같은 방송사들도 직접 플랫폼을 만들면서,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마존으로써도, 자체 콘텐츠 확보 없이 시장에서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겁니다.
이러한 상황은 북미 시장뿐 아니라 국내에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이미 OTT 플랫폼들이 콘텐츠에 대거 투자하면서, 자금들이 국내 제작사에게까지 흘러오고 있고요. 콘텐츠 제작사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또한 플랫폼들도 자체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티빙이나 웨이브 같은 국산 플랫폼들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고요. 카카오도 최근 3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 밝히는 등 국내외에서 돈이 콘텐츠로 몰리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쿠팡에게도 시선이 쏠리고 있는데요. 일단 쿠팡은 화제의 영화 미나리를 쿠팡 플레이에서 독점 공개한다고 발표하는 등 공격적으로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SNL 코리아를 확보하는 등 예능 오리지널 콘텐츠도 제작하고, 김수현, 차승원 주연의 드라마도 단독 공개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OTT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분간 제작사 전성시대를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