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 오늘의집이 중요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지난주였죠? 인테리어 분야의 절대강자 오늘의집이 드디어 배송 서비스를 공개하였습니다. 오늘의집 배송 서비스는 오늘의집에서 구매한 가구 상품을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전문기사가 방문하여 설치해주는 형태인데요. 무료배송과 무료설치, 그리고 원하는 날짜에 받을 수 있다는 지정일 배송, 3가지를 특장점으로 내세웠습니다.
쿠팡의 로켓배송 이후, 배송 경쟁의 최대 화두는 빠른 배송이었습니다. 하지만 빠르다고 다 좋지는 않지요. 상품 카테고리마다 고객이 원하는 배송형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식품의 경우, 신선도가 유지되고 아침식사 준비에 바로 활용가능한 새벽배송이 각광받았었던 거고요. 그렇다면 가구나 가전처럼 전문기사 방문이 필요한 상품은 무엇이 핵심일까요? 당연히 내가 원하는 날짜에 배송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오늘의집은 정확히 고객의 니즈를 포착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정일 배송, 어떻게 가능해졌을까요? 오늘의집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단초를 직매입에서 찾았습니다. 아예 상품을 미리 사서 자체 물류센터에 쌓아두기 때문에 표준적인 배송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 겁니다. 수도권의 경우는 전담 배송망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니, 본격적인 풀필먼트 서비스 진출로도 해석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직매입의 최대 단점인 재고 부담은 방대하게 쌓인 판매 데이터 기반으로 한 수요 예측으로 최대한 줄이고 말입니다.
그렇데 이와 같이 좋은 서비스, 다른 이들이 떠올리지 못했을까요? 아닙니다. 당연히 물류하면 떠오르는 그곳, 쿠팡에서 이미 선보인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쿠팡은 로켓설치라는 이름으로 이미 거의 동일한 형태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전에서 시작해서 가구로 영역을 확장하였고요. 지금도 활발하게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쿠팡은 이렇게 선제적으로 차별화 서비스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테리어 시장의 주도권을 오늘의집에 내주고 말았습니다. 이유는 2가지입니다. 우선 설치가 필요한 가구 상품의 비중이 인테리어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일부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전체 시장을 장악하기에는 파급력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대형 가구나 가전 제품의 경우 고관여 상품, 즉 우리가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매우 다양한 요소들을 오랜 기간 고민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면 배송의 편의성은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치는 영향력도 제한적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작은 생활 소품을 살 때야, 다소 비싸거나 혹은 맘에 안들더라도 더 빨리 오는 걸 선택하기 쉽습니다. 다른 요소들의 중요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구나 가전제품은 배송이 늦거나 불편하더라도 기능이나 가격 같은 요소가 더 좋다면, 배송의 불편함 정도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그렇기에 로켓설치는 로켓배송이나 로켓프레시 만큼의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겁니다.
더욱이 오늘의집이 정말 해당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우선 수익의 문제가 있습니다. 무료 배송 혜택을, 더욱이 직매입 구조에서 제공한다면 수익구조가 좋을 수가 없는데요. 그래서 실제 서비스 페이지를 방문해보시면 알겠지만, 평균 판매가가 20만 원은 넘길 정도로 설계 해서 겨우 수지타산을 맞힌 걸로 보이고요. 이렇게 까다롭게 상품을 고르다 보니 품목 수도 아직 많지 않은 걸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배송 기사의 수급도 숨겨진 리스크인데요. 가구의 경우 이사나 결혼이 몰리는 성수기에 특히 판매량이 급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쿠팡처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늘어난다면, 배달 앱에서 벌어졌던, 배송 기사 확보 경쟁이 일어날지도 모르고요.
이처럼 차별화 효과도 제한적이고, 지속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지만, 그래도 오늘의집의 이번 선택은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코로나 19로 인해 폭증했던 홈인테리어 수요는 언젠가는 정점을 찍고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요. 더욱이 네이버나 쿠팡과 같은 슈퍼앱 커머스의 침공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의집에게는 돌파구가 필요합니다.
특히 오늘의집이 가진 최대 고민 중 하나가, 상품탐색은 오늘의집에서 하고, 실제 구매는 최저가를 찾아 네이버로 이탈하는 고객들이었는데요. 쿠팡은 이미 압도적인 배송 서비스를 무기로 이러한 네이버의 굴레에서 탈출한 바 있지요. 오늘의집도 쿠팡의 길을 따라 걸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앞으로 가구뿐 아니라, 직매입 상품의 비중을 늘려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따라서 이번 배송 서비스 실험이 성공한다면, 아마 설치 상품뿐 아니라, 다른 카테고리로도 확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직매입 상품 판매는 매출 규모 성장이라는 부가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의집은 거래액 규모에 비해 매출액은 작은 기업에 속했는데요. 1조에 가까운 거래액을 올린 걸로 추정되는 작년 연매출도 약 76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지속적인 투자 유치나 상장에는 거래액뿐 아니라 매출액도 중요한 만큼, 직매입 상품 판매로 인한 매출 성장은 오늘의집에게는 또다른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