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네이버도 살리고, 커머스도 살릴 수 있을까요?
컨퍼런스 콜에선 실적 발표 이후 Q&A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질문들을 보면서 시장에서 네이버의 어떤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데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선 누가 뭐래도 커머스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질문의 절반 이상이 커머스와 관련된 것이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주인공이 바뀝니다. 10개의 질문 중 무려 6개가 몰린 네이버의 콘텐츠 부문이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커머스는 분명 검색 광고 이후 네이버의 가장 중추가 될 사업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고요. 글로벌 시장 진출은 막 시작한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콘텐츠 부문은 경쟁이 치열한 것은 사실이나, 올해 3분기 기준 성장률 자체가 60%로 커머스 대비 거의 2배 정도 가파르고요. 더욱이 이미 글로벌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는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습니다. 이를 이끌고 있는 건 네이버 웹툰으로 이미 월 거래액 1천억 원을 돌파했다고 하고요. 마블과 협업 등 글로벌 IP 협업을 통해 영역을 확장 중이며, 국내에선 문피아를 인수하며 자체 IP 확보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원소스 멀티유즈가 각광받으면서, 네이버의 이러한 IP들은 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CJ와의 전략적 제휴도 빛을 발했는데요. 유미의 세포들의 제작은 CJ의 스튜디오 드래곤이 맡고, OTT 플랫폼 티빙에서 선공개되는 방식을 택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아이는 따로 있었습니다. 메타버스 열풍을 타고, 성장 가도에 올라선 제페토는 콘텐츠 부문의 성장률도 뛰어넘는 속도로 커나가고 있습니다. 사회적 관심이 몰리면서 일단 MAU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고요, 여러 패션 브랜드나 유통사는 물론 정치권과 연예계마저 발을 들이밀면서 영향력도 점차 커져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유의미한 매출 성과를 내고 있는 건 당연히 아니고요. 네이버도 MAU 등 자세한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수익 안정화보단 성장성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방향을 일부 밝히기는 했는데요.
이렇게 제페토가 주목받는 이유는, 네이버가 보유한 IP를 판매할 수 있는 채널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웹소설의 히트작 중 하나인 재혼황후의 아이템을 판매하여 인기를 끈 것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이와 같이 콘텐츠 기반의 상품은 물론, 기성 패션 브랜드의 아이템 등을 판매 및 광고 유치를 통해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했다고 하네요.
거품 논란이 있을 정도로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는 메타버스이지만요. 제페토는 확실한 선두 주자 중 하나로 자리잡기도 하였고, 기존의 콘텐츠 IP들과 만났을 때 파괴력이 있기 때문에 확실히 기대할만한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처럼 콘텐츠 부문은 네이버의 또 다른 미래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그 자체로도 매력도가 높기도 하지만, 차세대 주력 산업인 커머스 부문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한 포인트입니다. 라이브 커머스는 물론, 웹 예능과 웹 드라마를 제작하는 등 커머스에 있어서 콘텐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네이버는 이미 라이브 커머스 강자이기도 한 데다가, 확실히 콘텐츠 커머스 역량을 갖춰다는 점은 강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또한 넷플릭스가 쇼핑몰을 열었듯이, 콘텐츠 사업은 결국 커머스로 이어지는 것이 숙명으로 보이고도 하고요. 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아마존 프라임처럼 고객을 락인 시키는 장치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쿠팡도 쿠팡 플레이를 론칭하는 등 투자를 계속하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 만큼은 네이버를 당해낼 수 없기도 하고요.
그리고 일부의 기대처럼 메타버스가 모바일 혁명의 뒤를 이은 새로운 메가 트렌드가 된다면, 네이버에게는 확실한 찬스가 될 전망입니다. 이미 제페토를 통해 플랫폼과 역량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