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독특한 가치를 주지 않는다면 소모적 경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혜수, 김희애, 조인성, 주지훈. 혹시 공통점을 아시겠나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 맞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최근 명품 커머스 플랫폼들이 기용한 모델들이기도 한데요. 이렇게 잘 나가는 스타들을 한데 모을 정도로 명품 커머스 플랫폼 경쟁은 매우 뜨겁습니다.
그간 명품 커머스 플랫폼은 3대 강자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가 그 주인공인데요. 아직 셋 간의 우열도 명확히 나눠지지 않은 상황에서 캐치패션, 구하다 같은 새로운 플레이어들도 전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연예인 모델과 함께 진행한 대규모 브랜드 캠페인 이후 효과를 홍보하는데도 열심인데요. 머스트잇이 주지훈 광고 이후 월 거래액 320억 원을 달성했다고 홍보하자, 발란은 김혜수 효과로 461억 원 거래액을 기록했다며 반격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또한 주도권 싸움은 소송전으로 번지기도 하였는데요. 지난 9월 캐치패션이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를 제휴하지 않은 해외 쇼핑몰의 정보를 무단 사용했다고 고발한 겁니다. 소송전, 공정위 제소 등은 현재 진행형인 사항이라 뭐라고 결론을 내리긴 어렵지만요. 그만큼 경쟁이 과열된 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와 같은 명품 커머스 경쟁에서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상품 확보입니다. 이는 명품 시장의 특성에 기인한 바가 큰데요. 우선 명품은 시장 안에 들어올 수 있는 브랜드가 한정적이고요. 상품도 인기 있는 모델 등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목적성 구매 성향이 강하고 뚜렷하기에, 오히려 가전시장과 비슷한 특성을 보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물량을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플랫폼이 승리하게 됩니다.
특히 상품 공급자가 소수라는 점이 주요한 포인트인데요. 오프라인 백화점의 경우, 명품 의존도가 심해지면서 흔히 에루샤라고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과 같은 브랜드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아예 이들 브랜드의 입점 여부가 전체 백화점 실적을 좌우하고요. 따라서 MD의 모든 역량이 이들에게 집중됩니다. 그리고 일단 들여오는 데 성공한다면, 홍보 포인트도 이들에게 맞춰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행인 것은 온라인의 경우, 중간 공급자들이 존재하여, 오프라인보다는 상품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입니다. 명품 커머스 업체들이 상대하는 건, 글로벌 브랜드가 아니라, 상품을 가지고 유통하는 국내 수입업자나 해외 부티크들인데요. 특히 최근 뜨고 있는 플랫폼들은 해외 공급업체들과의 공식 파트너십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독점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결국 안정적인 판매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경쟁사 대비 트래픽을 확보하려고 대규모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트래픽이 몰리는 곳에 상품이 따라올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와 같은 경쟁은 소모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최근 무신사 부티크를 론칭하며 명품 시장에 무신사가 뛰어든 것처럼 더 큰 트래픽을 보유한 곳이 경쟁자로 진입하는 경우 대처가 어렵고요. 이럴 경우 아무리 공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하더라도, 공급업체들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가 어렵습니다. 실제 지방 백화점의 경우, 전국구인 3대 백화점이 진출하자, 주요 브랜드들이 이탈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이와 같은 일이 온라인에서도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명품시장이 공급자 위주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상품 확보 이외의 고객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플랫폼이 없다는 점은 특히나 아쉽습니다. 유니콘 이상으로 성장한 커머스 플랫폼들을 차별적인 가치를 확보했다는 것이 공통점인데요. 콘텐츠나 커뮤니티(무신사, 오늘의집), 배송 서비스(쿠팡, 마켓컬리) 등 고객에 초점을 맞춘 요소가 더해질 때 정말 파괴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명품 커머스 플랫폼들도 독특한 가치를 구현하지 못하고, 구색과 상품에만 계속 집중한다면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