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의 비밀병기는 과연 제 몫을 할 수 있을까요?
올 한 해 가장 어려움을 겪은 커머스 기업을 뽑으라면, 아마 롯데는 유력한 후보일 겁니다. 국내 최대의 유통 공룡으로 시장을 호령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미미했던 롯데온의 통합 효과와 경쟁자 대비 화제성을 잃은 백화점, 창고형 할인점 전환에 실패한 마트 사업부까지 삼중고에 시달리며 추락을 거듭하고 있었는데요.
그간 쌓아온 역량과 자산이 있는데 이렇게 맥없이 물러날 순 없지 않겠습니까? 늦었지만 경영진 교체부터, 신사업 추진과 M&A은 물론 내부 체질 개선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며 변화의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혁신의 롯데를 보여주는 첫 결과물이 나왔으니 바로 제타플렉스였습니다. 그렇다면 제타플렉스는 침체된 롯데의 재도약을 이끄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을까요? 직접 가보고 느낀 점들을 오늘 한번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롯데의 비밀병기, 제타플렉스는 미래형 마트를 표방합니다. 1호점은 롯데마트 잠실점을 리뉴얼하여 새롭게 탄생한 곳이기도 한데요. 우선 잠실이라는 게 참으로 상징적입니다. 롯데마트 잠실점은 실질적인 본점 역할을 하던 곳으로 2009~11년에는 모든 대형마트를 통틀어 매출 1위 자리를 지켰을 정도로 중요성이 컸던 점포였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매장을 먼저 바꾼다는 건 그만큼 변화의 의지가 강력함을 뜻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또한 잠실점이기에 오프라인이 주는 압도적인 경험을 강화할 수 있었는데요. 우선 하드웨어적으로도 약 4,300평의 영업면적을 자랑하는데 전국 112개 롯데마트 점포 중 가장 크다고 합니다. 확실히 매장 공간이 시원시원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동선도 널찍해서 쾌적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제타플렉스가 내세운 슬로건 중 하나는 '다시 모든 것을 새롭게'였습니다. 이와 같은 구호에 맞게 공간 구성부터가 특이했는데요. 우선 1층의 70%에 해당되는 무려 400평을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로 채우는 강수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롭스 플러스, 룸바이홈 랩, 콜리올리 등 자체 특화 테넌트를 곳곳에 배치하며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롯데의 전략은 기존의 것과는 정말 상이한데요. 롯데는 테넌트에 있어서는 자체적으로 만들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해외 브랜드를 제휴를 통해 들여오거나 혹은 국내 테넌트를 인수하는 방식을 취해왔습니다. 전자의 대표 사례가 유니클로와 무인양품이라면, 후자는 하이마트를 들 수 있겠네요.
이러한 방법은 오랜 기간 안정적인 롯데의 성장을 견인해왔지만 근래 들어 위기의 원인이 되기도 했는데요. 우선 그룹이 한일 양국에 걸쳐 사업을 진행한다는 특성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너무 일본 브랜드 비중이 높아, 불매운동 때 타깃이 되어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요. 하이마트처럼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의 경우 덩치가 크다 보니 코로나 이후 급격한 소비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롯데와 완전 정반대의 길을 택한 곳이 이마트인데요. 이마트는 데이즈, 자주, 일렉트로마트, 삐에로쑈핑, 노브랜드 등 자체 전문점 테넌트로 승부를 보는 길을 택했습니다. 이렇게 하자 삐에로쑈핑처럼 기대보다 못한 곳은 바로 접을 수도 있기도 하고요. 반대로 노브랜드처럼 가능성을 보인 곳은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적절하게 사업 모델을 변경하기도 하고요.
롯데는 제타플렉스 오픈과 더불어 이마트식 전략으로 급선회합니다. 오프라인 매장 차별화를 위해 자체 테넌트 전문점을 개발하고 선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일례로 이미 잠실점에는 무인양품의 대형 매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룸바이홈 랩이라는 새로운 홈리빙 전문점을 여는 식으로 롯데는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감한 시도는 전문점들에만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본 매장이라 할 수 있는 1층에 딱 들어서자마자, 정말 새로운 마트를 제시하고자 하는구나가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마트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신선식품입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진열된 모습은 마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국내 프리미엄 그로서리 마켓의 시조 격인 SSG 푸드마켓은 처음부터 이국적인 과일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합니다. 신선한 식자재와 직접 구하기 힘든 수입 가공식품이 SSG 푸드마켓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그러면 제타플렉스는 어디에 힘을 줬을까요? 기대보다 오히려 신선식품 매장은 조금 작은 느낌이었습니다. 대신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던 건 바로 냉동식품 코너였습니다. 마치 코스트코의 냉동 진열장을 떠오르게 하는 매대가 쫙 펼쳐져 있었는데요. 종류도 다양할뿐더러, 트렌디하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쿠캣마켓 전용 진열장을 보면서 롯데가 냉동을 늘린 건 조금 더 젊은 세대를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함이구나를 알 수 있었습니다. 요즘 세대는 생각보다 재료부터 구매해서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배달 음식, HMR을 구매하거나 혹은 요리를 하더라도 밀키트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넓은 냉장/냉동 매대는 바로 HMR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롯데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일까요? 과거 대형마트가 가장 힘을 쏟던 즉석식품, 델리 매장도 규모가 작았고요. 코스트코나 트레이더스가 집중하는 베이커리도 있긴 했지만 특별한 느낌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거대한 밀키트 진열장이 시선을 사로잡았고요. 이는 확실히 델리보다도 밀키트가 주목받는 시대가 열렸다는 선언 같이 느껴졌습니다. 피코크에 비해 한참 늦긴 했지만 '요리하다'라는 PB를 알리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기도 했고요.
물론 HMR만 힘을 쏟았다면, 롯데의 비밀병기가 아니겠지요. 롯데는 적어도 고기만큼은 혼을 실었다는 느낌일 정도로 축산을 차별화 카테고리로 밀고 있었습니다. 우선 신선 매장 중에 육류 코너 비중이 가장 광활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요. 멀리서부터 붉은빛이 압도하며 고객들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단지 공간만 넓게 구성했다면 이렇게 공을 들여 설명드리지 않았겠지요? SSG 푸드마켓이 이국적인 식재료로 사람들을 모았다면, 여긴 정말 고기가 다양하게 갖춰져 있었습니다. 우선 양고기 전문점이 있다는 거 자체가 신선했고요. 한우도 여러 프리미엄 라인을 갖춰서 선택하는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대중적으로 프리미엄 고깃집들이 떠오르고, 육그램이나 설로인 같은 축산 전문 버티컬 커머스들이 떠오르는 시대에 발맞춘 움직임이라 평가할만하고요. 축산 매장 만으로도 방문할만한 이유를 제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스마트팜이나 계단식 수조 등 채소류나 수산물 등에도 눈이 가는 요소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마트다 보니 필수적으로 이들을 다 아우르긴 해야 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집중도의 차이는 확연히 느껴졌고요. 그래서 제타플렉스는 슬로건대로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춘 곳'은 아니긴 했습니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을 했고, 집중한 대상이 HMR과 축산이라는 점은 오히려 칭찬해 주고 싶네요.
1층에는 식품 매장뿐 아니라, 다양한 실험적인 테넌트들도 같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중 룸바이홈과 콜리올리는 솔직히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룸바이홈은 플래그십 스토어인 룸바이홈 랩이 별도로 있어서, 뒤에서 다시 다룰 예정이고요. 콜리올리는 이마트의 몰리스 펫샵을 겨냥한 새로운 콘텐츠였지만, 비교했을 때 새롭거나 특별한 점이 보이진 않았습니다. 이렇게 실망하고 보틀벙커를 보러 올라가려 하는데, 눈에 띈 곳이 롭스 플러스였습니다.
롭스 플러스는 어떻게 보면 실패가 남긴 유산입니다. H&B스토어가 뜨던 당시 큰 꿈을 품고 론칭한 롭스였지만 올리브영의 벽은 드높았고요. 결국 확장에 실패한 채, 수익성만 악화되자 시장 철수를 결정합니다. 다만 롭스 브랜드는 살려서 롯데마트 내 샵인샵 형태로 리뉴얼한 것이 바로 롭스 플러스입니다.
롭스 플러스는 여수점과 광주 수완점이 이미 문을 열었지만, 실질적으론 잠실점에 들어온 매장이 제대론 된 첫 매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서울, 그것도 잠실이라는 입지의 상징성이 있으니 중요도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롭스 플러스가 기존 롭스와 달라진 가장 큰 차별점은 '건강을 더하다'라는 슬로건처럼 헬스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겁니다. 뷰티에 더 무게가 실린 올리브영과 차별화하겠다는 뜻이겠지요.
이는 또한 마트의 주 고객이기도 한 40대 이상을 노리기 위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핵심 카테고리로 영양제를 두었다고 하니 정말 전략이 확실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인상 깊었던 포인트는 매장 내 구현물이었습니다. 세부 카테고리를 표기하는 안내가 모두 한글로, 그것도 한껏 크기를 키운 폰트로 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작은 디테일까지 타깃 고객에 맞췄다는 것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이를 더 확실하게 느끼고 싶어서 일부러 돌아가는 길에, 근처 올리브영 매장에 들려 보았는데요. 모든 카테고리 표시가 영어로 되어 있는 것을 보며, 롭스 플러스가 앞으로 가고자 하는 길이 확실히 올리브영과는 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이 성공할 확률이 꽤나 높아 보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면 제타플렉스의 하이라트가 나타납니다. 바로 롯데가 이전과 달라졌음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바로 회심의 역작 보틀벙커입니다. 보틀벙커는 제타플렉스 오픈과 함께 론칭한 국내 최대 규모의 와인 전문 매장인데요. 약 400평에 달하는 공간에 와인은 물론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위스키 구색까지 갖춰 전례 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사전에 확인한 기사와 달리 품절로 곳곳이 비어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관심 가진 고객들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하필 롯데는 와인에 꽂힌 걸까요?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는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아주 훌륭한 선택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요. 일단 주류라는 품목 자체가 온라인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매장에 매우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커머스 장보기 플랫폼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펼쳐야 하는 롯데마트이기에, 오직 오프라인 만이 줄 수 있는 강점으로 와인은 최적의 선택이었던 거죠.
그리고 롯데마트는 여기에 체험형 요소를 더하면서 오프라인 경험의 극대화를 노렸습니다. 보틀벙커 내에 테이스팅 탭이라는 시음 공간을 별도로 마련한 것인데요. 방문했던 시점이 한산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곳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옆에선 간단한 음식과 같이 와인을 먹을 수 있는 곳도 있었고요. 체험을 통해 온라인과 또 한 번 차별화에 성공한 셈입니다.
또한 마지막으로 와인 자체가 바잉 파워를 통해 가격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품목이라는 점에서도 탁월한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전략을 처음 선보인 건 라이벌 이마트의 수장 정용진 부회장이었는데요. 100만 병 이상으로 대량 구매하면서 단가를 떨어뜨려 현지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식은 롯데에서도 이미 벤치마킹하여 내재화한 상황입니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자신 있었던 겁니다. 아직은 식품 관련 거래액이 오프라인이 압도적인 상황인 데다가, 온라인이 취급 자체가 불가능한 주류이기도 하니, 이러한 바잉 파워는 상당히 오랜 기간 경쟁 우위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니다.
더욱이 이와 같이 여러 면에서 장점을 지녔기에 경쟁자인 이마트는 물론 편의점들까지 와인에 꽂혀 전문점들을 론칭하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보틀벙커가 국내 최대 규모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선점하면서, 롯데가 와인 시장만큼은 리딩 한다는 이미지도 덤으로 얻게 되었네요.
보틀벙커 옆에는 무인양품이 있었는데요. 최근 트렌드 중 하나가 홈리빙 카테고리의 급성장 아니겠습니까? 더욱이 일본 불매운동도 겪었다 보니 무인양품과의 제휴 만으로는 롯데가 부족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체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해 룸바이홈이라는 새로운 리빙 전문점을 이번에 오픈하였다고 하는데요. 재미있게도, 무인양품 매장 쪽에서 룸바이홈의 플래그십 스토어, 룸바이홈 랩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었습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1층 매장에도 룸바이홈의 매장이 별도로 있긴 했는데요. 솔직히 과거 이마트 내에 위치했던 자주의 전신 자연주의 매장과 그다지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가성비가 좋은 리빙 매장 정도의 느낌만 받았기에, 룸바이홈 랩은 솔직히 뭔가 다르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이렇게 기대를 품고 방문한 룸바이홈 랩은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플래그십 스토어가 맞는지 싶을 정도로 정돈되지 않은 VMD였고요. 그러다 보니 상품들 자체가 전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홈리빙 전문점의 핵심은 역시 쇼룸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케아에 방문하면 우리는 매력적인 공간에 감탄하며 자연스레 지갑을 열게 됩니다. 그런데 룸바이홈 랩에서 쇼룸다운 쇼룸 콘텐츠를 찾기란 너무 어려웠습니다.
반면 바로 옆에 위치한 무인양품의 쇼룸은 정갈한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 잘 구성되어 있었고요. 쇼룸을 제외하더라도 확실한 컨셉이 묻어나는 매장은 매력적이었습니다. 보틀벙커는 참 좋았는데, 아쉬움만 남는 룸바이홈이었고요. 이러느니 차라리 리스크가 있더라도 무인양품과의 제휴를 더 강화하던가요. 혹은 하이마트를 품었듯이 모던하우스 같은 전문점을 인수하는 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이처럼 좋았던 점도 아쉬웠던 점도 같이 있었던 제타플렉스, 그래도 확실한 건 변화하고자 하는 롯데의 의지만큼은 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성과는 어땠을까요? 아직 1주일도 안된 시점이긴 하지만 개장 첫 3일간 매출이 71% 늘어나며 가능성은 보여준 상황입니다. 아직은 가능성에 불과한 것이 평일에 방문했을 땐 내부 매장이 엄청 붐비는 상황도 아니긴 했고요. 주말에 가면 조금 다를 수도 있고, 마트라는 업태 특성도 감안해야겠지만, 화제성은 조금 떨어지는 게 사실인 듯합니다. 다만 보틀벙커 등 매력적인 테넌트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일부 요소들을 보완한다면, 적어도 제타플렉스 잠실점 만큼은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롯데가 제타플렉스를 띄운 건 잠실점 하나를 살리기 위함이 아닙니다. 침체된 롯데마트 자체를 다시 수렁에서 건져내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확장 계획이 당연히 따라오게 됩니다. 매장이 여러 개면 전체 사업의 실적도 개선시킬 수 있고, 전체 롯데마트의 브랜드 가치도 올라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제타플렉스를 대형 매장 중심으로 10개까지 확장한다는 계획도 바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타플렉스가 계획대로 성공하기 위해선 이마트타운의 사례를 꼭 기억해야 합니다. 과거 비슷하게 새로운 혁신 매장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이마트타운이 오픈 2년이 되도록 2호점 오픈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호점이 오픈한 게 2015년인데 아직까지 매장 수가 2개에 불과합니다. 그렇다고 이마트타운이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도 아닙니다. 새로운 미래형 매장으로써 가지는 가치는 충분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마트타운이 확장에 실패한 건, 미래형 매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의도는 좋지만 구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틀벙커, 매장 하나는 운영하기에 무리는 없지만 10개 되었을 때 방문한 고객들이 만족할만한 상품 구색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여 한두 개의 차별화 매장을 만들고 운영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이처럼 확장한다고 하면 난이도가 정말 말도 안 되게 올라가게 됩니다. 더욱이 이러한 매장들은 기본적으로 광역형 매장에만 적용 가능한데요. 이와 같은 조건을 갖춘 매장은 전체 중에서도 소수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롯데도 알고 있기에 전체 롯데마트를 리뉴얼하는 것이 아니라 월 매출 100억 원 이상이 나오는 10개 매장 정도를 전환 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고요. 결국 제타플렉스는 확장하기도 어렵고, 설혹 성공적으로 확장하더라도 제한적이라는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따라서 전체 롯데쇼핑, 특히 롯데마트 사업부를 살리기 위해선 지난 10월에 발표한 빅마켓 확대를 통한 창고형 할인점 시장 공략이 더 빠르게 실현되어야 합니다. 이마트의 반등을 이끈 것도 이마트타운이 아닌 트레이더스인것처럼 결국 창고형 할인점이 현재 남은 거의 유일한 오프라인의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창고형 할인점이라는 업태는 아직도 확장할 수 있는 여지도 남아 있고요. 오히려 매장 수가 늘어나면 가장 큰 차별화 요소인 가격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생기게 됩니다. 다만 롯데가 이미 빅마켓으로 도전을 안 해본 건 아니라서, 성공 가능성이 엄청 높진 않습니다.
또한 동시에 이커머스 채널인 롯데온도 하루빨리 정상 궤도에 올려야 합니다. 오프라인 자체를 살리는 것도 좋지만, 미래는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업체 만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선진시장인 미국에서 월마트가 유일하게 아마존의 경쟁자로 떠오른 것도 이와 같은 온오프 시너지를 내는 데 성공해서이고요. 역으로 아마존도 오프라인으로 확장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더욱이 경쟁자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품었기에 가만히 있으면 온라인에서의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고요. 이러한 격차는 다시 오프라인 경쟁에서도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마트가 없는 현대백화점과 달리 롯데는 이커머스 종합 플랫폼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볼까요? 롯데는 분명 위기 상황 속에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늦었지만 롯데가 적극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제타플렉스에선 분명 도약의 가능성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문제인 것은 변화의 타이밍이 꽤 늦었다는 거겠죠? 이처럼 다시 달리기 시작한 롯데,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지만 더 속도를 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