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9일, 법원은 타다에 무죄를 선고했다. 스타트업씬은 물론이고, 택시업계, 그리고 정치권까지 얽혀있던 이슈였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린 판결이었다. 결국 타다는 법원의 공인을 받은 합법적 서비스로 거듭난 것이다. 스타트업계에서도 대체로 혁신의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처럼 타다의 완벽한 승리로 막을 내릴 것만 '모빌리티 전쟁'은 사실 아직 진행 중이다.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검찰도 항소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사실 이제 공은 법정에서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에서 계류 중이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 선고 이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타다는 현행 운수사업법에 있는 '승차 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는 기사 알선 금지의 예외로 둔다'는 조항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당 조항이 수정되기 때문에 삽시간에 불법 서비스로 전락하고 만다. 물론 법원이 지금 막 결론 내린 사항을 국회가 입법으로 바로 뒤집으면 모양새가 쫌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국회에서도 수정안 내용을, 타다를 합법적인 영역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다시 논의하기로 하였다. 이 논의가 지난 26일에 이뤄질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현재는 다시 3월 이후로 연기된 상황. 코로나 3법을 우선순위로 하다 보니, 뒤로 밀리고 만 것이다. 여전히 안갯속인 처리 일정처럼 법안의 내용도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다. 아직 타다는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
택시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은 왜 타다에게 부정적인 입장일까? 왜 택시업계는 물론, 일부 모빌리티 업계 경쟁자들까지 타다 금지법을 밀고 있을까? 이들 간의 논쟁의 핵심은 '타다를 택시로 보느냐, 보지 않느냐'이다. 그게 왜 중요한 문제냐고?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 수 있다. 택시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안전하고 친절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목적지로만 데려다주면 되는데 말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어떻게 정의되느냐는 사업자 입장에선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규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우선 그렇다면, 법원에서는 내린 결론을 먼저 살펴보자. 타다가 이겼으니 당연한 말이지만 법원은 타다는 택시 아니라고 명확하게 결론을 내렸다. (타다의 판결문 요약은 여기서 볼 수 있다) 간단히 법원의 판결문을 요약하자면, 타다는 초단기 렌트 계약을 전자적으로 맺었을 뿐이다. 따라서 타다 사용자가 타다 차량을 이용하는 건 여객운송이 아니다. 즉 타다는 택시가 아니다. 이러한 판결이 내려진 배경 중 하나는 타다가 출시 이전부터 적극적으로 로펌이나 유관부서에 법령해석을 요청하는 등 위법성을 체크했다는 점도 고려되었다고 한다.
알고 보면, 이 점은 타다가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원래 타다 이전에 택시업계의 집중포화를 맞던 것은 카카오. 하지만 카카오 카풀이 취소되고, 타다의 이용자 수가 늘어나자, 그전까지는 가만히 있던 택시업계와 정치인들이 타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기네들은 철저하게 법 따져보고 시작한 사업인데 말이다.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타다를 공격하는 택시업계는 구태의 온상으로만 보인다. 실제로도 많은 인터넷 기사 댓글들을 보면 타다를 옹호하고 택시 업계를 비난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타다는 정말 단지 가련한 피해자일 뿐일까?
타다가 공격받는 진짜 이유
타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이 다소 바뀌게 된 것은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 하나부터였다. 그것은 타다와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스타트업 관계자의 이야기. 놀랍게도 그 관계자는 타다의 자세를 지적하였다. 국토교통부가 어찌 보면 집요하게 타다 금지법을 밀고 있는 이유는 어느 정도 타다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 논지였다.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들과 택시업계를 중재하려 정부는 여러 노력과 함께 자리까지 마련했지만, 타다는 아예 참석부터 거부했다는 것. 뭐 쏘카의 이재웅 대표가 정부와 국회를 향해 SNS에서 날 선 비판을 가하며 대립각을 세운 것인 익히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도 타다는 더 강경한 듯했다. 타다는 택시와 아예 결이 다른 서비스로,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택시와 타다를 비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물론 택시업계가 비판받는 이유는 스스로에게 있다. 만연한 승차거부와 난폭 운전, 불친절한 서비스. 장거리콜만 골라 받고, 외국인이나 어리숙한 고객들에게 미터기를 속이는 등. 택시기사와 그 주변 지인들을 제외하면, 택시 자체에 호감을 가진 사람은 찾기 힘들 정도이다. 하지만, 세상의 대부분의 문제가 그렇듯이 택시업계의 불친절도 알고 보면 구조적인 문제이다. 택시업계만큼 규제가 많은 사업도 드물 것이다. 면허 총량으로 공급량도 관리받고, 요금도 맘대로 정하지 못한다. 심지어 외관이나 차종마저도 제한받는 것이 택시이다. 왜 정부에서 그렇게 규제하냐고? 그래서 우리는 택시를 외국에 비해 저렴하게 누리고 있다. 낮은 택시비를 강요하는 대신, 정부는 공급을 강제로 통제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보장하는 것이 기본 틀. 여기에 사납금이라는 제도까지 더해지면서 택시 기사들은 불친절할 수밖에 없도록 '길들여진' 것이다.
그리고, 알고 보면 타다를 옹호하는 사람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타다는 꼼수를 부려 규제를 피해 사업한다고 보는 의견도 많다. 2월 27일, 되게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한 7개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가 타다 금지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재촉한 것이다. 응? 타다 금지법은 스타트업의 혁신을 규제하는 악법이 아니었나? 근데 스타트업들이 법안 통과를 지지한다고? 괜히 우리나라에서 우버가 사업을 포기했겠나? 아무리 스타트업이라도 현행법을 넘어설 순 없다. 우버는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사업을 해보려다가 결국 방법이 없자, 포기하고 우버택시 등 합법적인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략을 변경하였다. 카카오를 비롯한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정부의 가이드대로 택시 면허를 사서 사업을 준비하였다. 대규모 자본을 들여 이렇게 합법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준비했는데, 혼자 손쉽게 확장해가는 타다가 얄미울 수밖에 없지 않나?
물론 다시 한번 말하지만, 타다는 법원이 인정한 합법적 서비스이다. 적어도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이조차 꼼수라고 지적하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국민대 권용주 교수는 tbs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타다의 모순을 명확히 꼬집은 바 있다. 타다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사실 택시 아닌가? 타다의 사업 근거가 되는 조항은 2014년 렌털업계의 요청으로 추가된 것이다. 11인승 이상에만 허락한 거는 1종 면허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외 조항으로 둔 것일 뿐이다. 이를 이용한 건 합법이라 인정받는다고 해도, 법의 틈새를 이용한 좋게 말하면 영리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얍삽한 방법이다. 국토교통부가 타다 금지법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타다는 결론적으로 정부가 잘 관리해오던 여객운수 시장을 어지럽히는 미꾸라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혁신을 존중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다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 그들이 타다의 혁신성마저 부인해버리는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타다가 왜 잘 나갈까? 어떻게 출시했는지 2년도 안된 서비스가 170만 사용자를 확보했을까? 이게 단순히 법의 회색지대를 노렸기에 가능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타다를 공격하는 측은 타다가 법의 허점을 노린 유사 택시 서비스라고 폄하하기 바쁠 뿐이다. 물론 택시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해, 정부는 여러 정책적 규제를 마련했고, 그 속에서 택시 업계는 스스로 혁신할 기회를 희생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타다도 단지 그러한 규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와졌다는 것만으로 현재의 성과를 이룬 것은 아니다.
타다라는 서비스가 탄생하는 배경은 차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타다 서비스 탄생 풀스토리는 이 영상을 참고하면 된다) 그리고 타다가 주장하는 것처럼 타다는 택시 시장을 노린 것도 아니었다. 타다는 외국에서 활성화된 리모시장(리무진 등의 고급 운송 시장)을 개척하려 했었고, 그래서 서비스 품질에 더욱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국내 이용자들은 리모시장에 대한 인식이 없기에 택시와 혼동하긴 하지만, 처음부터 택시보다 비싼 요금제를 고수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 이유가 있었다. 한때 반짝했던 카풀 시장은 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웠고, 결국 초기 사용자 모집을 위한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러나 타다는 오히려 비싼 요금제에도 고객만족을 무기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UX에 집중한 타다의 선택은 분명 기존에 없던 방식이었고, 단지 택시 시장을 잠식한 것을 넘어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었다.
더욱이 타다의 진정한 강점은 데이터에 있었다. 타다를 운영하는 회사의 이름은 VCNC이다. VCNC의 이름은 낯설겠지만, 그들이 만든 첫 서비스는 대부분 알 것이다. 그들이 원래 처음 세상에 내어놓은 성공작은 바로 커플 전용 채팅어플 비트윈이었다. 응? 비트윈을 운영하는 회사가 왜 갑자기 모빌리티 서비스를? 대체 쏘카는 이 회사를 뭘 보고 인수한 거지? 처음 쏘카의 인수 소식을 들은 시장의 반응도 이랬었다. 하지만 비트윈을 만들면서 축적된 데이터 활용 능력을 아는 이들은 오히려 쏘카의 현명한 선택에 박수를 보냈다. 모빌리티 서비스만큼 데이터가 중요한 서비스도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로 타다는 출시 1년 만에 예상 도착 시간은 26%, 차량 1대당 호출 수는 113% 개선시키기도 했다. 데이터 기반 혁신으로 이룬 성과였다.
타다는 분명히 혁신을 이뤄내고 있는 중이고, 이는 존중받아야 한다.
타다의 운명은 이제 20대 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코로나 19로 인해 정국이 급변하고 있는데, 총선은 고작 1달 조금 넘게 남았기 때문이다. 판결 이후 타다는 이전과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다 프리미엄 지원을 강화하며 택시업계로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물론 아직 택시 업계는 총파업을 결의하였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취소하는 등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강경한 입장이다. 하지만 일선 기사들의 타다 프리미엄 관련 문의는 6배 이상 급증하는 등 공존할 수 있는 실마리도 일부 보이고 있다. 일부 모빌리티 업체들은 타다처럼 렌터카 방식의 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기도 하고, 해외 진출로 방향을 돌리던 업체가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등 모처럼 시장도 다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타다 문제는 한쪽을 일방적으로 응원하기에는 복잡한 면이 많다. 하지만 이용자의 입장에서 타다와 같은 편리한 서비스를 잃는다는 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모쪼록 타다가 보여온 혁신은 살아남고, 다시 꽃을 피울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안이 잘 정리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커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뉴스레터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보다 가볍지 않게 나눠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