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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Mar 19. 2020

망테크가 되어버린 D2C

잘나가던 D2C는 왜 천덕꾸러기가 되었나?

 한 때 열심히 즐기던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정석 테크트리라는 것이 존재하였다. 게임 맵과 종족상성에 따라 정해진 운영 방식이 정해져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테크에도 트렌드는 존재하였다. 한 때 각광받던, 테크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구시대적인 것으로 전락하기가 일쑤. 가끔 게임을 하다보면, 트렌드에 못따라가고 이런 옛날 테크를 따라가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 보통 이를 망테크[망한 테크트리]라고 부르곤 했다.


 비즈니스도 알고보면 참 게임과 비슷하다. 하나의 성공한 비즈니스가 등장하면 우후죽순처럼 이를 모방한 기업들이 등장한다. 한 때 GE가 그랬고, 도요타의 시대도 있었다. 아마 최근에는 구글이나 아마존이 그러한 교과서적인 테크로 대접받지 않나 싶다. 그리고 커머스에서도 교과서까진 아니지만, 근 몇년간 핫했던 비즈니스 모델이 있었다. D2C[Direct To Consumer],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여 유통비용을 줄이는 혁신적인 모델. 달러쉐이브클럽이나, 와비파커로 대표되는 이 모델은 진짜 핫했었다. 달러쉐이브클럽은 유니레버가 1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성공적으로 엑싯하였고, 와비파커는 유니콘이 되었다. 이렇게 VC들의 총애를 받던,  D2C모델.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노브랜드의 롤모델, 브랜드리스는 폐업하였고 아웃도어보이스의 파운더는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때 몰리던 투자금도,  이렇듯 많은 D2C 브랜드들이 위기를 겪으면서, 이러한 모델에 대한 회의감이 많아지고 있다. 


지금, D2C는 빠른 속도로 투자자가 '손절'하는' 망테크'가 되어버리고 있다.


  더이상 비용이 저렴하지 않다


 그렇다면 D2C 성공방정식은 왜 구시대의 것이 되어버렸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많은 D2C 회사들이 생겨나 버린게 문제였다. 음, 성공하는 모델이 생기면 이를 따라하는 미투 브랜드가 생기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지 않나? 더욱이 경쟁이 없는 시장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특히 D2C 기업들에게 치명적이었던 건, 이들이 모두 온라인 광고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물건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고, 유통비용을 줄이는 게 경쟁력의 원천이었는데, 고객획득비용[CAC, Customer Acquisition Cost]이 상승하면서 경쟁력이 사라지고 만 것. 실제로 페이스북에서 18년에 클릭당 비용이 0.43달러였는데, 1년 만에 0.64달러로 올랐다고 한다. 한때 페이스북이 적은 돈으로도 많은 고객에게 홍보를 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었다면, 이제는 돈을 쏟아부어도 효과를 체감할 수 없는 레드오션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어느 D2C 투자자는 'CAC가 새로운 임대료'라고 칭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상황을 부채질한 것은 바로 VC의 투자금이었다. 와비파커 같은 모델이 성공을 거두자, 많은 투자금이 D2C 브랜드로 몰렸다. (와비파커 자체도 많은 D2C 브랜드에 투자를 하였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듯이, 투자에도 당연히 치뤄야 할 댓가가 있었다. 투자자들은 빠른 성장을 원했고, D2C 브랜드들은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태울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결국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광고 플랫폼들만 신나게 된다. 광고비가 오르니까 말이다. 그럼 같은 돈으로 고객을 확보하기는 매우 어려워지고, 수익성은 악화된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위워크 사태 이후,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수익이 주요한 화두가 되어버리면서, D2C 브랜드들의 설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상품이 딱히 좋지도 않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동안, 기존 전통 기업들은 뭐하고 있었을까? 이들도 바보가 아니니, D2C 성공 모델을 답습하기 시작한다. PB를 대항마로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D2C 상품만큼 가성비 있는 PB들이 등장하면, 솔직히 답이 없다. 유통망도 튼튼하고, 상품 개발력? 스타트업보다 뛰어나면 뛰어났지, 떨어질리가 없다. 이런데 제2의 와비파커를 꿈꾸는 스타트업들은 끊임 없이 경쟁자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딜레마에 빠져 결국 폐업까지 하고만 브랜드가 바로 브랜드리스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비용이 늘어나면서 3달러 정찰제라는 정체성을 버릴 수 밖에 없었고, 새로 만들어낸 상품들도 다른 데서 파는 상품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매출이 계속 성장해야, 투자금 대비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성장이 정체되어버리고 커진 덩치에서 비용은 계속 발생하자 폐업을 해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안경(와비파커), 캐리어(어웨이), 매트리스(캐스퍼) 등 단일 아이템에 집중한 회사들은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왜냐면 기능성이 중요한 하나의 아이템에 집중하면 아무래도 상품 우위를 유지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도 고민은 있는데, 단일 아이템, 카테고리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행용 캐리어나 매트리스는 교체주기가 매우 길기 때문에 더 치명적인 상황이다. 


 결국 초기 고객을 확보하는 비용은 늘어나서, 소자본으로 성공하기가 어려워졌고, 어렵게 초기 고객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이를 유지하는 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이정도면 D2C가 망테크가 되어버린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가?


D2C 브랜드가 살아남으려면?


  그렇다면 D2C 브랜드들에게 희망은 없을까? 망테크라고 하긴 했지만, D2C는 결코 잘못된 접근 방식은 아니다. 이게 정말 망하는 길이라면, 나이키나 이케아가 아마존과 결별하면서 D2C 모델로 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왜 하겠는가. 유통단계를 줄이면 제조사는 당연히 비용이 줄어들어 수익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아예 시작부터 D2C 브랜드를 표방한 스타트업 혹은 신사업들은 접근 방식을 바꿀 필요는 분명 있다.


 우선 초기 고객을 확보하는 마케팅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국내 D2C  성공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단순히 아이템이 좋거나 상품 가성비로 승부를 하기보단, 마케팅에 집중하였다. 클럭 마사지기, 공백 세탁조 등이 상품이 정말 탁월해서 뜬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같은 상품을, 같은 비용으로 광고하더라도 남다르게 했기 때문에 많은 경쟁 기업들을 누르고 승자가 된 것이었다. 특히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들을 연이어 띄운 블랭크의 능력은 정말 돋보였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일시적인 성공은 가능해도 지속적인 생존은 어렵다. 생존하려면, 고객 리텐션을 유지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달러쉐이브클럽이 지속적으로 잘 나가는 이유는 그들이 구매주기가 짧은 면도기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한번 구매한 고객들은 2주마다 지속적으로 재구매하고, 자연스럽게 이들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바이럴되면서 어느새 확보한 유료 고객이 300만. 달러쉐이브클럽은 단일 아이템으로도 충분히 성장하고 있다. 유사하게 와비파커도 Scout이라는 콘택트렌즈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클럭은 그래도 지혜로웠던게 마사지기 패드를 끊임 없이 교체해줘야 한다. 2번째 상품도 정기적인 필터 교체가 필요한 차량용 공기청정기라는 점도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2가지 아이템으로 의미 있는 볼륨을 확보할 순 없기 때문에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블랭크도 아직은 미지수이다. 이미 해외 진출까지 했음에도 매출이 1,200 내외에서 정체된 상황. D2C 브랜드보다는 마케팅 역량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와비파커의 공동 창업자인 닐 블루멘탈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창업하는 데 이렇게 돈이 조금 들었던 적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성장하기가 이렇게 어려웠던 적도 없었을 겁니다"(“It’s never been easier or less expensive to start a business, but it’s also never been harder to scale one”)


지금 이순간도 수많은 스타트업과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또 사라져가고 있다. 창업의 장벽은 낮아졌지만, 생존의 장벽은 높아진 시대. 장벽을 뛰어넘어, 제2의 달러쉐이브클럽과 와비파커와 같은 유니콘이 우리나라에서도 등장하길 바래본다.


[참고 : Why All the Warby Parker Clones Are Now Implo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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