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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Mar 30. 2020

'감자파는 도지사'가 보여준 혁신

소셜임팩트가 따로 있나, 지자체가 커머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CEO가 누구일까,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 배민의 김봉진 대표? 대중적으로 나름 알려진 기업인들은 많기 하지만,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같은 스타 경영자라고 부르기엔 대중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특성상, 기업인이 경제뉴스를 제외한 매체에 등장하는 게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보면 우리도 정말 스타 기업인을 보유하고 있다. 공중파 예능 고정만 2개. 심지어 개인 유튜브 채널까지 보유한 소통왕. 누군지 감이 오시는지? 바로 더본코리아의 백종원 대표이다. 스스로 고사했다고 하지만, SBS 예능 대상의 유력한 후보로 몇년 째 거론될 정도로 성공한 방송인이기도 한 백종원 대표는 방송활동을 하는 이유가 공익적 목적임을 수차례 밝혀왔다. 골목상권 살리기가 목표였던 골목식당에 이어 그가 런칭한 방송은 맛남의 광장. 지역의 농/수/축산물 소비 촉진화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단지 방송을 통한 홍보를 넘어서 본인의 실제 인맥을 활용한 판로마저 개척해낸다.

바로 못난이 감자를 무려 이마트의 정용진 부회장을 섭외하여 30톤을 이틀 만에 팔아 버린다. 즉석해서 정용진 부회장과 통화하고, 자연스럽게 이마트에 맛남의 광장 코너가 생기는 모습은 연출된 것이겠지만, 그동안 농산물 등의 폭등과 폭락으로 인해 생겨난 여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었다. 이마트가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린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하지만 맛남의 광장과 이마트 만으로,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순 없다. 농/수/축산물이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는 건 거의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16년 6만 2천톤, 17년에는 7만 4천톤이 가격 폭락으로 폐기되었고, 5년간 폐기비용으로 지출된 것만 무려 500억 원. 올해 폭등한 작물에 사람들이 몰리고, 결국 그 다음해에 너무 많은 공급으로 가격 폭락. 그리고 폭락으로 인해 재배는 줄어들고, 다시 폭등이 반복되는 악순환. 정부는 2017년부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채소가격안정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가격은 폭등 시 손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계약재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언제쯤 이러한 뉴스가 사라지게 될까.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매년 고통을 겪고 있다.



바보야 문제는 유통이야

  그렇다면 모두가 괴로워하는 문제가 반복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문제는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유통이다. 국내 농산물 시장은 다수의 영세한 판매자와 소수의 대규모 판매자로 이루어져 있다. 소매 접점은 대형마트와 SSM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이들이 필요로하는 거대한 수요를 채우기 위한 도매상들이 존재. 결국 유통경로는 복잡해지고, 그 과정 속에서 중간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현지 도매가가 폭락하더라도, 이러한 중간비용 때문에 소비자가는 올라갈 수 밖에 없고,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수요창출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유통 문제를 해결한 아이디어를 익히 알고 있다는 것. 지난 번 글에서 다룬 D2C가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 단계를 없애고, 직접 연결하여 비용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 아니던가. 하지만 D2C는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럼 누가 D2C를 하냐고? 마케팅 잘하는 데가 한다. 대표적인 회사가 블랭크. 블랭크는 뛰어난 마케팅 능력으로 대규모 수요를 창출하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돈 버는 D2C 모델을 만들어 성공한다.


힙하다 힙해, 강원도


 어려운 농민들, 어민들을 위해 폭락한 상품을 특판한다. 사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어떤 농작물 가격이 폭락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소비촉진운동이다. 하지만 우리 기억에 남은 캠페인은 딱히 없다. 공무원 분들이 모인 행사에서 장터를 연다던가, 해당 작물을 활용한 시식회를 연다는 정도? 그래서 최근 백종원 대표가 레시피를 공개하여 소비를 촉진하는 방식이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감자 파는 도지사'는 신박했다. 왜냐면 블랭크나 에이블리가 보여주는 마케팅을 가미한 완벽한 D2C 모델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감자 특판이 시작된 건 지난 3월 11일. 우선 가격이 착했다. 10kg 1상자가 단돈 5천원. 거기에 무료배송이라니. 위메프나 티몬의 타임딜을 보는 듯 했다. 놀라운 건 이렇게 팔아도 도매로 넘기는 것보다는 낫다는 사실. 하지만 강원도의 힙함은 가격에서 나오는 게 아니었다. 파워 인플루언서인 최문순 도지사의 트위터 계정을 '감자파는 도지사'로 바꾸고, 적절한 드립까지 날리니 그저 감자할 수 밖에. 감자 특판 소식은 정말 핫한 트렌드가 되었다.


 거기에 영상도 적절히 활용하였는데, 보통의 지자체 콘텐츠와 달리 주인공이 무려 캐릭터. 평창의 아이콘 수호랑과 반다비를 닮은 범이, 곰이라는 캐릭터인데. 최근 펭수나 워크맨스러운 영상을 만들려 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조회 수로 보면 대박난 영상은 아니지만, 최신 마케팅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강원도의 노력이 보인다고나 할까? D2C부터 미디어커머스까지 왠만한 전통 유통 기업의 DT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강원도였다.


커머스로 사회문제 해결하기를 응원해본다


 소셜 임팩트라는 단어를 혹시 들어봤는가? 비즈니스 모델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을 의미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타다는 과도한 차량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인 것 처럼 말이다. 이번 강원도 사례는 대규모 유통망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엄청난 광고비를 쓸 수 없는 지자체지만, 잘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면 사회문제를 아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이번에 강원도와 최문순 도지사가 보여준 거 같다. 경기도도 비슷한 형태의 특판을 진행하였고, 강원도 동해시에서 오징어 판매하기로 이어진다고 하는데, 이러한 좋은 시도들이 계속 이어지고, 성과를 거두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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