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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Apr 06. 2020

슬기로운 배민의 기부생활

디테일이 달랐던 배민의 기부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위기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사람들의 생명은 물론 경제활동도 위협하고 있다. 이미 올해 대부분의 주요 국가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측되고 있고, 우리 주변에도 많은 이들이 신음하고 있는 상황. 특히 경제적 약자들인 저소득층과 소상공인은 당장 오늘의 생존을 염려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말았다.


 이러한 위기의 순간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연대의식 아닐까. 각계각층에서 따듯한 기부의 손길을 어려움을 처한 이들에게 내밀고 있다. 이러한 기부 행렬에 물론 커머스 기업들도 앞다투어 참여하고 있다. 돈이나 물자를 직접 지원하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마스크나 손소독제 기부를 프로모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너무 많은 개인과 기업이 기부를 하다보니, 묻히는 경우가 생길 정도이다. 심지어 금액이나 방식을 평가하며, 기부를 하고도 욕먹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검사키트, 마스크 기부의사를 밝혔다가 오히려 비난의 역풍을 맞은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 경우는 기부자가 억울했던 사례이긴 하다. 하지만 이제 기업의 기부도 단지 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도 중요해진 사회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듯 기부하는 것도 어려워진 시대에, 기부를 정말 멋지게 한 기업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바로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 형제들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우아한형제들(이하 배민은) 기업 이름처럼 정말 우아한 자태로 멋지게 기부를 했다. 특히 예전부터 브랜딩으로 유명했던 배민인 만큼 "역시 배민이다"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참으로 시의적절한데, 빠르기까지


 우선 배민의 기부가 찬사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 하나. 참으로 시의적절한 지원을, 누구보다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배민의 지원책은 일단 규모부터가 달랐다. 약 300억 규모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액수. 더욱이 지원 대상도 배민의 주요 고객인 소상공인에게 집중한 점도 좋았다. 어떻게 지원했냐고? 마치 건물주가 월세를 깎아 주듯이 광고비 50% 환원하는 방식이었다. 뭐 돈으로 기부한게 아니고, 깎아주는 거 가지고 생색내는거 아냐? 물론 안좋게 보면 그렇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아한 형제들의 작년 실적은 마이너스 364억 원. 매출은 늘었지만, 4년 만에 영업이익 적자로 돌아선 상황. 결코 여유롭지 않은 경영 환경속에서, 광고비를 덜 받는 다는 건 박수 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3,4월이라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바로 지원을 결정했다는 그 타이밍까지. 빈틈 없이 꽉 찬 지원책이라 할만 하다.


 물론 배민은 소상공인 말고 다른 고객들도 놓치지 않았다. 우선 또다른 주요 이해관계자인 라이더스들에 대한 지원책도 이미 2월 말에 내놓았다. (자가격리 시 2주간 생계 보전비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또한 배민을 실제 사용하는 고객들 중 가장 취약한 저소득층에게 식사쿠폰도 제공하였다. 그 규모도 무려 30억 원으로 말이다. 그래서 총 규모가 300억 원. 일단 액수로 압도하는 배민이었다.


무엇보다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배민의 기부가 정말 칭찬 받아야 하는 이유는 단지 규모와 타이밍 때문 만은 아니다. 배민의 정말 잘한 구석은 디테일에 있다. 이미 취약계층에게 식사쿠폰 지원을 했다는 건 언급한 바 있다. 바로 중요한 디테일은 그 식사쿠폰에 있다. 그것은 바로 취약 계층이 이 쿠폰을 사용해도 식당에서는 절대 알 수 없도록 쿠폰을 설계했다는 점. '가난한 처지'를 알린다는 건 지원받는 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일일 수 밖에 없다. 배민은 바로 그러한 감정적인 부분까지 고려하여 이번 지원책을 설계한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신박한 이벤트들로 만들어 온 배민의 브랜딩 실력이 이러한 디테일에서 드러나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배민의 이러한 섬세한 배려가 더욱 눈이 가는 건, 한 때 배민이 디테일을 놓쳐 많은 비난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작년 여름에 연예인 쿠폰 사건을 기억하는가? 안그래도 배민은 시장 선두업체로써, 고객혜택이 경쟁 플랫폼에 비해 짜기로 유명했었다. 그렇게 VIP들에게는 천원 쿠폰을 겨우 주면서 연예인들에게는 무료 1만원 쿠폰을 홍보용으로 마구 뿌렸던 것이다. 이 사건은 호만 가득했던 배민의 이미지에 불호가 붙기 시작한 대표적인 분기점이기도 했다. 당시 신춘문예, 치믈리에 같은 힙한 프로모션을 통해 브랜딩 잘하는 기업으로 소문났던 배민이었고. 배민 입장에선 큰 고민 없이 결정했던 프로모션 아니었을까? 어찌보면 내부에선 광고모델을 안쓰고도 바이럴을 시키는 신박한 마케팅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을 섬세하게 헤아리지 못한 결과, 강력한 역풍을 맞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지원책의 디테일을 바라보면, 아 배민이 정신차렸구나. 과거의 실수를 디딤돌 삼아 발전하구 있구나를 여실히 느낄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배민,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렇게 멋진 기부를 한 배민이지만, 아쉽게도 여전히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우선 경영환경 자체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좋아진 몇 안되는 기업이 바로 배민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배달 수요가 늘어서 주문량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도한 주문 몰림 현상으로 인한 배달 지연 문제도 있긴 하지만, 시장 1위로 성장이 정체된 배민에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또다른 기회이다. 더군다나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B마트도 이번 일로 계기로 자연스럽게 안착했다는 점도 배민에게는 큰 호재일 것이다.


 하지만 배민에겐 여전히 안티들이 너무 많다. 특히 지난 딜리버리히어로에게 피인수된 것은 치명타였다. 안그래도 배달앱들이 자영업자들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프레임으로 곤혹을 겪던 배민에게, 외국계 기업에게 인수되었다는 '게르만의 민족' 논란은 치명타였다. 여기에 요기요와 실질적으로 한 기업이 되었기에 발생한 독점 프레임은 새롭게 배민을 괴롭히고 있다. 배민은 여러 위기들을 돌파하고자,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요금체계를 변경하였는데, 바로 이재명 경기도 도지사에게 저격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스타트업의 성공모델에서 자영업자들을 괴롭히는 독점 플랫폼으로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도 변하고 있다. 이 와중에 쿠팡이츠, 위메프오 같은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쿠팡과의 경쟁은 B마크 VS. 로켓배송/와우, 쿠팡이츠 VS. 배민라이더스 구도로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며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배민은 여러 위기들을 잘 돌파해 왔다. 많은 경쟁 서비스들을 물리치고 배달 시장 최강자가 되었고,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유니콘의 엑시트 성공모델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러한 배민의 성공의 기반에는 바로 브랜드 마케팅이 있었다. 다시 배민은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팬들만 있던 초기와 달리 늘어난 안티팬들은 배민에게는 매우 뼈아픈 지점이다. 이러한 중첩된 위기상황들을 디테일을 찾은 배민의 브랜딩이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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