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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Oct 14. 2020

네이버 네 죄를 네가 알렷다!

공정위 네이버 과징금 267억 부과

아래 글은 10월 14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과징금 267억 나왔습니다-

지난 10월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적 지위를 악용하여 소비자를 속인 네이버에게 과징금 267억 원을 부과하였습니다. 플랫폼 사업자의 '자사 우대' 행위에 대한 국내 규제 기관의 제재로는 사상 최초라고 하는데요. 당연하게도(?) 네이버는 억울하다며, 공정위 결정에 불복하고 법원으로 싸움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따라서 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봐야겠지만, 이번 공정위의 조사 결과 발표만 보면, 네이버의 검색결과 조작은 매우 의도적이면서, 또한 동시에 치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례를 말씀드리면요. 2012년 네이버는 오픈마켓 샵N 서비스를 출시한 후, 가중치를 임의로 조정하여, 자사 상품이 검색결과 페이지의 15~20% 정도로 노출되도록 하였고요. 이어서 15년에는 같은 쇼핑몰 상품은 중복 노출되면 순위가 떨어지는 로직을 도입했지만, 자사 오픈마켓은 판매자가 다르면 다른 쇼핑몰로 인식되도록 구멍을 만들어 상위에 노출시켰습니다.


또한 네이버페이가 출시되자, 담당 임원의 요청을 받아 네이버페이 적용상품이 더 잘 노출되도록 조정하거나, 네이버TV의 동영상이 경쟁사 티빙이나, 판도라의 것보다 더 먼저 보이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냐고요?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2015년 5% 남짓이었던 네이버의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은 2018년 21% 수준으로 4배나 뛰어올랐습니다. 2020년 현재 네이버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쿠팡과 함께 양강으로 군림하고 있을 정도이지요. 


  

구글은 벌금만 3조 원인데?

그래서일까요. 억울하다는 네이버와 달리, 업계의 시선은 매우 차갑습니다. 오히려 과징금이 너무 솜방망이 아니냐며 역으로 불만을 토로하는데요. 사실 이번 공정위의 제재 결정은 2017년 EU 집행위원회가 구글에 내린 것에 영향을 받았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당시 구글도 구글 쇼핑의 검색결과 알고리즘을 임의로 조정하여, 자사의 쇼핑 서비스 조회 수를 늘리다가 처벌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당시 구글에 부과된 과징금이 무려 24억 2천만 유로, 우리 돈으로는 약 3조 3천억 원. 그거에 비하면 네이버에 내린 이번 과징금은 오히려 약소하다는 게 경쟁업체들의 주장입니다.


이러한 불공정 행위 덕택인지 네이버는 수년간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폭발적으로 늘려왔고요. 올 상반기 쇼핑 관련 매출만 1.5조 원! 이렇게 보면 267억 원도 되게 작게 보일 수밖에 없지요. 더욱이 얼마 전 제빵 원료 '통행세'를 거래해서 과징금 647억 원을 내게 된 SPC에 비해서도 너무 약하다는 의견도 많고요. 무엇보다 공정위가 네이버에 내렸다는 시정명령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실체가 모호하다는 것도 이번 제제의 한계점으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결국 센 녀석만 살아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제재로 쇼핑 제국 네이버가 흔들릴 것 같진 않습니다. 오히려 네이버의 시장 지배력은 점차 강화되고 있는데요. 네이버가 이제는 고객 정보나 판매 데이터까지 모두 싹 쓸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적극적으로 중소 브랜드들은 아예 자사의 채널에 입점하도록 유도하고 있고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네이버는 상품정보, 판매정보, 고객정보까지 모두 한 손에 쥐게 됩니다. 향후에는 물류까지 네이버가 투자한 스타트업들로 연결시켜 커머스의 전 프로세스를 다 네이버 생태계 안에 가두려는 게 그들의 최종 목표이지요.


이런 식으로 네이버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선, 다른 쇼핑몰이나 브랜드는 자체 채널을 강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최저가를 네이버에 노출하지 않는 등 탈 네이버를 위한 자구책들을 마련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 이미 과거에 이베이, 11번가, 인터파크 등이 탈 네이버를 외치며 결별했다가 다시 머리를 숙이고 입점한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과 같은 거대 플랫폼들도 네이버를 통해 들어오는 트래픽이 빠지면서, 동시에 줄어드는 거래액을 감당하지 못했던 겁니다. 결국 쿠팡처럼 탄탄한 로열티 고객을 확보한 플랫폼만이 네이버에서 벗어나 독자생존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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