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의 신용평가업 진출, 의미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래 글은 2022년 03월 09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국내 빅테크 기업들이 연이어 신용평가업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그간 씬파일러로 분류되어, 불리하게 평가받던 개인 사업자들인데요. 이들이 높은 금리와 낮은 한도의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건, 금융거래 실적이나 신용점수 만으로 이들을 평가하기엔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러한 전통적 신용평가 모델은 한계가 분명하기에,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평가 모델 개발이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개인 사업자뿐 아니라, 사회 초년생 등 금융 소외 계층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들을 놓치는 건, 금융 기업들 입장에서도 손해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최근 국내 금융당국이 중,저 신용자 대출 확대를 정책적으로 장려하면서, 시장이 더욱 커지고 있고요. 다만 관건은 얼마나 합리적인 평가 모델을 새로이 만드냐일 겁니다.
따라서 새롭게 신용평가업에 도전하는 이들은 금융 이외의 데이터들을 확보하는데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반기 중 본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어, 가장 앞서가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를 가진 한국신용데이터와 손을 잡았고요. 이외에도 SGI서울보증, KB국민은행, 현대캐피탈, 전북은행, 웰컴저축은행 등이 뭉쳤는데, 이들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들을 공유하며 더 정교화된 평가 모델을 만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실 진도를 빨리 뺀 카카오뱅크보다 후발주자인 토스의 신용평가업 진출에 조금 더 관심이 가는데요. 이는 이미 토스가 중,저 신용자 대출 비중을 30%를 돌파하며, 은행권 1위에 올라서는 등 숫자로 증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을 출범시킨 것도 중금리 대출 활성화 목적이 컸는데요. 카카오뱅크가 작년 중금리 대출 비중이 20%도 되지 않아, 비판을 받은 것에 비해 확실히 토스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 셈입니다.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던 건, 토스가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모형 덕이었습니다. 다른 은행에선 중,저신용자로 판단한 4명 중 1명을 토스는 고신용자로 상향 분류되었고요. 이러한 적극적인 재평가를 통해 '건강한 중저신용자'의 대출금리를 6~7%에서 3%대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합니다.
토스가 선택한 파트너들도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는데요. 토스가 신용평가업에 진출하기 위한 동료로 택한 이들은 배달의민족과 카페24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이야 말로, 국내에서 개인 사업자들의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확보한 곳들이라 할 수 있고요. 더욱이 동시에 테크 역량을 갖춘 곳이기에, 더 큰 시너지를 기대할 만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토스의 신용평가업 진출은 얼마나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까요? 우선 하나의 기업이 금융과 커머스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아마존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던 아마존 렌딩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골드만삭스와 협업하는 것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의 일인데요.
아마존은 금융 당국의 규제는 피하면서, 금융기업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단독으로 진행했다면, 아마 독점 규제를 받았을 겁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토스가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커머스와 금융을 다 거느린 플랫폼 기업과의 싸움에서 밀릴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사실 그간 토스는 카카오나 네이버와의 핀테크 경쟁에서 실제 구매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한계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다소 뜬금없이 타다를 인수한 것 역시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함이었고요. 하지만 신용평가업 진출을 계기로 배달의민족이나 카페24와 같은 강력한 우군을 얻게 된다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게 되는 셈입니다.
동시에 토스와 함께하는 커머스 플랫폼들에게도 이는 탁월한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입점 셀러에게 신용대출을 주는 건 금융기업들뿐 아니라, 커머스 기업들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셀러들을 플랫폼에 락인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간 이는 네이버가 사실상 독점하듯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빠른 정산에, 신용대출 지원까지 네이버가 주는 금융 관련 혜택들은 스마트스토어의 고속 성장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었고요. 하지만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금융시장이라는 것이 문턱이 너무 높아 아무나 진출할 순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데이터를 매개체로 혈맹을 맺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겠지요. 이처럼 토스의 신용평가업 진출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과연 네이버나 카카오, 혹은 전통 금융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앞으로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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