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즐리의 특별한 플라이휠이 바로 그 비결이었습니다
아래 글은 2022년 03월 30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5년 전의 약속을 지키러 왔습니다", D2C 스타트업 와이즐리가 전 제품의 가격을 43% 낮춘다는 소식을 전하며 내세운 메시지였습니다. 와이즐리는 5년 차 브랜드인데, 창업 당시 내세웠던 '좋은 생활용품을 가능한 낮은 가격에 제공하겠다'라는 비전을 지키게 되었다는 의미였는데요. 더욱이 일시적 할인 프로모션이 아니라, 영구 가격 인하라는 점에서, 치솟고 있는 물가와 반대로 가고 있는 와이즐리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와이즐리 마케팅 팀장이 말하는 가격 인하를 가능케 했던 요소는 크게 자사몰을 통한 판매, 정교한 수요예측, 광고비 인하라는 3가지입니다. D2C를 고집한 덕택에 유통 수수료를 아낄 수 있고요. 수요 예측을 통해 원가는 낮추고, 광고비를 덜 써서 비용도 줄이니 가격 인하가 가능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찬찬히 다시 살펴보면, 결국 와이즐리가 말한 결정적인 성공 요소들은 다른 D2C 브랜드들이 내세웠던 전략과 다를 바 없습니다. 디지털 채널을 적극 활용하여, 불필요한 유통 경로를 없애고, 거래 비용을 줄여 이를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려준다는 것이 D2C의 기본 개념이니까요. 그럼에도 와이즐리가 유독 특별해 보이는 건, 사실 시장에서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D2C 브랜드들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때 투자자들의 총애를 받던 D2C 브랜드들이 몰락하게 된 것은 디지털 마케팅을 통한 고객 획득 비용이 상승하면서부터였습니다. 한때 국내에서도 잘 나가던 미디어 커머스 기업들이 반짝 성과를 낸 후 존재감을 잃어버린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특히 최근 구글과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강화되면서 타깃 광고 효율마저 떨어지자, 비용은 더욱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예 디지털 광고가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을 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와이즐리는 광고 만으로 고객을 모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와이즐리는 페이드보다는 오가닉을 통한 고객 확보에 집중하였는데요. 이를 위해 그들이 택한 방법은 상품 개선에 집중하자는 거였습니다. 초창기 와이즐리의 면도기 제품은 절삭력으로 인해 평이 좋지 않았습니다. 오랜 기간 이를 개선한 신제품을 내놓은 와이즐리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던 고객에게 이를 선물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한 달 만에 총 35,000명의 이탈 고객이 돌아왔다고 하는데요. 거창한 TV광고보다 오히려 더 효과가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물론 이렇게 스케일업에 적극적이지 않고, 오가닉을 통한 성장을 추구하다 보니, 속도는 조금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오픈서베이 조사 기준으로 2019년 날 면도기 시장 점유율 6%였는데, 올해 초에도 10% 정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하라는 선택을 과감하게 내릴 수 있었던 건 최근의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이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 인하를 하면, 단기적으로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남성 날 면도기라는 하나의 아이템 만을 판매했다면, 아무리 비용 구조가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매출 볼륨 자체가 너무나 줄 수 있기에, 가격 인하를 쉽게 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와이즐리는 그간 제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왔습니다. 면도기로 시작해서, 쉐이빙 젤, 클렌징 폼, 로션, 샴푸, 칫솔, 영양제까지, 정말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와이즐리는 고객당 매출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낮아진 가격은 이와 같은 교차구매를 더욱 활성화시킬 것이고, 그러면 오히려 매출 볼륨을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계산인 겁니다.
더욱이 와이즐리가 취급하는 모든 제품들은 정기 구매를 필요로 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입니다. 93%라는 높은 재구매율이 말해주듯이, 한번 구매를 시키면 지속적인 매출로 전환시킬 수 있고요. 더욱이 기존 상품의 배송망에 이를 태움으로써 물류비용을 낮출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보다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만들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겠지요. 이렇듯 강력한 플라이휠을 만든 와이즐리, 다른 D2C 브랜드들도 꼭 참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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