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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Apr 07. 2022

쉬인은 어디까지 비상할 수 있을까요?

그 누구보다 패스트 패션의 본질에 집중한 것이 쉬인의 성공 비결이었습니다

아래 글은 2022년 04월 06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자라와 H&M을 합친 것보다도 큽니다

 혹시 쉬인(Shein)이라는 SPA 브랜드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쉬인은 최근 무려 120조 원의 기업 가치를 기반으로 1조 2천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 중인 걸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는 패스트패션 브랜드입니다. 이 정도 규모면, 자라와 H&M을 합친 것보다도 기업 가치가 큰 것이라 하는데요. 더욱 놀라운 사실은 쉬인이 중국의 브랜드라는 사실입니다. 중국 브랜드가 보통은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쉬인은 무려 전 세계에서 3번째로 가치 있는 스타트업이라고 합니다 (출처: 쉬인)


 그렇다면 쉬인의 기세는 얼마나 대단한 걸까요? 사실 국내에서 워낙 럭셔리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고, 유니클로가 몰락하면서 SPA 브랜드들은 조금 어렵지 않나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잠시 부침을 겪긴 했지만, 작년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실적은 양호했습니다.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온라인 비중을 늘려서 자라로 유명한 인디텍스의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인의 기업가치가 이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을 압도한다는 건 그만큼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걸 의미합니다. 실제로 쉬인은 이미 세계 최대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이면서,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쇼핑 앱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더 빠르고, 더 다양한데, 더 쌉니다

 그렇다면 쉬인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요? 생각보다 단순한 그 비결은, 쉬인이 그 누구보다 SPA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브랜드였다는 겁니다. SPA 브랜드가 패스트패션이라고도 불리는 건, 디자인부터 생산, 유통까지 2~3주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쉬인은 그 속도를 최대 5일 정도로 더 줄였습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하여, 속도를 올리면서, 효율도 같이 개선하여 오히려 제조 원가는 더 낮췄습니다. 그 덕에 더 빠르게 트렌드에 반응하여, 더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더 싸게 팔 수 있었습니다.


 기존 패스트패션 브랜드보다 더 빠른 속도를 보인다는 울트라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쉬인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영국의 아소스가 대표적인데, 그래도 그들은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2주는 걸렸습니다. 물론 이것만 해도 자라에 비하면 2배 이상 빠른 속도였지만, 쉬인은 이를 다시 절반 이하로 단축시킨 겁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압도적인 속도가 가능했던 건 역설적으로 쉬인이 중국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쉬인은 우리의 동대문 시장과 같은 광저우 의류 도매 시장을 배후지로 두고 있는데요. 이처럼 탄탄한 공급망을 바로 옆에 둔 덕택에, 쉬인은 패스트패션의 강점을 제대로 살릴 수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유럽과 미국의 경쟁자들은 높은 인건비 때문에, 생산 기지를 아예 멀리 둔 경우가 많았고요. 자라처럼 본사 인근에 생산기지를 꾸린다 하더라도, 속도는 몰라도 원가 경쟁에서 쉬인을 따라잡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티나쉬, 케이티 페리, 헤일리 비버 등 유명 연예인과의 협업은 쉬인의 성공에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출처: 게티 이미지)


 또한 쉬인이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에 집중한 것도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되었는데요. 온라인 비중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지난 팬데믹 기간에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소셜 마케팅에 능숙했다는 점도 이러한 성장에 크게 기여했는데요. 조지아 토폴로를 비롯한 스타 인플루언서들을 동원하여 2억 5천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모으고, 티나쉬, 케이티 페리, 헤일리 비버 등 유명 연예인들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하며 브랜딩 하였습니다. 그 덕에 매장 없이도, MZ세대가 선망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고요.


하지만 분명히 약점은 있습니다

 이처럼 쉬인은 마치 기계와 같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생산하여 테스트하는 방식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을 극대화시킨 기업입니다. 그래서 생산한 제품 중 고작 6% 만이 90일 이후에도 재고로 남아있을 정도로 운영 효율화의 끝판왕이 되었는데요. 하지만 그렇기에 동시에 크나큰 약점들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디자인 카피 논란이 계속 따라다니고 있고요. 너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제품 구매를 유도하여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낮은 원가도 불공정한 노동 관행으로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도 받고 있고요.


 틱톡, 화웨이 등 분명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둔 중국 브랜드들이 있었지만, 이와 같이 불투명한 여러 요소들로 인해 급격히 몰락하거나, 이에 준하는 위기를 겪곤 했습니다. 쉬인이 롱런하려면 자신들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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