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 우리는 오롤리데이의 팬이 되게 됩니다
오롤리데이라는 브랜드를 처음 알게 된 건, 언제였을까?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 피드였던 것 같기도 하고, 와디즈 펀딩이었던 것도 같다. 아니, 중국 업체의 디자인 도용 뉴스였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뭐 그건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다. 정말 나에게 의미 있었던 건, 오롤리데이라는 브랜드의 매력에 빠지게 된 순간이니 말이다. 어쩌다 우연히 들리게 된, 더 현대 서울의 오롤리데이 해피어마트 팝업 스토어. 나름 마케터라는 직무로 일하고 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그날. 난 오롤리데이의 브랜딩에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그래서 너무 신이 나서, 참지 못하고 잠을 줄여가며 바로 후기를 쓸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마법과 같은 일은 그다음에 다시 일어난다. 내가 오롤리데이의 찐팬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사소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 후기 하나를 놓치지 않고, 선물까지 보내주었던 그 정성. 그렇게 내 이름이 불린 순간 난 오롤리데이라는 브랜드의 진짜 찐팬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롤리데이의 인스타그램, 유튜브는 물론, 뉴스레터인 해피어레터까지 구독하게 된 내가 이번 출간 소식을 몰랐을 리 없다. 책을 쓰게 된 배경과 준비 과정까지 모두 유튜브를 통해 공유해주었으니 말이다. 어쩌다 보니 조금은 늦게 구매하게 된,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 4월 7일에 초판 1쇄가 발행된 책이, 5월 3일에 3쇄까지 나오다니 출판 작가로서 살짝 부럽기도 했지만, 책을 읽자마자 정말 기대한 만큼 내용이 좋아 역시나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구나 내심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팝업스토어를 방문했던 그날처럼 결국 참지 못하고, 늦은 시간이지만 이렇게 책을 추천하는 글까지 쓰게 되었다.
성장을 다룬 이야기는 언제 보더라도 매력적이다. 이 책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도, 오롤리데이라는 브랜드의, 그리고 저자 박신후 대표(A.K.A. 롤리)의 좌충우돌 성장기는 마치 하나의 청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막연히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시작한 브랜드.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행복이라는 가치를 담게 되고. 26명이 함께하는 9년 차 브랜드가 된 오롤리데이. 만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어려운 난관들을 돌파해나가는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극적이진 않을지 몰라도, 오히려 우리 주변의 일처럼 느껴져서 더욱 깊이 와닿았다.
물론 오롤리데이가 이미 서점을 가득 채운 많은 성공 스토리들처럼, 엄청난 기업을 일군 것도, 그렇다고 많은 돈을 번 것도 아니긴 하다. 하지만 친근한 못난이로 대표되는 오롤리데이는, 브랜드의 이미지처럼 오히려 아직은 어설프고, 여전히 갈 길이 멀어서 더욱 애정이 간다. 그리고 롤리는 그간의 이야기들을 정말 쉽고 간결하게 풀어 이야기해준다. 경영 서적이 아니라, 에세이로 읽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의 분류는 엄연히 경영 서적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실용적이다. 아니 정말 대놓고 큰 도움이 된다. 오롤리데이를 만든 롤리는 경영 전공이 아니다. 당연히 전문적으로 경영 이론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디자인 전문가이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랬던 그녀가 어쩌다 보니 대표가 되고, 또 어쩌다 보니 직원들을 맡게 되면서 차츰차츰 기업 경영과 브랜딩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처럼 경영을 전혀 모르던 이들도 자연스레, 배움을 얻게 된다.
내가 가장 감탄을 했던 부분은 OKR을 다루는 일화들을 볼 때였다. 수년 전부터 OKR은 정말 IT업계에서 떠오르는 화두였다. 실제로 스타트업들은 물론이고, 여러 대기업들도 도입을 하였고 말이다. 하지만 정작 OKR을 활용하는 HOW에 대해 쉽게 풀어서 이야기해준 곳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정작 OKR을 하려고 할 때 벽에 부딪혔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하나의 유행처럼 여기는 이들도 많았다. 이론은 훌륭하지만, 이걸 가지고 성과를 내기는 너무 어려웠으니 말이다.
오롤리데이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설립 7년 차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정식으로 진행했던 회의에서 겁도 없이 OKR을 던진 롤리. 단지 책 한 권을 가지고, OKR 기반의 일하는 문화를 만드는 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OKR은 오롤리데이에 점차 녹아들어 갔고, 모두가 공유한 목표 덕분에 지금의 모습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특히나 분기 별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기엔 문제가 있으니 과감하게 반기 별로 이를 관리하는 체계로 시작했다는 건 정말 좋은 포인트였던 것 같다. 무리하게 시작하기보단 소화할 수 있는 수준부터 도전했으니 말이다.
이러한 OKR 말고도, 재밌게 풀어나가는 오롤리데이의 성장 스토리를 보다 보면, 정말 배울 점이 많다. 사업에 임하는 자세부터 브랜드가 되려면 지켜야 할 것. 직원들을 동기 부여하는 법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 쉽게 풀어서 이를 설명해준다. 이렇게 친근한 어투로 편하게 다가오는 건, 아마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이와 같이 재미도 있고, 배움도 있는 훌륭한 이 책에는 사실 함정이 있다. 그것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면, 오롤리데이의 쇼핑몰에 방문해서 뭐라도 하날 살 수밖에 없다는 거다. 우리의 지갑을 이렇게나 위협하다니, 정말 치명적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오롤리데이가 우리의 맘을 흔드냐고? 역시 오롤리데이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진정성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얼마나 저자가 오롤리데이라는 브랜드에 진심인지, 그리고 행복이라는 가치를 전하고 싶은지 뚝뚝 묻어나는 진정성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왜냐고? 진심은 정말 느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상품을 만드는 과정부터, 직원들과 소통하고, 브랜드를 구축해나가는 단계들까지, 정말 모든 순간 행복을 전달하고자 하는 오롤리데이의 진정성이 묻어 나오곤 한다. 원래 브랜드 팬이라서 구매하게 되면 더욱 깊게 빠져들게 되고, 경영 서적으로써 책을 접하면 팬이 될 수밖에 없는 책이랄까.
근데 더 무서운 건, 이 와중에 오롤리데이는 디테일에 꼼꼼하기까지 하다. 이를 상징하는 건 성장과 혁신을 추구하는 브랜드답게, 적극적으로 활용한 QR코드였다. 한창 쇼핑몰을 독창적인 곳으로 꾸몄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어떨까 궁금해질 때쯤 귀신 같이 나오는 QR코드. 책을 읽다가 스마트폰을 꺼내, QR코드를 통해 쇼핑몰로 넘어가면, 어김없이 추적 코드도 달려 있다. 책을 통해 들어오는 고객 1명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무서운 사람들. 보통 기업이나 브랜드들은 매력적이면 치밀하지 않고, 체계적이고 디테일에 강하면 인간미는 떨어지기 마련인데, 여긴 정말 무섭다. 정말 업계 종사자라면 더욱 반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미 난 오롤리데이의 팬명이기도 한 해피어가 되어 버렸다는 걸 인정하게 만든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 성장 스토리에 매력을 느끼거나, 브랜딩이나 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기를 추천한다. 여느 경영 서적들보다 쉽게 술술 읽히면서도, 인사이트는 깊이가 있는 책은 흔치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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