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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Jul 19. 2022

미디어 커머스에서 브랜드가 되기까지 - 바디럽 스토리

블랭크와 바디럽은 사랑받는 브랜드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미디어 커머스는 한때 정말 핫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트렌드를 선두에서 이끌던 스타트업이 바로 블랭크였습니다. 블랭크는 최전성기였던 2018년 매출 1,169억 원, 영업이익 139억 원을 기록합니다. 스타트업 성공의 상징이던 매출 천억 원 돌파와 더불어 영업이익 흑자까지, 블랭크의 앞날은 매우 밝아 보였지요. 하지만 영광의 시절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미디어 커머스 트렌드가 식어가며, 블랭크의 실적도 함께 정체되기 시작한 겁니다. 불과 1년 후인 2019년 적자로 전환한 다음, 2020년 반등하였지만, 다시 작년에는 영업 손실을 기록하였습니다. 매출액 규모도 횡보를 보이고 있고요. 하지만 블랭크는 여전히 고군분투 중입니다. 사업구조 자체를 완전히 혁신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브랜드'가 있는데요. 과거에는 소수의 히트상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다면, 앞으로는 팬덤을 가진 브랜드를 육성하여 더 장기적인 성장을 꿈꾼다고 합니다. 블랭크의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행보에 대해, 오늘은 블랭크를 대표하는 브랜드 바디럽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누구보다 화려했던 출발


 바디럽은 초창기 블랭크를 성공으로 이끈 미디어 커머스 방법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였습니다. 혹시 베개 2개 사이에 날계란을 끼운 뒤 밟아도 깨지지 않는 것으로 홍보하던 영상을 기억하시나요? 바디럽의 히트상품 딥슬립 베개인데요. 이 영상 하나로 딥슬립 베개는 불과 1년 만에 80만 개가 넘게 팔립니다. 이외에도 바디럽은 퓨어썸 필터 샤워기라는 히트상품을 연이어 내면서, 급속도로 성장합니다. 특히 론칭 첫해에 바로 120억 원이 넘는 매출액을 달성했을 정도로요.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결과만 보면 딥슬립 베개 마케팅은 가히 성공적인 사례였습니다 (출처: 블랭크)


 당시 블랭크가 쓰던 전략의 핵심은 B&A 스코어라는 자체 기준에 잘 담겨 있습니다. B&A 스코어란 Before & After, 즉 사용 전/후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제품에 대한 기능과 강점을 극대화시켜 보여주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샤워기 필터 사용 전후를 비교하여 보여주는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로 고객을 구매로 이끌었던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와 같은 연이은 히트상품 출시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는데요. 블랭크의 상품 개발 과정은 기존의 방식과 전혀 달랐기 때문입니다. 블랭크는 상품 개발과정부터 상품기획자가 이 상품을 콘텐츠로 보여줄 수 있는 요소가 있는가를 생각하고 제품을 기획하였습니다. 콘텐츠가 결국 세일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제품이라도 콘텐츠가 나올 수 있어야 출시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콘텐츠 PD와 상품기획자가 아예 제품 론칭부터 기획까지 참여하게 됐던 겁니다. 



너무 빨랐기에 오히려 독이 되어 버린 성공


 하지만 빠른 성공은 오히려 독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블랭크가 거둔 성과가 너무도 뛰어나자, 이를 따라 하는 경쟁자들이 대거 등장한 겁니다. 블랭크가 만들던 공식을 그대로 차용하여, 사용 전/후를 자극적으로 비교하는 콘텐츠가 양산되기 시작하고요. 심지어 '믿거페(믿고 거르는 페이스북)'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당시, 블랭크가 주력하던 페이스북 채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커져갔습니다.


 이 와중에 소셜 미디어 환경도 급변하기 시작합니다. 페이스북 시대가 저물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이용자들이 대거 넘어가면서, 채널의 전반적인 광고 효율 자체가 떨어져 갔습니다. 이미 이전부터 경쟁자의 진입과 소비자들의 반발로, 히트상품의 맥이 끊기기 시작했고요. 결국 평균적인 광고 효율마저 떨어지면서, 콘텐츠 기반의 세일즈 전략을 펼치던 블랭크의 성장률도 주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디럽은 끊임없이 신제품을 내놓았지만 무수한 미투상품들이 등장하면서 이전의 성장을 이어갈 순 없었습니다 (출처: 구글)


 더욱이 바디럽의 경우, 미투 상품들이 대거 등장한 것도 위기였습니다. 딥슬립 베개나 필터 샤워기 자체가 엄청난 하이테크 제품은 아니기 때문에, 바디럽이 연 시장을 노리고 많은 경쟁자들이 새로이 시장에 진입하였고요. 이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칩니다. 급격한 성장이 오히려 바디럽의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진정한 브랜드로 거듭나기 시작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바디럽이 시장 선도 브랜드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인지도가 높았던 곳이기에,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도 일단은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피부로 느껴지는 위기감에 바디럽은 빠른 성장 과정 속에서 놓친 것이 없나 스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2019년 처음으로 브랜드 인식과 관련된 소비자 조사를 진행한 것이었는데요.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나와서 오히려 치명적이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젊은', '트렌디한', '편안한', '독특한'이 나왔던 건데요. 아무래도 톡톡 튀는 콘텐츠 기반으로 홍보되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지만요. 문제는 바디럽이 리빙 브랜드라는 겁니다. 리빙 브랜드는 여타 브랜드보다 신뢰라는 이미지가 중요한데요. 오히려 당시의 '젊고 트렌디한' 바디럽의 브랜드 이미지는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디럽이 택한 건 상품 중심에서 벗어나, '브랜딩' 관점을 고민하여 브랜드로써의 바디럽을 처음부터 다시 세우는 거였습니다. 놀랍게도 2019년 이와 같은 브랜딩 작업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브랜드 메시지도 부재하고, 비주얼도 상품 별로 제각각이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스스로가 어떤 브랜드인지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하였고요. '안녕, 하세요!'라는 메시지부터, 편안하고 안전한 삶을 제안한다는 가치를 재정리하고 현빈이라는 새로운 뮤즈도 찾아냅니다.


19년 브랜드 재정립과 20년 현빈 캠페인을 통해 바디럽은 브랜드로 자리잡기 시작합니다 (출처: 블랭크)


 그리고 리브랜딩을 시작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편안한', '정직한', '전문적인'이라는 이미지가 top 3로 올라오게 될 정도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게 되고요. 당시의 노력들을 통해, 바디럽은 롱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됩니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해외로 진출하여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기도 하고요. 아워비, 홈구뜨 등 라인업도 확장합니다. 하지만 이제 막 SNS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했을 뿐, 메가 브랜드로 나아가기엔 여전히 무언가가 부족했습니다.



바디럽 만의 헤리티지를 쌓으려는 이유


 현재 바디럽은 드디어 페이즈 3에 막 도달했다고 스스로를 평가합니다. 페이즈1이 퓨어썸과 딥슬립 베개라는 히트상품의 힘으로 성장한 단계라면, 페이즈2가 SNS 인기템이 아닌 진정한 브랜드로 거듭났던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 나갈 페이즈3는 자체적인 헤리티지를 쌓아, 사랑받는 브랜드로 거듭나는 시기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방향성을 다시 전환하는 이유는 바디럽이 더 오래도록 살아남고 싶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이익과 경쟁력을 고려하면요. 단순히 질 좋은 제품을 가성비 있게 만드는 걸로는 유니클로, 다이소 같은 기존 레거시 기업들을 이길 수 없습니다. 자본력 등에서 상대가 되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스타트업인 바디럽에게는 헤리티지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팬덤을 모으는 것이 결국 유일한 생존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상품이 가진 기능보다는 바디럽이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가치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블랭크)


 그래서 그간 온라인만 고집했던 채널도 고객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요, 상품의 효용 가치를 전달하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전달하려 한다고 합니다. 단지 인지도를 쌓고, 대중성을 가지는 게 아니라 더 명확한 메시지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려 하는 거지요.



디지털 방문판매에서 벗어나다


 이러한 바디럽의 전략은 곧 블랭크라는 회사 전체가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간 블랭크는 스스로를 디지털 방문판매라고 불러왔습니다. 판매사원들이 고객의 집에 찾아가, 제품을 소개하고 구매로 전환시켰던 것처럼요. 블랭크가 만든 매력적인 콘텐츠를 잠재고객의 SNS 피드로 가져가서 보여줌으로써 판매를 하던 걸 핵심 전략으로 삼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다 보니, 소통하는 메시지 자체가 제품의 기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요. 고객이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블랭크가 먼저 고객에게 접근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마케팅과 소셜 미디어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과거 방문판매 비즈니스는 이러한 판매사원 인프라 자체가 경제의 해자 역할을 해주었지만요. 소셜 미디어 중심의 디지털 방문판매는 진입장벽이 낮아, 이를 독점할 수도 없었습니다. 블랭크가 위기를 겪은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었지요.


블랭크의 모든 브랜드들은 브랜드 본연의 가치 극대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출처: 디지털 데일리)


 그래서 이제 블랭크는 콘텐츠로 제품을 알리는 단계에서 벗어나, 브랜드 자체를 IP로 만드는 전략으로 선회하였습니다. 이전처럼 기능성과 가성비를 강조하는 상품 중심의 전환형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요. 보다 본질적인 브랜딩 활동을 통해 팬덤이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고객이 직접 찾아오고 스스로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그 선두주자에 지금 바디럽이 서 있는 거고요.



잘하는 건 여전히 잘합니다


 그렇다면 바디럽이 이러한 새로운 과업을 잘 수행해낼 수 있을까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블랭크는 누가 뭐래도 상품과 콘텐츠를 잘 만드는 노하우를 가진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블랭크 만이 가졌던 독특한 상품 기획 방식에 대해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여기서 핵심은 B&A 스코어 자체보다는, 그렇게 상품을 어떠한 목적에 맞게 만드는 프로세스 그 자체였습니다. 콘텐츠로 터질만한 상품을 만들던 기획력이면, 브랜드 가치에 맞는 상품 또한 만들 수 있는 거지요.


 그래서 현재도 마케터와 상품기획자가 원팀으로 협업하는 방식 자체는 고수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다만 초점이 바뀌었을 뿐이라 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퍼포먼스 마케터만 있었다면, 현재는 브랜드에 더 집중하면서 퍼포먼스 마케터, 브랜드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라는 3개의 마케팅 직군으로 세밀하게 나뉘어 상품기획자와 원팀으로 협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요. 이렇게 진화된 프로세스를 통해 이전에는 콘텐츠각이 나오는 상품 개발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상품 기획자는 시장 관점으로 매력도 있는 제품을, 그리고 마케터는 우리의 타깃 고객과 브랜드 가치에 맞는 상품인가의 관점으로 일을 하며 둘의 접점을 찾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선보인 미니 비타 필터는 브랜드의 선물하는 포지션을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개발된 상품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강화하는 커뮤니케이션에도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니 비타 필터는 브랜드의 선물하는 포지션을 강화하기 위해 협업하여 개발한 제품입니다 (출처: 블랭크)



 또한 모든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만들고, 고간지 같은 IP를 흥행시켰던 저력 역시 내부에 남아 있는데요. 이제는 브랜드의 스토리와 신념을 담은 콘텐츠와 캠페인 기획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바디럽 역시 더 감도 있는 콘텐츠와 캠페인으로 팬들을 만들어갈 계획이라 합니다.


바디럽의 이러한 기조 변화는 2020년과 21년의 TV광고에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년에는 비교적 부족했던 브랜드 인지도 및 신뢰도를 현빈이라는 빅모델을 기용, 현빈의 보이스로 '나믿고 퓨어썸' 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강화하는데 집중하였습니다. 하지만 작년 연말에 진행된 캠페인은 '백투더퓨어'라는 메인 메시지를 통해 퓨어썸이라는 제품/브랜드가 깨끗한 물로 되돌려준다는 브랜드의 지향점을 전합니다. 그리고 여기서의 현빈은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달자로써의 역할만 합니다. 단순한 인지나 판매를 위한 활동이 아닌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한 거죠.  



바디럽이 꿈꾸는 내일은


 이처럼 궁극적으로 바디럽은 고객에게 사랑받는 브랜드, 고객이 먼저 찾아오는 브랜드가 되려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실제 숫자로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한때 바디럽 고객의 90% 이상이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 들어오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검색 광고 유입이 절반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먼저 찾아오는 브랜드가 된 셈인 거죠.


 물론 바디럽이 가고자 하는 길은 분명 과거 초창기 성공했던 방법보다는 오래 걸리고 상당한 인내와 투자가 필요합니다. 당장의 실적 반등을 위해선, 과거와 같은 히트상품 2-3개가 나오는 것이 더 잘 먹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려운 길이기에, 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이 보장된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다시금 바디럽과 블랭크의 내일이 기대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올해 하반기 예정되어 있는 여러 캠페인들 소식도 이번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들을 수 있었는데요. 정말 이를 갈고 준비했구나가 느껴졌습니다. 초창기 빠르게 성장했던 그 시기처럼, 바디럽의 앞으로의 행보가 다시 커머스판을 뜨겁게 달구지 않을까 싶네요.


*이 글은 블랭크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되었습니다.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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