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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Dec 28. 2022

새로운 멤버십이 위기의 컬리를 구해낼 수 있을까요?

컬리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테스트에 나섰습니다

 아래 글은 2022년 12월 28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새로운 테스트를 시작한 컬리

   

지난 12월 26일부터 29일까지, 컬리는 연말 한정판 '베네핏 패키지' 판매에 나섰습니다. 월 3,000원씩 총 9,000원의 가격을 내면, 매월 20,000원 상당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는데요. 다만 독특했던 점은 아무나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이번 패키지는 오직 관련된 광고 메시지를 받은 고객만 살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업계에선 이번 '베네핏 패키지' 판매를 추후 '유료 멤버십' 상품 도입을 위한 테스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3개월간 패키지를 구매한 고객의 이용 패턴을 분석한 후, 이를 적용하여 정식 상품으로 만들려는 거 아니냐는 거죠.


사실 최근 컬리는 이뿐 아니라, 다방면으로 여러 시도들을 거듭해 오곤 했습니다. 우선 9월에는 첫 오프라인 공간, 오프컬리를 성수동에서 선보였고요. 이어서 11월에는 뷰티 전문 플랫폼 '뷰티컬리'를 론칭하며 서비스 명을 컬리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이 컬리가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건, 상장 일정이 지연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장 유효 기간은 이제 겨우 2달 남았는데, 장외 시장에서 컬리의 기업 가치는 1.2조 원까지 하락했다고 하고요. 시장 상황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시간 압박은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컬리는 왜 유료 멤버십 테스트를 시작한 걸까요?



컬리는 빨리 크고 싶습니다


 당연히 현재 컬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거나, 적어도 적자를 대폭 줄여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 만큼이나 중요한 과제가 하나 더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컬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걸 증명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기업의 가치를 책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미래 성장 가능성이기 때문인데요. 일례로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도 쿠팡의 주가는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데,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 컬리의 유료 멤버십 테스트 역시 수익성 강화보다는, 바로 이렇게 중요한 성장 동력 확보를 염두에 두고 진행된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우선 놀랍게도, 컬리는 이미 예전부터 유료 멤버십을 운영해오고 있었습니다. 월 4,500원을 내면,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제한 무료 배송 혜택을 주는, 컬리 패스가 바로 그것인데요. 다만 컬리 패스는 그 존재감이 너무도 미약했습니다. 오픈서베이 온라인 쇼핑 멤버십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컬리 패스의 인지율은 25.2%에 불과하고 현재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2.9%에 불과했거든요. 그에 반해 경쟁사 쿠팡의 로켓와우는 인지율이 80.6%, 현재 이용률도 무려 39.9%에 달했고요.


컬리 베네핏을 테스트할 수밖에 없던 건, 그간의 제도들이 가진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컬리 패스가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았던 건, 컬리와 쿠팡의 비즈니스 구조 차이에서 기인한 바가 큽니다. 쿠팡은 로켓배송 수익화를 위해 구매 빈도를 높여 더 많은 배송 물량을 만드는 게 중요했지만, 컬리의 샛별배송은 구매 빈도보다는 개별 주문의 건단가가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쿠팡은 파격적인 혜택을 주면서 로켓와우를 빠르게 안착시킬 수 있었지만, 컬리는 상대적으로 애매모호한 리워드를 제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컬리의 유료 멤버십이나 회원 등급 제도 모두, 상위 고객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구조였는데요. 컬리를 더 자주 찾는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구조다 보니, 컬리 입장에선 득 될게 별로 없었습니다. 컬리가 성장하려면 고객 외연의 확장이 필요한데, 컬리가 주는 혜택들은 주로 기존에 잘 사는 고객들을 유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거든요. 추가로 컬리는 물류 인프라의 적정 운영을 위한 최소 주문 물량 확보를 위해 CRM 마케팅 또한 적극적으로 해왔지만, 이로 인해 체리피커 고객이 늘어나는 역효과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그간의 수단들로는 외부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유입된 고객을 자연스럽게 성장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던 겁니다.



우려는 있지만 컬리답긴 합니다

     

 이러한 기존 고객 혜택과 달리, 이번에 테스트를 시작한 컬리 베네핏은 여러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무제한 무료 배송이 아니라, 제한된 수량의 쿠폰 형태로 혜택을 준다는 측면에서 비용을 통제할 수 있고요. 뷰티 쿠폰을 포함시킨 것처럼, 컬리가 원하는 대로 고객의 행동을 유도 가능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도가 잘 통한다면 컬리의 적자는 줄어들면서, 성장성은 강화되는 결과도 분명 가져올 수 있는 아주 잘 설계된 안 이긴 합니다.


 하지만 분명 한계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충성고객들은 오히려 혜택이 줄어든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컬리 러버스라는 등급제 상위 고객들은 이미 공짜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고요. 자주 주문하는 고객들에게는 컬리 패스가 훨씬 더 매력적인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컬리 베네핏은 아예 처음부터 컬리 러버스나 컬리 패스와는 중복 사용이 안되게 만들어졌는데, 훗날 컬리 베네핏을 중심으로 고객 혜택 제도가 아예 개편된다면, 일부 충성고객들은 반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더욱이 여전히 확장성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습니다. 우선 조건이 너무 많고 혜택이 복잡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유료 멤버십인 로켓와우와 네이버 플러스가 각각 조건 없는 무료 배송과 추가 적립이라는 단순한 핵심 혜택을 내세운 것과 너무 비교가 되어 보이는데요. 따라서 컬리를 안 쓰던 고객들까지 집객 시키기엔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평가를 하기엔 이른 시점이긴 합니다. 최소한 3개월이 지나 봐야, 컬리의 새로운 실험이 성공으로 끝날지, 아니면 미완의 실패작이 될지 결과가 나올 텐데요. 다만 확실히 끊임없이 새로운 걸 테스트하고 도전하는 컬리의 모습 자체는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컬리가 이러한 도전 DNA를 통해 현재의 위기 상황도 멋지게 돌파해 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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