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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Dec 29. 2022

와이즐리가 또다시 가격을 내린 이유를 알려 드립니다

가격을 내려야 오히려 수익이 늘어난다는 계산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래 글은 2022년 12월 28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올해만 벌써 2번째입니다


 와이즐리가 모든 제품의 가격을 17% 인하한다는 소식을 다시 한번 전했습니다. 지난 3월 43%나 가격을 인하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만 무려 2번째 가격 인하인데요. 이는 물가가 여전히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다른 대부분의 제조 기업들은 모두 가격을 올리기 바쁜데 와이즐리는 정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으니까요.


 이러한 파격적인 의사결정은 와이즐리가 정말 제대로 된 D2C 사업 모델을 갖췄기에 가능했던 걸로 보입니다. 불필요한 유통 경로는 없애고, 거래 비용은 줄여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려준다는 기본에 충실했던 건데요. 다만 이번 가격 인하 결정에는 지난번처럼 처음부터 선뜻 감탄을 보내긴 어려웠습니다. 우선 3월 대비 시장 환경이 급격히 안 좋아졌고요. 따라서 누구도 후속 투자 유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와이즐리는 2020년 이후 추가 자금 수혈을 하지 못한 상황인 데다가, 20년 29억 원에서 21년 43억 원으로 영업 적자도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때에 과연 이번의 추가 가격 인하가 올바른 의사결정일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가격을 내려야 흑자 전환한다고요?


 이러한 의문의 답은 와이즐리의 재무제표에 있었습니다. 와이즐리가 이론적으로는 거의 완벽한 D2C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건 우선 고정비를 메꿀만한 매출 볼륨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전체 판매관리비의 약 60%는 광고선전비와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이는 전형적인 고정비 성격의 비용입니다. 따라서 나쁘지 않은 마진율을 유지하고 있는 상품 판매액이 늘어난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고요. 더욱이 2가지 비용 모두, 경영 환경에 따라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기에, 적자 문제 해결에 대해선 자신감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와이즐리의 비용 구조를 보면 가격 인하를 한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와이즐리가 향후 안정적인 이익을 내기 위해선 운반비 관리도 필요합니다. 운반비가 판관비 중 비중이 24%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중요한 비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운반비는 아마 대부분이 상품 배송 관련해서 발생한 걸로 추정되는데요. 이번 가격 인하에 숨겨진 포인트가 바로 무료 배송 혜택을 없애는 대신 가격을 낮췄다는 점입니다. 와이즐리에 따르면, 내려간 가격이 배송비보다 크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하를 한건, 당연히 얻을 수 있는 편익이 컸기 때문입니다.


 올해 와이즐리가 벌인 행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단기간 내 상품 포트폴리오를 상당히 공격적으로 확장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작년만 해도 압도적이었을 면도기 비중을 올해는 상당히 낮췄을 거라 추정되는데요. 다만 이러다 보니, 교차 구매가 늘어나 개별 주문의 건단가가 올라가고, 이로 인해 전체 주문 중 무료 배송 비중이 올라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와이즐리의 가격 정책상 건단가 상승 상한선이 어느 정도 있었을 텐데요. 이는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에 큰 걸림돌이 될 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상품 가격을 낮추고, 이를 명분으로 무료 배송 정책을 없애는 걸 선택한 게 아닐까 싶네요.



가장 효과적인 광고를 알고 있습니다


 다만 당연히 가격을 인하하면 개별 상품당 마진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면 배송 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더라도, 고정비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총마진을 확보하는 데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미 와이즐리는 3월의 가격 인하를 통해 무려 3배의 매출 성장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가장 좋은 광고는 고객들의 자발적인 바이럴이라는 걸 경험했던 겁니다.


와이즐리는 이미 예전에 파격적인 행보로 고객의 외연을 확장한 경험을 수 차례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혁신의숲)


 와이즐리는 많은 스타트업들처럼 대대적인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브랜드의 열성적인 팬들을 확보하여 현재의 위치까지 성장할 수 있었는데요. 그간 와이즐리는 신제품을 무료로 선물하거나, 가격을 인하하는 등 기존에 없던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을 때, 티핑 포인트를 만들곤 했습니다. 즉 와이즐리가 말해온 가치를 실천할 때 고객들도 반응했던 건데요. 이번에도 와이즐리는 가격 인하를 통한 또 한 번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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