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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Jan 04. 2023

거친 테무와 불안한 아마존 (feat.핀둬둬)

테무는 핀둬둬가 그랬듯이 아마존의 독주를 끝내고 변화를 만들어 낼까요?

아래 글은 2023년 01월 04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혹시 테무를 아시나요?

 

 작년 연말 미국 앱스토어 쇼핑 부문 1위 자리를 차지한 주인공은 테무라는 낯선 이름의 앱이었습니다. 무려 아마존, 월마트, 쉬인, 타깃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친 이 서비스는 놀랍게도 21년 9월에 론칭하여 데뷔한 지 불과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신인이기도 했는데요. 오랜 기간 아마존이 독주하며, 느슨해진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 새로운 긴장감을 주는 플레이어가 등장한 겁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테무라는 이름 자체를 처음 들어보셨을 텐데요. 핀둬둬라는 플랫폼은 아시는 분들이 꽤 계실 것 같습니다. 사실 테무는 핀둬둬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새롭게 만든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더욱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기도 한데요. 핀둬둬는 C2M 기반의 초저가 전략으로 중국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독점 체제를 무너뜨린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 언론에서도 이번에는 아마존이 희생양이 되는 게 아니냐며, 테무의 행보를 관심 깊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잘하는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테무는 미국 진출을 하면서 핀둬둬의 기존 성공 방정식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테무와 핀둬둬의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플라이휠 전략은 고객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특히 근래 들어 이들은 편의성 확보에 집중했습니다. 물류 투자를 바탕으로 한 배송 서비스 혁신 경쟁이 벌어지곤 했었죠. 하지만 핀둬둬, 테무는 오직 가격이라는 가치 하나에 집중했습니다. 실제로 테무는 아예 아마존 대비 30~50% 낮은 가격을 무기로, 비교적 구매력이 떨어지는 10대를 집중 공략하여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요.


아마존의 압도적 경쟁 우위에 맞서, 단 하나의 강점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파격적인 가격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우선 이미 핀둬둬를 운영하면서 구축한 C2M 기반의 상품 공급망이 힘을 발휘했습니다. 테무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모두 제휴 제조사가 생산하여 바로 공급하고, 이를 광저우에 있는 물류 창고로 모아 미국으로 배송합니다. 여기서 테무는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하여 낮은 단가로 상품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소비자 판매가와 원가의 차이만큼의 이익을 얻는 구조인데요. 워낙 테무가 보장하는 판매량이 많다 보니, 제조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입찰하곤 합니다.


 당연히 이런 구조일수록 상품 판매 시 발생하는 마진율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철저히 박리다매 정책을 고수하며, 높은 이익률보다는 많은 판매량에 집중하고요. 경쟁자들과 달리 일주일 이상의 느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며, 비용을 절감합니다. 가격 메리트가 크니 소비자들도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요. 더욱이 미국에선 SNS을 통한 파급력이 큰 10대 고객을 우선 공략하여, 효율적으로 초기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성공한 기업 중엔 울트라 패스트 패션이라고 불리는, 쉬인이 있는데요. 일단 패션 브랜드 특성상 일정 부분 브랜딩에 투자할 수밖에 없던 쉬인과 달리, 테무는 더욱 가격이라는 가치를 뾰족하게 내세우고 있습니다. 또한 패션 카테고리에 집중한 쉬인과 달리, 테무는 초창기부터 거의 전품목을 취급하기에 파급력이 더 클 거라는 전망도 있고요.



하지만 지속 가능할까요?

 

 그런데 아직은 테무의 행보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회의론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중국과 미국 시장은 확실히 차이가 존재하고, 이로 인해 핀둬둬의 모델이 온전히 적용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나 핀둬둬의 성공은 의도적인 마케팅보다는 공동 구매라는 비즈니스 모델에 힘입은 바가 컸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달리 테무의 초기 흥행은 손실을 각오하고 대대적인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당초 의도대로라면, 더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공동 구매 참여자를 불러 모아야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적인 바이럴이 일어나 사용자가 성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테무가 제공하는 크레딧과 신규 혜택 영향이 더욱 커 보입니다. 이러한 캐시버닝이 끝났을 때도 성장이 이어질지는 미지수인 거죠.


 또한 서비스 품질이나 상품 도용 등과 관련 부정적 이슈가 벌써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도 악재입니다. 아무리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월하더라도 배송 기간이 무려 2주 이상 걸리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하고요. 가짜 상품이나 디자인 도용 등의 잡음도 계속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진인 핀둬둬조차 C2M 기반의 공동 구매 모델 만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근원적인 한계도 존재합니다. 이번에 테무를 통해 핀둬둬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 자체가, 중국 시장의 이커머스 성장이 둔화되고, 시장 점유율 경쟁도 정체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알리바바가 유사한 형태로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것의 영향도 있었지만, 가격 우위 하나 만으로 시장 1위까지 도달하긴 어렵다는 걸 뜻하기도 합니다. 결국 핀둬둬 역시 물류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등 기존 사업 모델에 일정 부분 변화를 주고 있고요.


 물론 테무는 이제 막 시작하는 플랫폼입니다. 일단 초기 성과도 훌륭하고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시장 상황 역시 테무에게 웃어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마존을 이기긴 어려워도, 현재 아마존의 입지를 어느 정도 흔들 잠재력은 충분해 보이는데요. 과연 테무가 예상되는 약점들을 극복해내고 정말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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