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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Apr 13. 2023

컬리는 정말 2년 안에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까요?

이제 정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4월 10일 컬리는 앵커 PE로부터 1,0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 유치를 확정 짓습니다. 상장 철회 이후 수많은 부정적 전망들이 뒤따랐지만, 다행히 이번 자금 수혈로 인해 급한 불은 끄게 되었는데요. 다만 여전히 컬리에게 주어진 런웨이는, 올해 손익 수준 기준으로 2년 남짓에 불과하긴 합니다. 이제 컬리는 남은 기간 동안 흑자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상장까지 성공해야 하는 아주 도전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데요. 과연 컬리는 2년 안에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컬리의 2년 내 흑자 전환, 정말 가능성이 있을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컬리는 여전히 돈을 못 벌고 있냐고요?


 본격적으로 컬리의 흑자 전환 가능성을 살펴보기 전에, 당연히 왜 컬리는 여전히 적자인가, 그리고 수년째 수익성은 제자리걸음인가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적자의 원인을 알아야, 이것을 흑자로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으니까요.


컬리의 성장성은 박수받을 만 하지만, 수익성은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컬리는 2022년 연간 실적 기준으로, 매출 2조 원, 영업손실 2,289억 원을 기록하였습니다. 여기서 나타나는 컬리의 가장 큰 문제는 2조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매출을 만들고도 여전히 흑자 전환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업의 덩치가 커지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어 수익성이 개선되기를 기대하는데요. 안타깝게도 드러난 컬리의 영업이익률 숫자는 정체되어 있고, 적자 규모는 오히려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작년부터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성장보다는 수익이 중요해지면서, 이와 같은 수천억 원 규모의 적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요.


 보통 적자 사업이 흑자로 전환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공헌이익이 플러스로 돌아섭니다. 최소한 공헌이익이 흑자여야 거래가 일어날 때, 회사는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공헌이익률도 낮고, 따라서 총 공헌이익 규모도 미약할 수밖에 없지만, 점차 효율이 개선되고 거래 규모도 커지면 이익이 쌓여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는 EBITDA 기준 흑자를 기록하는 겁니다. EBITDA 마진은 실제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한데요. 이는 전체 판매관리비에서 실제로 빠져나가지 않는 비용인 감가상각비를 제외한 것이기에,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른다는 것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여기까지 도달한 기업은 최종 목표인 영업이익 BEP 달성까지 무난하게 달성하게 되고요.


 이러한 단계 별 과정을 훌륭히 밟아 나간 모범생이 바로 쿠팡입니다. 쿠팡은 공헌이익 흑자를 시작으로 조정 EBITDA 흑자, 그리고 마침내 영업이익 BEP 달성에 성공하였는데요. 작년 3,4분기 연속으로 성공하며 올해는 연간 기준 흑자 달성을 기대케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컬리의 진도는 어디까지 왔을까요? 우선 역순으로 EBITDA 마진을 먼저 살펴보면, 아쉽게도 영업이익률과 별다른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습니다. 특별히 개선되고 있다는 경향성이 보이지 않는데요.


영업이익률뿐 아니라 EBITDA 마진 관점에서도 컬리의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분명히 컬리는 비록 정확한 숫자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4년 연속 공헌이익 흑자를 기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손익은 왜 하나도 좋아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요? 영업이익률이 매년 좋아지는 흐름도 아니고, 적자 규모가 드라마틱하게 줄지도 않았습니다. 매년 성장은 꾸준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지표가 이러한 흐름을 보이니 불신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인프라 투자가 원인이라고 하기에는, EBITDA 마진도 개선되고 있지도 않고요.



4년째 흑자라는 공헌이익은 의미가 없는 건가요?


 그렇기에 여기서 우리는 자연스레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컬리의 공헌이익은 의미가 없는 것인가, 어차피 자의적인 기준으로 구하는 공헌이익이니 신뢰를 할 수 없는 것인가 등등을 말입니다. 이러한 여러 궁금증들을 해결하기 위해 저는 직접 컬리의 공헌이익률과 공헌이익 규모를 공시 자료를 토대로 추정해 보았는데요. 앞으로 나오는 공헌이익과 관련된 숫자는 모두 공시된 내용을 토대로 구하긴 했지만, 개인의 추측을 통해 구한 것이므로 감안하고 보시길 바랍니다.


 컬리의 공헌이익을 구하려면 컬리의 사업구조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한데요. 컬리는 거의 대부분의 매출을 직매입한 상품을 판매하여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상품 판매 매출 99.8%) 그리고 특이하게 매출의 최소 80% 이상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새벽배송 서비스, 샛별배송을 통해 공급하고 있고요. (2019년 기준 샛별배송 비중 80%) 따라서 공헌이익을 구하려면, 상품을 매입할 때 사용된 매출원가를 뺀 매출 총이익뿐 아니라, 물류를 직접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컬리 측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21년 재무제표까지는 이러한 물류비가 연결재무제표 매출원가에 반영되어 있다고 했고요. 2022년의 경우, 판매관리비로 빠지긴 했지만, 물류를 대행하는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의 용역 매출로 구할 수 있다고 하여, 이를 반영하였습니다. 여기에 배송 건마다 발생하는 포장비도 별도로 반영하였고요. 이외 다양한 변동비 성격의 비용이 발생할 테지만 이를 정확히 발라낼 수는 없기에, 결제 수수료 등의 비용을 통틀어 매출액의 3% 정도라고 가정하였습니다.


컬리의 공헌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변동비성 비용이라고 추정되는 것들을 모두 차감하여 구하였습니다


 이렇게 구한 공헌이익은 여러 의미로 충격적이었는데요. 일단 2019년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공헌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더니, 이후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매년 같은 로직으로 구한 공헌이익률은 10배 이상 올라 22년 연간 기준 14.1%까지 상승하고요. 총 공헌이익 규모는 64억 원에서 3천억 원 가까이 성장합니다. 연간 매출 성장률의 최소 2배 이상의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겁니다.


적어도 공헌이익 관점에서는 놀랍게도 컬리의 수익성은 빠르게 개선 중에 있습니다


 실제 지난 4년 동안 컬리가 어떤 액션들이 진행했었는지를 돌이켜 보면, 이렇게 공헌이익률이 급상승한 원인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선 2019년을 기점으로 컬리는 배송 중간 거점인 TC(Transfer Center)를 내재화하며 물류비용을 줄이기 시작하고요. 동시에 주문 수가 늘어나면서 공차율은 최소화되었고, 이에 따라 개별 차량의 운행 효율도 극대화되었다고 합니다. 포장비 역시 업체계약으로 진행되던 것을 컬리가 직접 챙기며 운영 프로세스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부자재 개발을 통해 비용을 많이 절감한 걸로 알려져 있고요. 결국 다양한 컬리의 비용 절감 시도들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2021년 이후 개선 속도가 둔화된 건, 이때부터 컬리가 본격적인 지방 확장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특히 충청권과 영남권으로 연이어 샛별배송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였는데요. 이를 통해 매출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지만, 신규 오픈 지역의 운영효율은 수도권 대비 떨어질 수밖에 없었기에, 수익 관점에서는 일정 부분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최근 수년간 공헌이익 지표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개선되었는데, 왜 영업이익률이나 EBITDA 마진 기준으로는 그렇게나 티가 나지 않았던 걸까요?  그것 역시 고정비가 변동비 효율이 올라가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특히 물류 인프라 및 개발자 인력 확보는 컬리의 흑자 전환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 요소였는데요. 이러한 배경에서 '컬리의 흑자 전환은 능력이 아닌 결정의 문제이고, 개발자를 덜 뽑으면 언제든 가능하다'라는 김슬아 대표의 인터뷰 내용이 나온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실제 숫자도 어느 정도 그래 보이긴 했거든요. 물론 이렇게 과감히 미래에 베팅을 사전에 했길래, 그 이후의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는 걸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개발자 채용 등으로 인한 고정비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공헌이익률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크게 나아지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긍정적인 건, 이러한 미래 성장을 위한 고정비 성격의 투자 증가 속도가 작년에는 확실히 더뎌졌다는 겁니다. 대대적인 개발자 채용도 어느 정도 마무리 지은 상황이고요. 얼마 전 오픈한 창원 물류센터에 이어, 평택 물류센터까지만 오픈하면 물류 인프라도 충분히 확보한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컬리에게 남은 과제는 2가지인데요. 운영의 효율화를 통해 개별 주문 단위당 공헌이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전체 주문 수 규모를 키워 총 공헌이익을 고정비 이상으로 확보하는 것이 컬리가 꼭 달성해야 할 올해의 중점 목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올해 어디까지 수익을 낼 수 있을까요?


 다른 글에서 컬리가 세운 흑자 전환을 위한 3가지 로드맵에 대해 자세히 다룬 바 있는데요. 바로 뷰티컬리의 성장과, 고객 획득비용 효율화 및 생애가치 제고, 영남권 중심의 추가 주문 성장이었습니다. 컬리는 이를 통해 수익적으론 어떤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우선 뷰티컬리가 성장하여 전체 주문 수의 10% 정도만 차지한다면, 고마진의 뷰티 카테고리 성장을 통한 매출 총 이익률 상승과, 전체 주문 건단가 증가를 통한 비용 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만 해도 343억 원 정도의 공헌이익을 추가로 획득할 수 있고요.


또한 영남권 등 신규 오픈 지역 주문 수가 성장하여, 인프라 운영에 필요한 최적 물량을 확보한다면, 물류비율이 가장 효율화되었던 2019년 기준 정도는 기대할만합니다. 당시 물류비율이 6.1%고, 작년 연간 기준으로 6.8%이니, 0.8%p만 개선된다면 약 203억 원 정도의 이익을 추가로 확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올해도 작년에 버금가는 매출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면, 총 공헌이익 규모를 충분히 늘릴 수 있는데요. 뷰티컬리가 10% 비중 정도 되면 우선 전체 주문 수도 10% 이상 성장하게 되고, 여기에 장보기 카테고리가 작년 성장률의 절반 정도인 15% 정도 증가하여, 전체 기준 25% 수준만 성장할 수 있다면, 거의 BEP에 근접하는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돌린 긍정회로가 현실화되고,  다른 고정비가 동일하다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 영업이익률은 -1.1%, EBITDA 마진은 1.24%로 흑자 전환 가능합니다.


컬리는 그간 해오던 것만큼 성장하고, 뷰티컬리가 기대만큼 터진다면 BEP 도달, 먼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렇게 컬리가 그리는 아름다운 그림이 나오긴 쉽지 않을 겁니다. 뷰티컬리가 2천억 원 이상의 거래액을 만든다는 건, 올해 기준 뷰티 카테고리 내 온라인 최강자 올리브영의 추정 거래액이 7,000억 원 내외인데 1년 만에 거의 30% 수준까지 성장해야 한다는 걸 의미하고요. 전체 주문 수 성장 15% 역시 어쩌면 쉽지 않은 목표일 수 있습니다. 현재 전체 시장의 성장이 상당히 둔화된 상황이니 말입니다. 심지어 올해 1,2월 기준으로는 장보기 카테고리 내에서의 두 자릿수 성장마저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고요.


아쉽게도 시장 상황은 컬리가 고성상을 하기에 정말 녹록지 않습니다


 또한 어떻게든 이와 같은 성장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전체 고정비 역시 이에 맞춰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올해 오픈한 물류센터로 인해 분명 고정비가 증가할 테고, 여전히 컬리는 채용을 멈추고 있지 않거든요.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동시에 긍정적인 시그널일 수도 있긴 합니다. 컬리는 미래를 향한 준비를 할 여유를 아직은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지금까지 컬리의 현 상황과 미래 전망에 대해 공시 자료를 토대로 한번 과감하게 추측해 보았는데요. 상장 철회 이후로 정말 컬리를 둘러싼 여러 부정적 전망들이 많기에, 한번 제대로 파해쳐 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작업이었습니다. 추정 기반이긴 하지만, 컬리의 공헌이익 추이와 그간의 사업적인 마일스톤들을 찾아보면서, 컬리가 여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왜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컬리에게 주어진 상황이 녹록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당장 올해 정말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없다면, 지금까지의 투자와 인내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장의 불경기 트렌드 역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진 컬리에게는 매우 불리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확실한 건 컬리가 그간 열심히 달려왔고, 잘 드러나진 않았을지 모르지만 분명 사업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들을 만들어 왔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어려운 시국 속에서도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거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컬리가 지금껏 그래왔듯이 올해도 멋지게 위기를 극복해 내기를 바라고 있는데요. 그래서 올해는 더욱 관심 있게 컬리의 행보를 지켜볼 계획입니다. 그 과정에서 무언가 또 새로운 이슈가 생긴다면 잘 정리하여 전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뉴스레터에서 다룬 이슈에 대해 데이터 기반으로 심층적인 분석을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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