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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Oct 25. 2023

룰루레몬은 결코 D2C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진화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글은 패션 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컨퍼런스&미디어 플랫폼 [디토앤디토]에 기고한 글입니다



 룰루레몬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요가복의 샤넬'을 넘어 나이키의 차세대 경쟁자로 위상이 격상되고 있거든요. 물론 아직 둘의 매출 차이는 크긴 합니다. 룰루레몬은 지난해 81억 달러(약 11조 원) 매출을 기록하며 2021년 대비 30%나 증가했지만, 나이카는 같은 기간 512억 달러(약 70조 원)를 벌었으니까요. 하지만 룰루레몬의 최근 성장세는 상당히 무섭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 기준으로도 매출이 전년 대비 18%나 성장했거든요. 같은 기간 나이키는 불과 2% 성장하는데 그쳤고요.


룰루레몬은 매출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 또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곳 중 하나입니다 ⓒ브랜드파이낸스


 더욱이 브랜드 가치에 있어도 룰루레몬은 상당히 빠르게 성장 중에 있습니다. 브랜드 파이낸스가 매년 발표하는 ‘어패럴 브랜드 가치 순위 50'에서 룰루레몬은 전년대비 30%나 가치가 상승하며 순위 또한  21위에서 16위로 올라섰습니다. 비록 나이키가 지난해보다 가치가 6%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1위 자리를 수성하긴 했지만요. 이처럼 아직 나이키에 비하면 룰루레몬의 갈 길은 멀지만, 만약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두 브랜드의 격차는 점차 줄어들 걸로 보입니다.


 사실 룰루레몬은 원래 요가복이라는 특정 상품을 중심으로 강력한 코어 팬덤을 가진 브랜드로 유명했습니다. 매스 브랜드는 전혀 아니었던 거죠. 하지만 나이키가 운동화 하나에서 시작해서 지금의 위치에 올랐듯이, 룰루레몬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지향하기 시작합니다. 이러면서 이들은 이제는 나이키를 대체하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는데요. 워낙 그간 보여준 결과물들이 대단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룰루레몬의 다음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룰루레몬의 D2C는 사라진 것이 아니고 진화 중입니다


 이와 같이 이슈의 중심에 선 브랜드답게, 국내 언론 기사에서도 룰루레몬을 언급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8월에는 룰루레몬이 SSG닷컴과 손잡고 라이브 쇼핑에 나섰다는 소식이 아주 큰 화제였는데요. 대체로 많은 이들이 이를 룰루레몬 역시 D2C 모델의 한계 때문에 직영 채널 중심의 유통 전략을 포기했다는 식으로 해석하곤 했습니다.


라방 한 번 만으로 룰루레몬이 D2C를 포기했다고 말하기는 이릅니다 ⓒSSG 쓱라이브 갈무리


 실제로 최근 D2C 사업모델의 실패 사례가 많이 부각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일단 최근의 시장 환경 자체가 D2C 사업모델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데요. 우선 디지털 광고 비용이 지나치게 증가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이커머스의 급성장, 개인 정보 보호 강화로 인한 타깃 정확도 하락 등으로 고객 획득비용이 꾸준히 우상향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자사몰 중심의 온라인 판매 의존도가 높던 D2C 브랜드에게는 큰 독이 되었습니다. 판매를 하려면 퍼포먼스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비용이 증가하니 이익이 줄거나 적자 상황이 심화되었거든요. 


 또한 리오프닝 이후로는 오프라인에서 고객과 만나는 것이 다시금 중요해졌는데요. 직영 매장 만으로는 충분한 오프라인 접점을 마련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렇다 보니, 무엇보다 패션 브랜드에게는 치명적인 재고가 점차 쌓이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직영 채널의 비중을 다시 줄이는 브랜드가 늘어났습니다. 대표적으로 나이키가 기존의 정책을 선회하여, 다시 도매업체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D2C의 강점이 완전히 희석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시장 변화에 맞춰, 그 강도가 조정되는 단계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점차 플랫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어느 정도의 직영 채널 비중을 가지는 건, 브랜드의 장기적인 생존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직영과 외부 채널의 비중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조정하느냐가 브랜드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고요. 극단적인 D2C 모델들이 사라지고 있을 뿐, D2C가 가지는 의의와 가치는 여전합니다. 그리고 룰루레몬이야말로 이러한 간극 조절을 가장 잘하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결국 영리한 D2C 모델 활용 덕분에 룰루레몬은 꾸준히 성장해 올 수 있었던 거고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어떻게 룰루레몬이 전략적으로 움직였지는 조금 더 상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장할 땐 외부 채널을 적극 활용합니다


 룰루레몬은 지난 2022년 ‘파워 오브 3×2 플랜(Power of 3×2 Plan)’ 전략이라 불리는 로드맵을 공개하였습니다. 이 계획은 오는 2026년까지 남성 비즈니스와 디지털 판매를 각각 두 배, 글로벌 비즈니스는 4배로 늘린다는 것인데요. 코어 팬덤인 북미 시장의 여성 고객을 기반으로, 각기 남성과 글로벌로 과감하게 성장을 꾀하겠다는 겁니다.


 사실 최근 룰루레몬이 직영 채널 중심 전략에서,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의 판매 방식으로 선회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이러한 성장 중시 기조에 있습니다. 직영 채널이 재구매와 수익을 만들어 내는데 유용하다면, 반대로 외부 채널은 신규 구매와 성장을 만들어 내는데 강점이 있습니다. 더욱이  글로벌 확장을 꾀할 때는, 외부 채널에 의존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직영 매장을 만드는 것은 초기 투자 금액도 많이 필요하고, 리스크도 크기 때문입니다. 이때 해당 시장의 이해도가 높고, 이미 인프라를 갖춘 현지의 리테일러와 협업한다면, 보다 더 효율적인 진출이 가능할 겁니다.


룰루레몬은 유럽 진출의 파트너로 잘란도를 선택했습니다 ⓒ잘란도


 룰루레몬이 잘란도와 손을 잡은 것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잘란도는 유럽의 아마존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유럽 최대의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데요. 독일에서 시작하였지만, 현재는 무려 유럽 내 25개국에서 활발히 사업을 전개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잘란도는 룰루레몬에게 있어서는 매우 매력적인 파트너였을 겁니다. 이번 협업을 통해 룰루레몬은 12개국이나 되는 시장의 새로운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었고요. 앞으로 룰루레몬은 새로운 매장을 만드는 수고와 투자 없이 계획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비전문 분야는 과감히 포기합니다


 물론 룰루레몬도 실수를 하긴 합니다. 2020년에 있었던 룰루레몬의 미러 인수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무려 5억 달러(약 6,000억 원)라는 거금을 여기에 투자했던 룰루레몬은, 투자한 돈 이상의 효과를 누리기는커녕 오히려 이로 인해 엄청난 적자만 떠 앉게 됩니다. 그리고 올해 9월 룰루레몬은 과감하게 실패를 인정하고, 사실상의 미러 서비스 종료를 선언합니다. 올해 말 이후 하드웨어 판매는 완전히 중단하고, 이미 판매한 장치에 대한 서비스만 지원한다고 합니다.


한때의 적이 서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시 손을 잡았습니다 ⓒ룰루레몬


 근데 여기서 더 놀라운 점은 이번 미러 서비스 중단을 계기로, 룰루레몬이 미국의 홈트레이닝 업체 펠로톤과 5년 간의 사업 제휴를 발표했다는 겁니다. 이전까지 미러와 펠로톤의 관계는 상당히 험악했습니다. 미러 인수 이후, 룰루레몬이 홈트레이닝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서 둘은 경쟁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펠로톤은 의류 사업에 진출하면서 갈등은 점차 심화되었고, 심지어 둘은 소송 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둘은 서로의 핵심 역량을 벗어난 신사업, 룰루레몬의 홈트레이닝 시도와 펠로톤의 의류 진출이 실패했음을 인정합니다. 대신 손을 잡고, 펠로톤은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고, 동시에 룰루레몬은 운동복을 공급하는 파트너십을 맺게 된 겁니다. 한때는 룰루레몬 역시,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한다는 일부 강박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러지 못하는 것은 외부 소싱을 택하는 것을 꺼리지 않게 되었고요. 이렇게 룰루레몬은 한층 더 강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코어 팬을 계속해서 늘려 나갑니다

 

 그런데 왜 룰루레몬은 막대한 돈을 써가면서 디지털 콘텐츠를 직접 만들려 했던 걸까요. 그건 룰루레몬이 자신들의 초심, 코어 팬들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으로 팬덤을 확장하고 유지하려면, 콘텐츠 기반의 구독 서비스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그래서 미러 서비스 종료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룰루레몬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핵심 팬덤 확장이 될 겁니다. 이와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APP 멤버십 플랜을 출시하며, 보다 라이트 한 고객들이 진성 고객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월 구독료를 39달러에서 12.99달러로 인하하는 등 가입 허들을 낮춰, 더 많은 고객들이 누릴 수 있는 멤버십으로 전환시켰거든요. 이들에게 제공하는 핵심 혜택이 운동 프로그램이었기에, 이를 위해 펠로톤의 손을 잡은 거기도 합니다.


룰루레몬은 앱을 매개로 한 핵심 고객 육성에 진심입니다 ⓒ룰루레몬


 그런데 여기서 고객과의 핵심 연결 고리인 콘텐츠를, 외부 회사인 펠로톤에 의지하는 것이 불안하다고 보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룰루레몬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사실 콘텐츠가 아닌 오프라인 공간, 룰루레몬 파트너 스튜디오입니다. 이러한 공간과 룰루레몬 앰배서더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커뮤니티야 말로, 룰루레몬이 초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는데요. 이와 같이 여전히 쥐고 있는 패가 있었기에, 룰루레몬의 과감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가능했던 겁니다.



마지막 과제는 역시나 재고일 겁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룰루레몬은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요. 룰루레몬, 그리고 이들이 지향하고 있는 나이키는 모두 최근 기존 직영 채널 중심 일변도 전략에서, 일부는 외부 채널 비중을 확대하는 스탠스로 돌아선 상황입니다. 하지만 둘 모두 여전히 중심축은 직영 채널에 두는 것은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의존도가 낮아야, 장기적인 생존이 가능하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채널을 완전히 포기할 수 없는 건, 이들 만이 가진 강점들, 특히나 재고 소진에 탁월하다는 부분 때문입니다. 2022년 이후 주요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중국발 공급망 위기와, 인플레이션, 원자재 값 상승 등 다양한 요인들이 중첩된 재고 이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나이키의 갑작스러운 유통 전략 변경 역시, 이러한 이유로 발생한 것이었고요.


 다행히 룰루레몬은 기대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일궈내면서, 재고율 역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 중에 있긴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를 잘 관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고요. 특히나 룰루레몬은 지속적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 중에 있기에, 재고 리스크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프리미엄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기에, 지나친 세일 등으로 재고를 소진할 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크고요. 따라서 보다 더 정교한 유통 전략이 필요할 텐데요. 이에 따라 룰루레몬의 D2C 활용법이 어떻게 진화할지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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