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오프라인 비즈니스 전략의 현재와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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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무신사는 최초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온오프라인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홍대에 위치한 무신사 테라스에서 팝업스토어를 연 것이었는데요. 당시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전 무신사가 앞으로 백화점의 경쟁자가 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레 예측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무신사 관계자 분들을 우연히 뵐 기회가 생겼는데요. 제 상상보다 변화는 더욱 빨랐습니다. 무신사는 이미 새로운 오프라인 공간을 준비 중인 상황이었던 건데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0월 27일 무신사 대구에 이어, 11월 17일에 무신사 홍대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무신사 오프라인 스토어는 기존의 공간들과는 완전히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단일 브랜드 매장이 아닌, 무신사 온라인 스토어와 같은 편집샵이고요. 팝업 공간이 아니라 상설 판매 매장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오픈을 계기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문일 무신사 대표는 공격적인 오프라인 확장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무신사 홍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무신사의 오프라인 비즈니스 전략의 배경과 의미, 그리고 향후 전망에 대해 5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드리려 합니다.
무신사가 공식 보도자료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무신사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를 계기로, 무신사는 오프라인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위해 적극 확대하고자 합니다. 이처럼 무신사가 오프라인으로 나온 이유는 단순합니다. 온라인 채널 중심의 성장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엔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의 성장은 사실상 정체되었습니다. 따라서 무신사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시점이 도래했다고 판단한 것이고요. 더욱이 패션 카테고리의 경우 여전히 직접 입어보고 사야 한다는 고객층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이들은 심지어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꿈쩍하지 않던 이들이기에, 온라인 채널로 이들을 불러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무신사는 오프라인으로 다시 떠났거나, 혹은 오프라인을 고수하는 고객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기 위해 본격적인 오프라인 진출을 선언하게 됩니다. 다만 여기서 무신사 스토어와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진출 전략은 비슷하면서도 확연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일단 무신사 스탠다드의 경우, 매장 자체만으로 유의미한 매출을 만들어 내려는 걸로 보입니다. 따라서 내년까지 30호점까지 추가로 매장을 오픈한다는 매우 공격적인 계획을 내놓기도 했고요.
반면에 무신사 플래그십 스토어는, 매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인 점은 동일하나, 직접적인 전환만큼이나 간접적인 파급 효과를 기대하는 부분 역시 크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지닙니다. 무신사는 플래그십 스토어가 온/오프라인을 연결한 옴니 경험을 토대로 고객과 브랜드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해외 고객들과의 접점 역할까지 맡아주리라 기대하고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직접 방문해 본 무신사 홍대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역시나 옴니채널 구축이었습니다. 옴니 채널이란, 고객이 온/오프라인 채널 어디에서든 같은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한 쇼핑 환경을 뜻하는데요. 완성도 높은 옴니 채널은 고객의 경험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온/오프라인 간 고객의 이동을 촉진시키기도 합니다.
다만 옴니 채널을 만들기 위해선,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매개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무신사 홍대에서 가장 강조하고 신경 쓴 요소가 바로 QR이었는데요. 무신사는 무려 편집샵임에도 불구하고, 전 상품에 QR코드를 붙이고 이를 통해 무신사 스토어와 연결시키는 정성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매장 곳곳에서 QR코드 사용을 유도하는 문구를 붙인 데다가, 사이즈를 확 키워서 사용성을 높인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그간 우리는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많은 공간들을 봐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QR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이들을 만나기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신사 홍대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10명 중 2~3명 정도는 QR을 찍고, 무신사 스토어의 상품 정보를 같이 봐가며 옷을 고르고 있었는데요. 이들을 움직인 결정적인 트리거는 아이러니하게도 가격이었습니다. 무신사 스토어의 특징은 고객 등급 별로 조금씩 혜택의 크기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가격 역시 상이하다는 건데요. 무신사는 이를 정확히 동일하게 오프라인에도 적용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온/오프라인 통합 가격은 얼핏 보기엔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운영 측면에서 상당히 도전적인 일입니다. 수시로 변하는 온라인 가격을 오프라인에서 표기하는 것도, 또한 분리된 채널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브랜드를 설득하는 것 모두가 쉽지 않거든요. 더욱이 무신사는 블랙프라이데이 같이 대규모 할인 행사에서도, 동일한 가격이 적용되도록 하는 정성을 보였습니다. 덕분에 고객은 무신사의 특별한 가격 제안을 오프라인에서도 동일하게 누릴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진짜 가격을 QR을 통해서만 확인 가능했고요. 이와 같은 강력한 동인이 고객을 귀찮더라도 옴니 채널 경험을 반드시 하도록 만들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만 장벽을 넘어서면, 매장에선 앱과 연계하여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코디 마네킹에 붙은 QR을 통해서는 바로 앱 내 콘텐츠로 이동하여 더 상세한 디테일을 볼 수 있었고요. 상품뿐 아니라 브랜드 정보 역시 QR을 통해 이동하여 손쉽게 확인 가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구매 후에도 후기를 남긴다던가, 구매 시 적립금이나 쿠폰 혜택 등도 지급했는데요. 이를 경험한 고객들은 무신사 홍대를 떠나서도 자연스레 온라인 무신사 스토어의 고객으로 전환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더욱 신기했던 건 이렇게나 QR을 사용하라고 등을 떠밀어도, 여전히 과반수의 고객은 오직 오프라인 경험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옷을 몸에 대보고, 동행과 함께 살펴보며, 매장에서만 가능한 것들을 맘껏 누리고 있었는데요. 이처럼 오프라인 공간은 여전히 온라인이 대체하기 어려운 요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온라인 기반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접점에 대한 갈증이 있을 수밖에 없고요. 물론 무신사가 무신사 테라스 등 공간을 통해 이를 충족시켜주고 있었지만, 아직은 이들이 가진 오프라인 진출 기회는 한정적이었는데요. 무신사 플래그십 스토어의 등장은 따라서 이들에게도 단비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이처럼 무신사 플래그십 스토어는 고객과 브랜드 모두를 만족시키는 전략적인 비즈니스 무기로 잘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무신사 플래그십 스토어는 현재 대구, 홍대에 이어 성수까지 오픈이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들 매장들이 가진 특성에 따라 기대하는 역할도 다소 차이가 있는데요. 무신사 대구에게 수도권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의 무신사 침투율을 높이는 역할을 기대한다면, 홍대와 성수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의 수요까지 겨냥하고 있습니다.
최근 무신사와, 무신사가 지원하는 국내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들의 최대 화두는 해외 진출입니다. 이를 위해 무신사 역시 일본에서 대규모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고요. 다만 이러한 글로벌 확장의 성공 여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해외의 고객들은 국내와는 완전 다른 특성을 지녔기에, 기존에 가진 데이터들로 온전히 이들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고요.
여기서 외국인 고객이 많이 찾는 이들 무신사 플래그십 스토어가 해외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준다면,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유의미하게 높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무신사 홍대에서 외국인 고객 비중은 상당히 높다는 것이 확 체감되었는데요. 이들이 구매하는 상품 데이터를 확인하면, 어느 정도 현지의 취향과 기준을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동시에 특정 국가에서 어떤 브랜드가 각광받는지도 확인 가능하고요.
이를 잘 아는 무신사는 매장 내에 본인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공간 정보를 제공하는 외국어 브로셔를 배치하고, 적극적으로 이를 알리고 있는데요. 이미 서울, 대구, 부산에 위치한 본인들의 매장을 알리는 별도 페이지를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무신사 홍대는 내부 스텝들의 70%를 외국어 소통이 가능한 인원으로 채울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또한 향후에는 QR코드를 통해 글로벌 앱도 연동되게 하여, 외국인 고객의 옴니 채널 경험마저 구축할 계획이라 하고요.
다만 이렇게 글로벌 확장을 위한 공간이 되기 위해선, 무신사 플래그십 스토어가 그 자체로도 관광 명소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계속 외국인들이 찾아올 테니까요. 물론 홍대, 성수 같은 입지만으로도 이러한 효과를 어느 정도는 누릴 수 있을 텐데요. 무신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로컬 콘텐츠의 색을 입히며, 본인들의 매장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신사 홍대에서 가장 감탄했던 포인트 역시, 이러한 노력이 잘 담겨 있던 '로컬 수베니어 샵(Local Souvenir Shop)'이었는데요. 무신사는 각각의 공간들을 단순한 매장을 넘어 지역 문화를 이끄는 명소로 만들고자, 로컬 기반의 브랜드와 협업한 시티 에디션 상품을 선보이고 이를 별도로 진열하여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고요웨어, 오호스 등 6개 브랜드는 로컬 시티 에디션 티셔츠를 만들었고, 하입한 로컬샵과 협업하여 별도의 굿즈도 제작하였습니다. 무신사 홍대 오픈을 기념해선 '미도파 커피하우스'와 함께 만든 굿즈들을 판매 중에 있었고요.
다만 이제 첫 시도인 만큼, 아쉽게도 아직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보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점차 쌓여나간다면, 충분히 무신사 플래그십 스토어 만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싶었고요. 우리가 시티컵과 텀블러를 사기 위해 세계 각지에 있는 스타벅스를 방문하듯이, 무신사 홍대를 비롯한 이들 공간들도 한국과 서울을 대표하는 곳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꿈이 실현된다면, 무신사라는 브랜드 역시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그러면 앞으로 무신사 플래그십 스토어는 어떻게 변모해 나갈까요? 아마 이번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것처럼 무신사 스탠다드와 달리 무신사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다만,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무신사 플래그십 스토어는 앞으로 미래에는 현재의 백화점과 유사한 형태로 발전해 나가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와 같이 예측하는 이유는, 우선 현재의 매장 규모 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롯데백화점이 만든 엘큐브처럼, 젊은 고객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모은 소규모 매장을, 이들이 많이 모이는 도심에 내는 시도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이 고객을 끊임없이 모으기에는 부족한 '체급'이 발목을 잡았는데요. 최근 뜨는 오프라인 공간은 정말 압도적이거나 혹은 아주 고유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무신사 역시 로컬을 강조하며 고유성을 입히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이름값을 감당하려면 결국 대형화로 나아가야 하지 않나 싶고요.
더욱이 무신사 오프라인은 온라인 기반으로 시작한 비즈니스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이번 무신사 홍대에는 8,000여 개에 달하는 무신사 입점 브랜드 중 150개가 입점했다고 하는데요. 보통 리테일 업계에선 큰 매장을 만들기 쉽지 않은 이유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기도 하지만요. 채울 콘텐츠가 마땅히 않다는 점도 한몫합니다. 그래서 과거부터 대형 업체들을 파트너로 모집하기 위해 애써왔던 거고요. 반면에 무신사는 오프라인이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매장을 이미 온라인에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 때마다, 이를 덜어내고 선별하는 것이 오히려 고민이었습니다. 따라서 오히려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방향성을 고객과 브랜드 모두가 원하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 무신사 홍대를 돌아다니면서, 생각보다 상품이 적다며 아쉬워하는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온라인 무신사 스토어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무신사 홍대 정도로는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브랜드들 역시 오프라인 접점을 더 많이 만들고 싶어 하기에, 이들 역시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무신사 홍대는 감도가 있는 신진 브랜드 위주로 선별하면서, 주로 의류 브랜드들이 입점했다고 하는데요. 무신사 내에서 뷰티, 골프, 스포츠 등 전문관 영역의 비중 역시 큰 만큼, 향후 이들이 입점한다면 자연스레 백화점과 같은 구성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무신사 홍대를 중심으로, 무신사의 오프라인 전략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나눠 봤는데요. 이러한 무신사의 오프라인 확장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더욱 무섭고 기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무신사가 첫 오프라인 공간이었던, 무신사 테라스 홍대를 오픈한 것이 무려 2019년입니다. 그리고 만 4년간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경험과 역량을 축적해 왔는데요. 이번 무신사 홍대를 비롯한 무신사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기획부터 오픈까지 1년이란 상당히 긴 시간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이들 공간의 목적 역시, 팝업에서 시작하여 PB 브랜드 매장, 그리고 온라인 스토어를 그대로 옮긴 현재의 편집샵까지 계속 발전해 왔는데요. 이렇듯 긴 호흡에서 천천히 오프라인 확장을 준비해 온 만큼, 오프라인 확장 원년이 될 2024년이 더욱 기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오늘로써, 무신사, 그리고 29CM 오프라인 공간 사례만 벌써 5번째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방문할 때마다 달라진 점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무신사 홍대는 바로 옆에 있는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와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는데요. 오늘 콘텐츠를 보시고, 무신사의 오프라인 전략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기셨다면, 무신사 공간들이 몰려 있는 홍대나 성수에 주말 간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무신사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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