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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Jan 19. 2024

국내 패션 플랫폼, 해외에도 통할 수 있을까?

현지화와 자본의 한계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패션 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컨퍼런스&미디어 플랫폼 [디토앤디토]에 기고한 글입니다.



 네이버의 포시마크 인수, 쿠팡의 대만 진출 및 파페치 인수, 에이블리가 만든 아무드 등 최근 들어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가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소식들이 속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해외 진출 전략에도 트렌드가 존재하는데요. 우선 초기에는 직접 진출 형태가 많다가, 최근에는 현지 업체 인수나 글로벌 전용 서비스 론칭 소식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종합 이커머스보다는 패션 버티컬 커머스를 지향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러한 변화는 어떠한 배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과연 국내 커머스 플랫폼들은 해외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버티컬, 그중에서도 패션이 주목받는 이유


 근래 들어 버티컬 커머스 형태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건, 내수 시장의 규모 때문입니다. 일단 네이버, 쿠팡 등이 국내 시장 기준으로는 빅테크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플랫폼들이지만요. 글로벌로 나오면 지역 사업자에 불과합니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유수의 업체들과 정면 대결하기엔 아무래도 체급이 달리기 마련인데요. 북미 '지역' 사업자인 아마존, 중국 '지역' 사업자인 알리바바 등과 비교하면 더욱 그러합니다.


쿠팡의 파페치 인수 소식은 국내는 물론 외신에서도 주목한 대형 인수 건이기도 했습니다 ⓒDaily Style News


 결국 이들의 진출은, 지배적인 사업자가 아직은 없는 작은 시장을 공략하거나, 혹은 큰 시장의 버티컬 영역을 공략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쿠팡의 해외 진출을 예로 들면, 전자가 대만 진출이라면 후자가 파페치 인수를 통한 온라인 럭셔리 시장 공략이라 할 수 있고요.


 반면에 국내 버티컬 커머스들 역시 같은 배경에서 해외 진출을 타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수 시장 만으로는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보니, 이들 역시 글로벌 확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게 되는 건데요. 이들은 결국 기존의 본인들이 하던 버티컬 영역으로 진출하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포시마크는 흔히 미국의 당근마켓이라 불리긴 하지만, 사실 패션 커머스 플랫폼에 더 가깝습니다 ⓒVogue Buisness


 다만 여기서 재밌는 점은 하필 버티컬 영역에서도 패션을 중심인 경우가 많다는 건데요. 네이버는 패션 중심의 중고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하고, 유럽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쿠팡은 앞서 언급한 대로 세계 최대의 럭셔리 온라인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했고요. 에이블리를 비롯해, 무신사, 지그재그, W컨셉 등 패션 플랫폼들이 버티컬 글로벌화의 선두에 서 있기도 합니다.


 패션이 이렇게 각광받는 건, 글로벌 확장에 유리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품처럼 통관이 어렵거나, 가구처럼 배송비가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인데요. 더욱이 한국 문화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국내 브랜드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제2의 잘란도, 아소스가 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사실 이러한 패션 커머스 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성공적으로 한 사례가 이미 존재합니다. 독일의 잘란도, 영국의 아소스 등이 대표적 사례인데요. 이들은 자국 내 온라인 플랫폼으로 사업을 시작하여, 유럽 전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며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이들의 성공 전략은 크게 3가지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선 이들은 온라인 쇼핑이 성장하던 초기 시장을 선점한 선구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무료 배송 및 반품 정책 등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선보였고, 이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자체적인 물류 시스템을 강화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국의 문화와 스타일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병행하여, 글로벌 확장에 성공할 수 있었는데요.


잘란도, 아소스 등은 물류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Zalando


 하지만 현재 우리 플랫폼들이 이를 따라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선 이미 엔간한 규모의 시장에는 기존 사업자들이 존재하기에 후발 주자가 이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습니다. 빠르게 이들을 추격하려면, 대대적인 물류 투자 등이 필요한 상황인데, 보다 선진적인 금융 시장을 배경으로 막대한 자본을 유치할 수 있었던 유럽의 플랫폼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여력이 달리는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지 적응의 어려움도 국내 기업들은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비교적 문화적 유사성이 높고, 이미 EU로 통합되어 진출 장벽도 낮은 유럽 내 확장과, 현재 국내 기업들이 도전하고 있는 확장은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현지 적응은 빠르게, 투자는 효율적으로


 이러한 이유로 직접 진출하는 사례는 점점 드물어지고 있습니다. 대신 선택한 것이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건데요. 이미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진 플랫폼을 인수하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은 물론, 현지 적응 과정 없이 바로 사업을 궤도에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쩌면 인수는 더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네이버, 쿠팡이 인수한 기업들의 면모를 보면, 최대한 투자를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데요. 포시마트, 왈라팝, 파페치 등 이들이 품은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에셋 라이트 모델(Asset Light Model)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과 에어비엔비처럼 자산을 최대한 경량화하는 전략을 에셋 라이트 모델이라 지칭합니다 ⓒMladen Čolić


 에셋 라이트 모델이란 물류 센터나 운송 수단과 같은 자산을 투자하지 않고, IT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업체들을 연결하여 가치를 만들어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하는데요. 일반적인 커머스 플랫폼 대비 적은 초기 투자로도 유의미한 거래 규모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들은 판매 중개만 하는 마켓플레이스 사업자이기 때문에 재고 부담도 전혀 없기도 하고요.


 물론 대신 이들은 상대적으로 차별적인 경쟁력 확보 여부 측면에선 취약점을 가집니다. 국내에서 쿠팡이 물류 인프라 투자를 기반으로 기존의 1위 업체 G마켓을 꺾었듯이, 언제든 비교적 쉽게 추격을 허용할 수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 네이버와 쿠팡의 고민도 이러한 약점을 어떻게 보완하고, 효율적인 투자 만으로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 내느냐일 거고요.



쉬인의 길을 따라가는 것도 대안입니다


 한편 비교적 작은 버티컬 플레이어들은 플랫폼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브랜드와 콘텐츠를 앞세워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꿈꾸는 롤모델은 쉬인이나 아소스에 가까울 수 있는데요. 쉬인의 경우 원래는 브랜드 쉬인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마켓플레이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고, 아소스 역시 매입한 상품을 판매하는 비즈니스도 하지만, 자체 브랜드가 가장 큰 무기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에 진출하고, 이후 플랫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건데요.


아소스는 패션 편집샵인 동시에 패스트 패션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Asos


 어쩌면 단기간 내 플랫폼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기엔 자본이나 인력의 한계가 있는 버티컬 플레이어들로써는 브랜드와 함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접근법일 수 있습니다. 일본 쇼핑 앱 다운르도 순위 TOP 5라는 에이블리 아무드의 성공 역시, 내부 스타 셀러인 애니원모어, 크림치즈마켓 등과 함께 일궈낸 것입니다.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W컨셉 역시 더오픈프로덕트, 던스트, 나인 등의 브랜드를 꾸준히 알리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하고요. 무신사 역시 여러 입점 브랜드는 물론, 무신사 스탠다드의 팝업 스토어를 일본에서 열며, 시장 가능성을 타진 중에 있습니다.


 이처럼 현재 국내 커머스 플랫폼들의 글로벌 확장은 패션 버티컬을 중심으로, 현지 기업을 인수하거나 혹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미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글로벌 1위 럭셔리 플랫폼 파페치를 쿠팡이 어떻게 활용할지가 가장 궁금한데요. 올해는 더욱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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