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걸 보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기려면 결국 압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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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특히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은 분명 지금 위기입니다. 물론 과거에도 쿠팡의 경쟁에서 밀리며, 네이버의 커머스가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수차례 공유 드린 바 있습니다. 다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네이버 커머스의 향후 전망에 대해 낙관하는 이들 역시 많았습니다. 그만큼 네이버가 그간 증명해 온 펀더멘탈이 워낙 튼튼했기 때문이고요. 실제로도 쿠팡에게 다소 밀린 감은 있지만, 여전히 이커머스 시장 내 양강 구도는 굳건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네이버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더 부정적으로 바뀌게 된 건, 중국 커머스의 부상 때문입니다. 알리익프레스나 테무가 네이버가 강점을 가지고 있던, 생활용품, 소형 전자제품, 중저가 패션 카테고리 등을 정확히 노리면서 점차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데요. 직격탄을 맞을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서서히 위기론이 퍼져나간 겁니다. 더군다나 작년 4분기 네이버 거래액 성장률은 시장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실질적으로 역성장하자,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진 상황이고요.
당연히 그간 네이버가 이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쿠팡과 경쟁하고, 중국 커머스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새로운 시도들을 꾸준히 해왔는데요. 다만 이러한 액션들은 대부분 네이버 본인들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우선 쿠팡과의 배송 품질 격차를 줄이기 위해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구축합니다. 직접적인 물류 투자 없이, 파트너사를 모집하여 배송 및 물류 역량을 확보하는 전략이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네이버 도착보장을 론칭하면서, 배송 서비스 품질을 쿠팡에 근접한 수준까지 키우고, 최근에는 한시적이지만 네이버 플러스 혜택에 무료 배송을 추가하기까지 했습니다.
동시에 쿠팡 로켓배송 직매입 기반 상품 대비 구색 및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브랜드스토어를 육성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CJ대한통운처럼 쿠팡과 갈등 중인 제조사들을 모아, 이른바 반쿠팡 연대를 만들기도 했고요. 덕분에 한동안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영역을 직접 하지 않고, 외부 파트너의 힘을 빌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배송에서는 주 7일 쉬지 않고, 늦어도 내일까지 도착하는 배송 서비스를,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는 쿠팡과는 좁힐 수 없는 격차가 있었습니다. 무리해서 이를 뒤따라가더라도, 결국 비용 효율에선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요. 구색 및 가격 영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무리 낮은 수수료를 책정하고, 플랫폼 내 자연 경쟁을 유도하더라도, 직접 협상하여 매입한 상품이기에, 가격을 원하는 대로 조정하는 쿠팡과 견줄 순 없었습니다.
사실 이는 중국 커머스 플랫폼들과의 비교에서도 동일하게 해당되는 문제였습니다. 배송 품질로 차별화하기엔 쿠팡 대비 애매했고요. 가격 측면에서는 오히려 압도적으로 밀렸습니다. 네이버는 어떻게든 부족한 면들을 바르게 보완하고 있지만,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인 차이에서 오는 격차를 단기간 내 극복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네이버의 전략 자체가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이커머스 시장 특성상 주요 영역에서 최소한의 경쟁력은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쿠팡의 배송이 아무리 편리하더라도, 가격이 너무 비싸면 이용을 망설일 겁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가격이 적당히 저렴해야, 이탈하지 않고 쿠팡에 남을 건데요. 가격, 구색, 편의성 측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 품질을 확보하는 것 자체는 필수적입니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접근은 보조적 수단일 뿐, 결정적으로 고객을 우리 플랫폼에 락인시키는 건 핵심 기능이 담당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적어도 하나 이상의 영역에선 경쟁사를 압도하는 무언가를 보유해야, 시장 내 입지를 지키는 것은 물론 더욱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과거 네이버의 강점은 가격 비교 검색이었습니다. 가장 싼 가격은 오직 네이버를 통해서만 찾을 수 있기에, 쇼핑 경로에서 시작점을 네이버가 오랜 기간 장악해 왔던 건데요. 온라인 쇼핑의 핵심 채널이 PC에서 모바일로, 모바일 내에서도 웹으로 앱으로 이동하면서 네이버는 이러한 헤게모니를 상실합니다.
실제로 수치상으로 보아도, 네이버 쇼핑을 통해 전환된 것을 뜻하는 제휴몰 거래액이나, 네이버 쇼핑 내 클릭 수가 정체된 것을 넘어 감소하는 추세에 접어들고 있는데요. 이렇게 그간의 성장을 이끌어온 핵심 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선, 각기 배송과 가격에서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지닌 쿠팡과 알리·테무를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따라서 네이버는 기존에 가진 강점들을 다듬어, 압도적인 차별화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을 빠르게 구축해야 합니다. 네이버 플러스의 핵심 혜택이던 포인트 적립을 확대한다거나요. 혹은 네이버 페이 생태계를 온라인 내는 물론 오프라인까지 더욱 확장하여 이를 강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쇼핑 검색 역량에 콘텐츠 강점을 더하여, 다시금 온라인 쇼핑의 시작점을 장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과거에는 가격 비교를 위해서 네이버를 찾았다면, 지금은 상품 탐색 과정을 블로그나 카페 등을 활용하여 침투하고, 여기에 네이버 쇼핑을 이질감 없이 연결시켜 고객이 이탈하지 않고 전환되도록 만드는 거죠. 쿠팡 파트너스 같은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기능을 강화시켜서 이를 구현할 수도 있을 거고요.
네이버는 위기라고 해도,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도 3위와는 아득한 격차를 벌리고 있고, 오히려 쿠팡과는 밀착하게 붙어 있는 2위 사업자입니다. 더욱이 국내 최고의 플랫폼 기업인 만큼 분명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할 수 있는데요. 네이버가 하루빨리 본인들 만의 강점을 살려, 커머스 경쟁 구도를 다시 재밌게 만드는 반전을 보여주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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