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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May 27. 2024

에르메스의 국내 첫 팝업 전시회 다녀왔습니다

장인이라는 에르메스 만의 강점을 영리하게 활용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래 글은 2024년 05월 22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흔한 브랜드 전시가 아니었습니다

   

 에르메스가 국내 진출 27년 만에 최초로 대중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팝업 전시회를 열어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2024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9일간 진행되는 이번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 Hermès in the Making' 행사는요. 물건을 구매하는 형태는 아니고, 에르메스 오브제의 제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일종의 전시회였습니다. 이미 덴마크, 미국, 멕시코, 일본, 태국 등에서 같은 이름으로 개최되어 호평을 받은 바 있었고요. 이번 한국 전시는 10번째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이었습니다.


 사실 명품 브랜드가 이러한 전시회를 열어 브랜딩에 나서는 건 낯선 일은 아닙니다. 이미 다양한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제품들을 일종의 오브제처럼 전시한 후, 하나하나의 의미와 제작 과정을 상세히 전달하며 새로운 팬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매우 흔히 볼 수 있는 브랜딩 전략이기 때문인데요. 동일한 시기에 까르띠에가 DDP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주최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이번 에르메스의 팝업 전시는 확실히 뭔가 달랐습니다. 물론 그간 극소수의 VIP 대상으로만 행사를 열어온 에르메스가 선보인 첫 대중 행사라는 점도 특별했지만요. 무엇보다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장인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작업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는 여전히 주요 명품 브랜드 중 유일하게 100% 장인의 수작업을 통한 생산 만을 고수하는 에르메스 만이 가능했던 일이기도 했고요.



비싼 가격도 설득시키고야 맙니다

 

 사실 에르메스는 정말 유별난 브랜드입니다. 가격이 타 명품 브랜드 대비해서도 유독 비싼 것은 물론, 돈이 아무리 많아도 가방 하나를 사려면 1~2년 이상 대기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에르메스를 원하는 건, 앞서 언급한 이들의 엄격한 제작 공정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우리가 머리로 아는 것과 눈으로 직접 보는 건 당연히 차원이 다릅니다. 이번 팝업은 마치 에르메스의 프랑스 공방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온 듯하였고요. 우리가 공장 투어를 하듯이, 장인들의 시연을 보면서, 에르메스라는 브랜드 가치를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주변에서 '이러니 비싸지', '비싼 거 인정한다' 등등의 소리가 계속 들려올 정도였고요.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이 장인들이듯이, 이번 팝업 전시의 주인공 역시 장인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단지 장인들의 작업 모습을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서, 이들과 직접 소통하며 교감할 수 있다는 건 이번 전시의 최대 매력 포인트였습니다. 내부에는 가죽 재단부터 시계 세공, 안장 제작, 장갑 제작 등 다양한 부스에서 프랑스 현지 장인 11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각기 옆에는 통역사들이 있어 관람객들과의 소통을 도왔습니다. 방문했을 당시 현장에서 오고 가는 대화들은 정말 재미있었는데요. 아래처럼 에르메스 제품 제작 공정에 관한 간단한 질문과 답변도 있었지만요.


"에르메스 가방을 만들 때, 모든 공정을 직접 하나요?"

(관람객)


"대부분의 공정은 1명이 모두 책임지고요, 보통 가방 하나를 만들 때 2~3일 정도 걸리곤 한답니다"

(가죽세공 장인)


장인이 담당하는 제품과 관련 있다면, 어떤 질문이든 친절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고요.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는 따듯한 교감과 적절한 위트도 담겨 있었습니다.


"혹시 장갑을 살 때 추천해 주실 만한 가죽이 있으실까요?"

(관람객)


"저는 사슴 가죽을 추천하는데요, 당연히 어디에 닿아서 찢어지거나 하면 어쩔 수 없이 손상이 나지만, 대부분 견고해서 손상이 잘 나지 않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양가죽을 더 선호하고요. 솔직히 말하면 전 장갑을 끼지 않습니다. 손 그 자체로 편하거든요.(웃음)"

(장갑제작 장인)


 사실 워낙 요즘 잘 꾸며 놓은 팝업 전시나 스토어가 많다 보니, 이번 팝업에서 전시된 오브제나 체험 요소들 자체는 특출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장인들과의 소통 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하길 잘했다는 인상을 받았고요. 친절한 장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올 때쯤에는 자연스레 에르메스에 대한 호감도는 커져갔습니다.



열린 장소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와 같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이번 팝업의 주인공이 에르메스라면요. 이를 뒷받침한 주조연으로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국내 1위 점포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잠실점이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에르메스가 최초로 연 대형 행사를 유치했다는 건 나름의 의미가 있고요. 이를 가능케 한 입지적인 강점은 향후에 이어질 경쟁에서도 주요한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번 팝업이 열린 곳은 잠실점 잔디 광장을 꽉 채운 거대한 박스형 전시장이었는데요. 예전 거대한 벨리곰이 앉아 있던 바로 그 자리입니다. 드넓은 통창으로 석촌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위치기도 했고요. 그동안 열렸던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이 각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에서 주로 열렸다는 걸 고려하면, 국내 최고층 빌딩과 호수 공원을 배후로 둔 잠실점은 앞으로도 이러한 주요 행사들을 유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뜻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더 강력한 집객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거고요. 에르메스 행사 바로 직전에 열린 '포켓몬 타운 2024' 역시 거대한 라프라스와 피카츄를 호수 위에 띄우고, 다양한 팝업 스토어와 전시 같이 운영하며 무려 250만 명 가까이를 사로잡은 것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앞으로 가장 중요한 건 고객 경험이고, 여기서 매력적인 오프라인 공간을 설계하는 건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겁니다. 결국 장인 정신 같은 콘텐츠를 가진 브랜드와, 잠실점 같은 하드웨어를 가진 리테일 간 협업이 더욱 늘어날 것이고, 반대로 말하면 이러한 역량을 가진 곳만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네요.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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