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묘한 Apr 12. 2020

배달의 민족은 어떤 민족입니까?

배민은 정말  배신의 민족일까? 데이터로 해석해본 배민 수수료 논란

2020년 4월 10일,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은 항복선언을 한다. 새로운 수수료가 적용된지, 열흘 만이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과 김범준 대표가 공동 사과문을 내고,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오픈 서비스 요금제를 결국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소상공인 협회가 승리를 거둔 셈이다.


배민이 결국 물러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여론의 불리함에 있었다. 최근에 있던 타다 논란과 양상은 비슷했으나, 대중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기 때문이다. 타다의 경우 옹호하는 댓글이 80%였다면, 배민은 5%도 채 되지 않았다. 이미 기사들의 논조부터가 대부분 배민을 비판, 아니 비난하는 양상을 띄고 있었다. 물론 일부 IT/스타트업 전문 매체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였지만, 소수에 불과하였다. 심지어 전문 매체들의 기존 독자들의 반응도 배민을 비판하는 방향으로 기울여저 있었다.


배민의 대표 카피 중 하나가 바로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였다. 그렇다면 배민은 정말 어떤 민족일까? 배민은 정말 게르만의 민족이자, 배신의 민족일까? 법적 해석 문제에 가깝던, 타다와 달리 배민의 이번 수수료 논란은 사실 숫자로 검증 가능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외부인으로써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는 한계가 있겠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번 배민 수수료 논란을 분석해보고 배민의 정체(?)를 밝혀보려 한다.


1. 왜 배민은 수수료를 바꾸고 싶었을까?

이번 수수료 논란을 이해하려면, 먼저 배경에 대해 알아야 했다. 배민은 대체 왜 이러한 시국에 무리하게 수수료 변경을 하려 했을까. 안그래도 딜리버리히어로에게 피인수 된 이후 악화된 브랜드 이미지. 더욱이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 왜 배민은 수수료를 인상할 수 밖에 없었을까?


자 우선 배민의 감사보고서로 가보자. 배민의 작년 매출은 5,700억 원, 재작년에 비해 2천억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영업비용도 6,000억 원. 무려 2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따른 당기순손실이 760억 원. 배민은 연속 흑자기록을 마감하고 적자를 기록하고만다.


배민이 왜 수수료를 개편했냐고? 위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얻은 답은 간단하다. 배민은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나빠진 수익구조를 다시 개선해보고자 수수료 구조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쫌 더 자세히 보면, 단지 돈을 더 벌려고 배민이 수수료를 올린 건 아니다. 정확히는 배민은 수수료 안올리면 생존 자체가 위태위태할지모를 딜레마에 빠져 있다.


(출처 : 우아한형제들 2019년 감사 보고서)

왜 배민이 생존위기냐고? 배민의 비용 구조를 자세히 뜯어보면 배민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매출구조까지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상세 항목별 매출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배민이 2019년에 손해를 본 이유는 너무 뚜렷하게 보였다. 바로 "외주용역비"와 "판매촉진비"가 문제였다.


외주용역비, 판매촉진비는 뭘까? 이름을 쫌 더 쉽게 바꿔보자.


외주용역비 = 배민라이더스 라이더 비용

판매촉친비 = 쿠폰비용


그렇다. 작년에 배민은 무리하게 라이더 비용과 쿠폰비용을 지출하였다. 그렇다면 왜 비용이 늘어났을까?


우선 과도한 라이더 비용 지출은, 쿠팡 덕(?)이 크다. 쿠팡은 쿠팡이츠를 런칭하면서 공격적인 라이더 프로모션을 진행하였다. 쿠팡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배민도 추가적인 라이더 프로모션을 진행하였고, 이는 곧바로 비용에 반영되었다. (최근에 이러한 프로모션 비용마저 줄이려 하자, 라이더들이 반발하고 있다)


그리고 쿠폰비용이 늘어난 이유는 연예인 쿠폰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 배민은 원래 경쟁사 대비 쿠폰 비용이 짜기로 유명했는데, 일부 연예인들에게 1만원권 VIP 쿠폰을 뿌린 것이 알려지면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 후 VIP회원용 쿠폰을 엄청 늘렸는데 아마 그 영향이 일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배민의 비용 상승에 불을 질러 버린 것은 뭐니뭐니해도 B마트였다. 배민마켓이라는 이름의 프로토타입으로 2018년 12월 시작한 B마트는 작년 11월에 본격 런칭하였다. 그리고 초기 고객 확보를 위해 약 3달 동안은 라이더 비용 없이 무료 배송을, 그리고 또 추가한 2달 정도는 5천원 최소 구매 금액으로 무료 배송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물론 거기에은 첫 B마트 이용 쿠폰 혜택이 당연히(?) 붙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판매촉진비도 당연히 동반 상승하였다. 사실 매출 규모는 커졌는데 광고비 비중은 줄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B마트 홍보를 위해 대대적인 광고집행을 추가로 했기 때문이다.


이미 배민프레시 같은 여러 신규 서비스를 접어버린 배민에게 B마트는 사활을 걸린 돌파구였다. 더욱이 본진인 배달앱시장에 쿠팡이츠나 위메프오 같은 새로운 경쟁자들까지 나타나면서 1등 배민이라도 광고비와 프로모션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늘어난 비용에 배민은 결국 수수료 정책 변경을 통해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밖에 없었던 곳이다. 배민이 수수료 개편의 이유로 내세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건강한 플랫폼 구축, 혹은 영세 소상공인을 위한다? 이런 건 부가적인 이유일 뿐이다. 분명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 정책 변경 이후 배민의 매출액은 물론 이익율도 개선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픈서비스 요금제로 개편한 거 뿐이었다.


하지만 배민도 분명 억울한 점도 있다. 배민은 그동안 시장 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보다 업체 지향적인 정책을 펼쳐왔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 1위가 될 수 있었다. 배민의 놀라운 점은 그러면서도 최적의 지점을 찾아 흑자를 내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장 경쟁 심화와 신사업 투자 때문에 배민의 이러한 최적 균형은 결국 무너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남은 선택지가 수수료 개편이지 않았을까?  


정리하자면,


01 배민은 돈 벌기 위해, 수수료 정책 개편을 하려 했던 것이 맞다.


02 다만 일각에서 말하는 '독점 후 수수료 올리기' 보단 당장의 어려운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돌파구였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2. 정말 소상공인들은 손해일까?


그렇다면 배민을 비판하는 쪽의 의견을 한번 자세하게 평가해보자.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입장은 이러하다. 이건 너무 과도하게 배민이 돈을 뜯어가는 거다. 배민이 이렇게 수수료 올려버리면 우리는 생존이 어렵다. 이건 배민의 횡포다. 주변 지인을 통해 들은 이야기도 이와 비슷했다. 배민이 과거 수수료 0% 선언을 하던 시기만 해도, 정말 가게들도 인정하는 좋은 플랫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과도한 깃발뽑기 비용, 더욱이 라이더스 비용에 붙는 수수료 등으로 체감하는 팍팍함은 정말 심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논란에도 배민 편을 들어주는 가게 사장님들은 별로 없다고 했다.


그런데 말이다. 배민이 최초 수수료 개편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자료는 이와 달랐다.


 

(출처: 우아한형제들)

배민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수수료 개편으로 광고비가 감소하는 가게들은 전체 입점 가게의 52.8%라고 한다. 음? 뭐지, 사장님들 말과 다른데? 배민이 자신 있게 이 시국에도 수수료 제도를 도입할 수 있었던 자신감의의 근원도 바로 여기였다. 이번에 수수료로 바꾸면 모든 가게들에게 좋을 수야 없지. 인정해. 하지만 과반수의 가게가 좋아진다니까? 그러니 우리의 수수료는 '착한 수수료'야.



물론 개별 가게들의 손익과는 별개로, 플랫폼 사업 관점에서는 광고 모델보다는 수수료 모델이 생태계 전체가 좋아지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된다. 광고모델이 중심이 되면, 결국 돈 많은 가게들이 더 잘되는 구조가 되어버린다. 그러면 영세한 업주, 혹은 신규 업주들은 생존하기 더 어려워진다. 더욱이, 배민도 수수료 구조로 가야 더욱 주문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게를 지원하게 된다. 광고 중심 모델이면? 아무래도 광고판을 늘리는데 집중하게 되지 않겠는가? 며칠 밖에 안되서 정확한 평가는 어렵지만, 수수료로 개편 이후 정말로 영세한 일부 가게들은 매출이 오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배민이 오픈서비스로 개편한 배경을 살펴보면 이는 통계 해석의 함정을 노린 것에 불과하다. 먼저 전체중 52.8%의 가게들이 좋아진다? 그건 아마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47.2%의 가게들이 가게 수 비중은 47%겠지만, 아마 배민을 통한 매출액 비중은 80%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깃발을 많이 꽂는 가게가 아무래도 매출이 높은 가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52.8%의 가게들도 매출이 오르면서 자연스레 47.2%의 가게들처럼 과거보다 더 많은 돈을 배민에게 지불하게 될 것이다. 왜냐고? 배민이 그걸 노리고 한 서비스 개편이기 때문이다.


물론 생태계 전체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아마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나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수수료가 붙으면 재료의 질이 저하되거나 양이 줄어들지 않겠냐고? 에이 그럴리가. 광고로 노출이 안된다면, 가게들은 맛과 서비스로 경쟁할 수 밖에 없다. 배민은 진짜 좋은 식당들이 자연스레 걸러지는 플랫폼으로 점차 변해갔을 것이다. 괜히 최근에 배민이 리뷰 조작 업체들을 고소하며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 아니다.


하지만 눈물 흘리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특히 기존에 깃발을 쏠쏠히 활용하던 이들은 특히 그러하다.

(출처 : YTN)

보통 최근 뉴스에서 많이 등장하는 계산식이다. 매출은 고작 70만원 늘었는데, 수수료는 무려 30만원이나 상승. 말그대로 폭증이다. 우와 정말 가게들이 망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바라보면, 이것도 조금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우선 2017년 기준 숙박/외식 업체들의 평균 매출은 1억 2천 만원이고 영업이익률은 25.1% 정도라고 한다. 이를 외식 업체들만 따로 빼서 보면 한식, 중식, 양식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억 원 내외 정도이다. 월 평균으로 하면 2천만원이 안되는 셈이다.


자 그럼 시뮬레이션을 해보자, 배달 비중이 80% 정도인 업체가 있다고 가정하고, 여기에 배민 앱의 점유율을 곱하면 대략적인 배민을 통해 발생한 매출이 나온다. 그리고 깃발 개수는 배민에서 말한 평균 3개를 적용하였다.

(출처 : 자체 계산)

간단하게 정리하면 월 매출 1천만원 이하인 가게는 이득이고, 그 이상 되는 가게들은 손해이다. 평균 정도 수준만 달성해도 손해 보는 셈이니 배민의 말과는 약간 다르긴 하다. 하지만 말그대로 평균이니 전체의 절반 이상이 기존 체계보다 이득을 볼 거라는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건 금방 알 수 있다.


다만, 분명한건 월에 저 정도만 벌면, 이번 개편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거다. 더욱이 전체의 손해보는 금액은 영세한 가게들이 이득을 보는 비용에 비해 엄청나게 클 것이다. (물론 매출 상위 가게들은 깃발도 많이 꼽긴 할테니, 일부 상쇄는 되겠지만 말이다) 결국 진실은 늘 그렇듯이, 배민과 가게들의 주장 사이 어딘가에 있다. 배민 말대로 가게들도 득을 보는 수수료체계를 아니지만, 영세한 가게들 죽이기란 말도 잘못된 걸로 보인다. 1천만원 매출이면 영업이익이 한 260만원 정도 되니까. 월에 순수익으로 300 정도 가져가는 어느정도 안정된 업체들만 손해인 개편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 월급을 바로 다음달부터 단돈 1만원이라도 깎는다면, 그러세요라고 말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배민은 쫌 더 신중했어야 했다.


정리하자면,


01 이번 수수료 개편은 배민 말대로 과반수를 약간 넘기는 가게들에겐 좋을 일이었을 것이다.


02 하지만 나머지 절반 정도의 가게들의 손실액은 영세한 가게들이 얻는 이익에 비해 과도하게 큰 것도 사실. 결국 배민에게 좋은 일인 것은 맞다.


03 다만, 주로 피해를 보는 기업들은 결코 약자는 아니다. 어느 정도 안정된 가게들만이 손실을 보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큰 금액의 손실을 입는 가게들은 진짜 잘되는 가게들이었을 것이다.


3. 그렇다면, 정말 여론처럼 배민 불매 일어났을까?


배민과 가게의 입장을 살펴봤으니, 이제 간단히 배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행동을 자세히 봐보도록 하자. 온라인 여론만 보면 배민은 거의 예전 일본 불매운동 당시 유니클로처럼 털리고 있다. 그러면 한 때 정말 텅텅 비었던 유니클로 매장처럼 정말 배달의 민족에게서 소비자들이 떠나고 있을까?


우선 유니클로 일본 불매운동 당시의 그래프를 봐보자.

불매운동 이후로 급격히 떨어진 MAU가 보이는가? 유니클로 불매는 찐이었다.

(출처 : 모바일인덱스)



그렇다면 배민 앱의 DAU를 살펴보자. 동일한 소스이지만, 4월 1일 이후 미세한 변화도 보기 위해 DAU로 변경하였다. 결론적으로 배민 불매는 사실상 없었다.

(출처 : 모바일인덱스)

숫자를 보면 알겠지만, 정말로 2월에 코로나19로 인해 6%정도 반짝 늘어난 배민 DAU가 보인다.

그리고 3월에도 살짝 줄었지만 불매라 보기엔 애매하다. 심지어 4월은 9일까지 데이터만 있지만, 오히려 DAU가 증가하였다. (배민이 수수료 철회 발표한 날이 무려 4월 10일이다. 즉 악화된 여론과 달리 두드러진 사용자 수 감소는 없었던 셈이다)


정리하자면,


01 배민은 유니클로가 아니다. 여론이 곧바로 불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02 따라서 일각에서는 나오는 공공앱은 출시되더라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개인적으로 배민은 참 좋아하는 회사이다. 물론, 자취생으로 배민을 자주 이용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좋아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서비스 자체엔 불만하는 점이 많다. 특히 B마트 출시와 코로나19사태 이후로 너무 자주 배달 지연이 발생되어서 자연스레 쿠팡이츠를 교차 이용하고 있기도 한다.


다만, 배민이 그동안 보여준 재기발랄한 브랜딩과 유니콘 엑시트의 유일한 성공사례로써의 대표성 등은 분명 인정받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과 1주일 전에 배민의 코로나 지원책을 칭찬하는 글을 썼는데, 이런 논란이 터져서 아쉽기만 하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이번 논란은 분명 한 쪽이 무조건 잘못한 일은 아니다. 물론 여러 자료를 찾아본 결과, 배민은 분명 세심하지 못했고, 악화되어 가는 경영환경을 돌파하고자, 무리수를 둔 것은 분명해보인다. 다만 현재 받는 비판이 과도해보이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특히 타다 사례처럼 일부 정치인들이, 더욱이 총선을 코앞에 두고,  무리하게 개입하는 건 비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왕 배민이 기존 정책을 철회한만큼 과거에 그랬듯이, 이번에도 멋지게 위기를 돌파해보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안그래도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가게들도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뉴스레터에서 다룬 이슈에 대해 데이터 기반으로 심층적인 분석을 해보려 합니다.


가볍게 트렌드를 나누는 뉴스레터 >>> 매주 트렌드 받아보기

가볍지 않게 트렌드를 다루는 브런치매거진 >>> 매거진 글 보러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