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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May 17. 2020

화려한 쿠폰이 쿠팡을 감쌀 때

쿠팡이 갑자기 생수 쿠폰을 뿌린 이유는? 데이터에 답이 있다!

이번 주말 이틀 연속으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시 20명 이하로 줄어들면서, 다행히도 이태원발 코로나19 위기도 진정되는 분위기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되자마자 위기가 찾아왔지만, 지난 신천지 사태 시 쌓은 경험과 노하우로 이를 넘기면서 다시 얼어 붙던 소비심리도 빠르게 회복될 전망이다. 더욱이 긴급 재난 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하면서 소상공인은 물론, 대기업들도 여전히 어렵긴 하겠지만 한숨 돌리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어려움만 겪은 것은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눈물 지은 사람들이 있는 한편, 오히려 성장의 모멘텀을 얻은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근래에 연이어 발표된 1분기 실적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NHN까지 대형 IT플레이어들의 성적은 매우 훌륭하였다. 커머스 업계도 마찬가지였다. 오프라인 기반이거나 패션 중심의 플레이어들은 큰 위기를 겪었지만, 이커머스 플랫폼들, 특히 생필품과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했던 업체들은 큰 성장을  맛보기도 하였다. 특히 메르스로 인해 이미 한번 성장을 맛본 쿠팡은 이번 코로나 시국에서도 대표적인 수혜 플랫폼으로 올라섰다.


근데 쿠팡이 요새 쫌 수상하다.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강력한 USP(Unique Selling Point)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할인이나 쿠폰 형태의 프로모션을 타사보다 적게 하는 편이었다. 워낙에 앱 기반의 로열티 고객들을 든든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로켓배송 상품은 물론 입점한 셀러들도 최저가 위주 플레이를 하지 않는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근데 그러한 쿠폰이 갑자기 쿠폰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무제한 쿠폰을 말이다.


 

(출처 : 쿠팡)


1. 우리 쿠팡이 미쳤어요!

4월 말에 쿠팡 앱으로부터 쿠폰 알림이 왔을 땐, 또 쿠팡이 무슨 테스트를 하나 했다. 쿠팡은 워낙 다양한 테스트를 하기로도 유명하니 말이다. 근데 쿠팡의 쿠폰은 생수 쿠폰 하나가 끝이 아니었다. 우선 생수 쿠폰을 2-3일에 한 번씩 알람을 보내기 시작했다. 다운 받으면 아직 안 썼으니 확인하라고 보내고, 잠잠하다 싶으면 특정 브랜드의 생수가 특가 할인한다며 알림을 보내었다. 

(출처 : 쿠팡)

생수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간혹 다른 쿠폰이 오기도 하였다. 물티슈 쿠폰이 오기도 하였고, 아예 생필품 행사 알림이 오기도 하였다. 또 어떤 날은 쿠팡 메인에 우유 쿠폰 소식이 팝업으로 뜨기도 하였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쿠팡은 원래 쿠폰을 남발하는 회사가 아니다. 더욱이 앱 푸시 같은 채널 메시지도 단순하기 그지없다. 보통 "00 상품이 있으니 로켓배송으로 주문하세요"가 끝이었다. 근데 왜 이리 갑자기 쿠팡이 미친 듯이 쿠폰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쿠팡은 왜 갑자기 쿠폰을 뿌리기 시작했을까?"

"쿠팡은 왜 하필 생수 쿠폰을 뿌렸을까?"

"쿠팡의 이러한 액션이 효과가 있었을까?"


이렇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역시 데이터가 아닐까? 쿠팡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데이터를 한번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2. 쿠팡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결론적으로 그냥 잘 나가는 줄 알았던, 쿠팡의 전성기는 역시 공짜로 얻은 것이 아니었다. 우아한 백조가 다리는 미친 듯이 움직이고 있듯이 다소 의아해 보이던 쿠팡의 액션들은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우선 아래 그래프를 보면 쿠팡의 대단함(?)을 엿볼 수 있다.

(출처 : 코로나19 확진자 수 - 질병관리본부 / 쿠팡 앱 DAU - 모바일인덱스)

쿠팡이 올해 들어 다시 한번 뜬 것은 분명 코로나19의 덕(?)이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무섭게 늘어날수록 쿠팡을 찾는 방문자 수도 같이 크게 성장하였다. 사이좋게 움직이던 두 그래프가 차이를 보인 것은 3월 말 이후부터였다. 코로나 확진자 수는 계속 감소하는데 쿠팡의 방문자 수는 바닥을 찍고 다시 상승세를 탄다.


물론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시행한 효과도 어느 정도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세가 잦아들면서 동시에 오프라인 매출도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처음에는 쿠팡의 방문자 수도 감소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3월 말부터, 이상하게 쿠팡은 다시 방문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분명 생수 쿠폰을 뿌리기 시작한 것은 4월 말, 5월 초였다. 근데 쿠팡의 방문자 수 역주행은 3월 말, 4월 초부터 시작된다. 뭔가 놓친 게 있는 것이 틀림없다.


3. 쿠팡의 성장은 우연이 아니다. 전략의 승리다.

그렇다면 답을 찾기 위해, 다시 시계를 되돌려 지난 4월 1일로 돌아가 보자. 쿠팡 뉴스룸에 가보면 쿠팡에겐 나름 큰일(?)이 있었다. 바로 쿠팡의 패션 전문관 C. 애비뉴가 오픈한 것이다. 역시 쿠팡의 갑작스러운 방문자 수는 우연이 아니었다. 쿠팡이 패션 카테고리 강화를 위해 야심 차게 출범시킨 패션 전문관 효과로 바닥을 치던 쿠팡의 방문자 수가 다시금 성장으로 반등하게 된 것이다.

(출처 : 쿠팡)

쿠팡은 이커머스 1등 플랫폼으로 올라섰지만, 사실 그동안 패션 카테고리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저가 의류는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에서 구매하고 브랜드 의류는 백화점몰에서 구매하는 소비행태가 자리 잡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무신사나 지그재그, 에이블리 같은 패션 중심 플랫폼들이 제3의 영역에서 뜨기 시작하자, 더 이상 이를 좌시할 수 없던 쿠팡의 한방이 바로 C. 애비뉴였다. 더욱이 타이밍도 기가 막힐 수밖에 없는데, 이때가 그동안 얼어붙었던 패션 소비심리가 코로나 안정화와 따듯해진 날씨로 인해 다시 회복되던 시기였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치고 들어온 쿠팡 전략의 승리였다.


이렇게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반등한 쿠팡은 슬슬 이번 시국에서 얻을 수 있는 신규 고객들은 다 얻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실제 그래프를 봐도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함께 무섭게 늘던 쿠팡 앱 신규 설치 수는 코로나 진정 국면에 들어서자 급감한다. 패션 전문관 오픈 효과로 반짝 늘지만 1주일이 지나자 다시 감소 추세로 돌아선다. 그래서 쿠팡은 가장 자신 있는 생필품, 그중에서도 생수를 중심으로 고객의 리텐션을 높이고자 전략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출처 : 코로나19 확진자 수 - 질병관리본부 / 쿠팡 DAU, 신규설치 - 모바일인덱스)



그렇다면 결과는 어떠했는가? 쿠팡의 전략대로 2번의 액션은 모두 유의미한 성과를 낸다. 주차별로 데이터를 끊어 보면 쿠팡의 의도대로 바닥을 치던 방문자 수가 다시 반등하며 성장세로 돌아오는 아름다운 그래프의 모습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쿠팡의 2,3월 성장은 얻어걸린, 즉 거시적 환경 변화로 인한 신규 유입 효과로 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4,5월의 성장은 다르다. 쿠팡은 명확하게 트렌드의 변화를 지켜보다가 알맞은 액션을 추가하였고, 그 액션은 모두 적중하였다.  

(출처 : 코로나19 확진자 수 - 질병관리본부 / 쿠팡 앱 DAU - 모바일인덱스)



정리하자면,


01 쿠팡은 아무 때나 쿠폰을 쓰지 않는다. 정확한 의도를 가지고, 적절한 시점에 프로모션 비용을 쏟아붓는다.


02 쿠팡은 코로나19 사태를 잘 활용하여, 패션 전문관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이번 사태로 유입된 신규 고객들의 리텐션을 관리하면서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작년에 커머스 1등을 가리는 경쟁의 예선은 끝이 났다. 한 때 6대 플랫폼이라 묶여 불리던, G마켓/옥션, 11번가, 쿠팡, 위메프, 티몬 중 쿠팡이 압도적으로 독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건 숨은 최강자 네이버뿐이다. 쿠팡 VS. 네이버의 대결의 승자가 한국의 아마존이자, 알리바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재작년까지는 쿠팡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로켓배송은 혁신이지만 천문학적인 적자를 동시에 쿠팡에게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자리걸음을 거듭한 경쟁자와 달리 쿠팡은 그 큰 덩치에도 괄목할만한 거래액과 매출 성장을 보여주었고, 얼마 전 발표된 19년 실적에서는 영업손실도 큰 폭으로 개선하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이번 글을 쓰면서 여러 데이터를 찾아보며 쿠팡이 정말 실력이 있어서 그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구나 다시금 인정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쿠팡이 냉철한 분석을 기반으로 한 명확한 전략, 그리고 장기적 관점의 액션들을 이어간다면, 앞으로의 새 시대, 포스트코로나의 뉴노멀 시대에도 쿠팡의 로켓성장은 계속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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