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 쿠키 제공 중단, 파장은?
지난주 수요일, 구글은 아주 중요한 발표를 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크롬 브라우저를 통한 쿠키 제공을 하지 않겠다던 방침을 완전히 확정했다고 선언한 겁니다. 물론 당장은 아니고요. 단계적으로 폐지하여, 2022년부터는 전면 중단할 계획이라 하네요. 음 근데 이게 왜 중요한 소식이냐고요? 이는 곧 앞으로 웹 기반 타깃 광고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쿠키란 단어 자체가 낯선 분도 있을 텐데요. 당연히 먹는 건 아니고요. 여기서의 쿠키는 사용자의 웹 브라우저에 저장되는 텍스트 형태의 작은 파일을 의미합니다. 특히 쿠키에는 사용기록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이용자의 웹서핑 경로를 알 수 있답니다. 쿠키란 이름 자체도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지나온 길을 표시하기 위해 쿠키를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고 하니, 이해가 쫌 되시겠죠?
이러한 쿠키는 크게 퍼스트파티 쿠키와 서드파티 쿠키로 나뉘는데요. 퍼스트파티 쿠키는 방문한 웹사이트의 운영자가, 서드파티는 외부 업체가 심는 것입니다. 이번 구글의 조치는 바로 서드파티 쿠키 제공을 중단하겠다는 거고요. 그런데 혹시 우리가 신문기사를 보러 웹사이트에 방문하면, 보통 옆에 작은 배너 광고들이 있던 거 기억하시나요. 거기에 내가 방금 쇼핑했던 상품이 바로 보여서 신기했던 적도 아마 있으실 텐데요. 그러한 리타게팅 광고를 운영할 때 위에서 말씀드린 서드파티 쿠키가 쓰이고요. 따라서 이번 발표는 앞으로 이러한 광고를 운영하는 생태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뜻이니, 정말 어마어마하지요?
그렇다면, 이러한 조치는 광고로 돈을 버는 구글에게도 손해가 아닐까요? 아무리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해도, 구글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앞장서서 이러한 정책을 도입 할리가 없겠죠? 구글에게는 다 계획이 있습니다. 바로 사용자들을 관심사 별로 묶어서 타깃 광고가 가능한 기술을 곧 공개할 예정이기 때문인데요. 이미 대체재를 마련해 놓은 셈입니다. 더욱이 구글은 이미 유튜브나, 구글 검색 등 다양한 서비스들을 통해 고객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쿠키가 필수적이지도 않고요. 따라서 오히려 이번 조치로 구글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구글의 정책 변화가 국내 광고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우선 국내 IT업계의 가장 큰 형이라 할 수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입니다. 우선 둘 다 쿠키 기반이 아니라 보유한 이용자 데이터 기반의 광고 상품을 판매 중이고요. 따라서 이 둘도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진짜 문제는 웹 기반 타깃팅으로 먹고살던 광고업체들이라는 거죠. 이들은 하루아침에 비즈니스 모델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어찌 보면 달갑지 않은 일인데요. 안 그래도 갑이었던 대형 플랫폼 업체들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일부에서는 구글이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지도 모르는데요. 구글이 워낙 확실한 명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뒤집힐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지난 2018년 도입된 GDPR 이후로 쿠키 정보에 대한 통제권도 개인에게 주어야 한다는 건 상식이 되어가고 있고요. 이러한 대세에 따라 이미 작년 12월에 애플도 개인 정보보호 강화 정책을 내놓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혹시 지난 1월에 있었던 이른바 이루다 사태를 기억하나요? AI 학습에 개인정보가 명확한 고지 없이 사용되었고, 이 중 일부가 서비스를 통해 노출되면서 난리가 났었는데요. 이용자들의 항의로 인해 결국 이루다 서비스는 중단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면서 국내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고요. 따라서 광고주들이나 광고업체들 모두 이러한 흐름에 대비할 수 있는 기술이나 솔루션을 미리부터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