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온라인 전환, 결국 커머스 인력의 몸값만 올라가겠네요-
아니 이게 무슨 일이죠? 온라인 편집샵 29CM에 뜬금없이 삼성전자가 등장했습니다. 이게 왜 놀랄 일이냐고요? 삼성전자의 한국 총괄 PM이 직접 나서서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정도로 공을 들였거든요. 더욱이 벤더를 통해 판매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과 직접 제휴하고, 더욱이 그 대상이 큐레이션으로 유명한 29CM라니! 삼성전자는 무언가 새로운 판매 방식을 테스트했던 걸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자사몰을 통한 D2C 판매 같은 것을 말입니다.
아니다 다를까, 삼성전자가 이커머스 전문 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과차장급의 인력들을 찾는 중이며, 책정된 연봉도 8,5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라 하는데요. 최근 게임업계발 연봉 상승 흐름으로 촉발된 인재 영입 전쟁에 삼성전자도 한발 걸친 모양새입니다. 물론 관계자에 따르면, 새로운 플랫폼을 신설하거나 신사업을 할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라이브 커머스와 같은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특히 29CM는 물론, 무신사와도 2019년 이후 단독 판매 행사를 수차례 진행한 만큼 MZ세대를 공략할 무언가를 준비 중일 확률이 높아 보이네요.
그러면 대체 왜 이제 와서 삼성전자는 자사몰 강화에 나선 걸까요? 우선 경쟁사 애플의 전략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애플은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자체 채널을 통해 유통시키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애플의 브랜딩을 드러내는 공간인 오프라인의 애플 스토어와 실제 판매를 담당하는 온라인 스토어의 역할이 정확하게 나눠져 있어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온라인 스토어 매출 만으로 미국 이커머스 시장 내 점유율이 무려 3.5%에 달할 정도입니다. 반면에 삼성은 대부분의 매출이 딜러나 아마존과 같은 타 유통채널을 통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전까지는 삼성전자의 전략도 분명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이 몰아닥치자 상황은 달라집니다. 우선 주력상품인 스마트폰의 온라인 판매가 글로벌 전역에서 급증하기 시작했고요. 온라인 가전 판매 비중도 작년에 최초로 20% 선을 돌파합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온라인 판매 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필요성을 느낀 건 삼성 만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경쟁자인 LG전자도 작년부터 이커머스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을 신설하는 등, 국내외 이커머스 역량을 강화하려 노력 중인 상황인데요. 이러한 현상은 이제 더 이상 이커머스 전환에 있어서 안전지대는 없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소비재 기업들의 경우, 상품군과 상관없이 온라인 시대를 반드시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렇게 되면서 의도치 않게 호황을 맞이한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바로 이커머스 인력 채용 시장입니다.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기 위해선 당연히 추가적인 채용을 할 수밖에 없고요. 공급은 한정적인데, 이렇게 수요가 늘어난다면 몸값이 상승할 수밖에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