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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Apr 06. 2021

스트레이트가 쿠팡을 저격한 이유

현직자 관점에서 바라본 커머스 기업 쿠팡의 5가지 문제점

 잘 나가던 쿠팡에 급제동이 걸렸습니다. 4월 4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쿠팡의 탈법적 갑질에 대해 집중 보도한 것입니다. 상세한 방송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로 가시면 유튜브에 방송 풀버전이 공개되어 있으니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쿠팡, 최저가의 비밀 - 스트레이트 127회 보러 가기) 


 물론 언론의 플랫폼 기업 때리기는 익숙한 일이긴 합니다. 방송에서도 잠시 언급되는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논란이 대표적인데요. 정치권마저 나서서 압박을 하면서, 당시 배민은 수수료 제도 변경을 철회하며 항복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재명 지사가 등판하여, 직접 쿠팡을 비난하면서 그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쿠팡에게 치명적인 것은 여론이 매우 무섭게 돌아서고 있다는 겁니다. 유튜브는 물론, 네이버 등 포털 기사 댓글창마저 쿠팡을 비판하는 목소리로 뒤덮이고 있습니다. 과연 방송에서 드러난 쿠팡의 민낯이 어땠길래, 이렇게 쿠팡은 비판받고 있을까요. 스트레이트가 지적한 쿠팡의 문제점 5가지와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을 간단히 정리하여 전달드리고자 합니다. (이외에도 기업 국적 논란, 택배 노동자 과로 이슈, 언론사에 대한 무차별적 소송 등의 이슈도 있었지만, 커머스 영역과는 관련이 적어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1. 아이템 위너는 지나친 갑질이다

 이번 방송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지적한 쿠팡의 문제점은 아이템 위너 제도입니다. 아이템 위너 제도란 국내에서는 쿠팡만이 적용하고 있는 특이한 제도인데요.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가 여럿인 경우, 가격과 고객 경험에서 가장 우월한 것 만을 노출해주는 겁니다. 아래 이미지에서 보시면 여러 판매자가 있지만 대표 판매자만이 노출되고, 다른 셀러에게서 구매하려면 다른 판매자 보기를 선택하여 이동해야 하니, 실질적으로 아이템 위너에게 모든 매출이 쏠리게 됩니다.

아이템 위너는 고객에겐 편리할지 몰라도, 정말 판매자들에게는 악독한 정책입니다.

 스트레이트에서 지적한 문제는 아이템 위너가 모든 매출을 독식하는 구조라는 점, 즉 입점 업체들은 과도한 최저가 경쟁에 내몰리게 된다는 겁니다. 더욱이 아이템 위너에게 판매 후기 등까지 몰아주는 건 너무 과하다는 스탠스였습니다. 심지어 쿠팡의 설명과 달리, 오직 가격이 낮으면 바로 아이템 위너로 선정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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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의 아이템 위너 분명 셀러들에게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제도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구매하는 고객 입장에선 편한 것도 사실이고요. 방송에서 나온 사례처럼 동일한 상품이 아닌데도 묶인 다던가 하는 것들은 확실히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상품 하나 가격을 최저가로 테스트 등록해보고 아이템 위너가 오로지 가격에 따라 결정된다고 단정 짓는 건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 제도 자체는 쿠팡의 고유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미 아마존에서 시행 중인 바이박스 제도를 고대로 가져온 거라는 겁니다. 따라서 일부 디테일한 부분이 개선된다면 아이템 위너는 분명 쿠팡 입장에서는 충분히 시행할 만한 정책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비판을 피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존도 무지 욕먹는 기업이니 말입니다. 다만 대외적 이미지 하락으로 인한 고객 감소 및 판매자 이탈로 인한 부정적 효과와 고객의 쇼핑 경험 개선을 통해 긍정적 효과를 저울질해봐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2. 쿠팡의 정산은 지나치게 늦다. 심지어 내부 현금흐름 이슈 때문에 일부러 늦게 준다.

 쿠팡의 정산 제도는 정말 악명이 높습니다. 보통 평균적으로 9~10일이면 정산이 완료되는 타 오픈마켓과 달리, 판매시점 4주 뒤 70%를 주정산이라는 이름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30%는 무조건 다다음달 1일에 지급합니다. 최대 2개월이 걸리는 느림보 정산인데요. 배송은 로켓인데 정산은 거북이라니 아이러니할 따름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정산 지연 자체가 오로지 쿠팡의 현금흐름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스트레이트는 지적합니다. 물론 쿠팡은 판매 중개가 아니라, 직매입 비중이 높은 만큼 타사와 기준이 다를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쿠팡은 늦은 정산 덕분에 영업 현금흐름을 전년도에 플러스로 마감할 수 있었던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쿠팡은 경영 실적 개선을 위해 이러한 제도를 고수할진 몰라도, 영세한 입점 업체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일 수밖에 없는데요. 매출이 늘어날수록 묶인 돈은 커지고, 대금 지불 등을 관리하기 어려워져 흑자 도산의 위기를 겪기도 한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쿠팡이 내놓은 것은 놀랍게도 선정산 대출 상품입니다. 연리 4.8%의 이자를 판매자가 부담하고 대신 정산을 먼저 받는 겁니다. 이렇게 책임을 입점 업체에게 돌리는 모습은 쿠팡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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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의 정산 문제는 확실히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네이버는 빠른 정산을 통해서 오히려 주기를 당기고 있는데 쿠팡은 현재의 체계를 고수한다면 네이버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울 겁니다. 물론 관행적으로 유통업체들이 대금 지급 시점을 조정하여, 현금흐름을 관리하는 건 사실입니다. 쿠팡뿐 아니라,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티몬, 위메프 등이 영업을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제 쿠팡은 상장하면서 5조 원의 실탄을 벌지 않았습니까? 지금이야말로 이 부분은 확실히 개선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3. 쿠팡은 수익성 강화를 위해 자체 PB 상품을 만들고, 대놓고 밀어주고 있다.

 이렇게 셀러들에게 못된 짓만 골라하면서 쿠팡은 심지어 PB상품까지 개발하고 있습니다. 분야도 가리지 않고 정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데요. 이러한 전략도 아마존에서 배워온 것입니다. 아마존의 PB로 인해 소규모 업체들의 상품은 고사당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셀러들에게 너무 갑질을 하는 쿠팡이 PB상품을 만든 다니, 어떻게 행동할지 뻔히 보이지 않습니까? 이미 쿠팡은 의도적으로 PB상품을 우선 노출하며 수익성 강화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쿠팡의 PB상품 참으로 많이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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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B상품, 유통업체의 갑질 맞습니다. 다만 이건 진짜 남들도 다 하는 거고 쿠팡이 특별히 더하고 있거나 심하게 하고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짧게 다루고 넘어가겠습니다.




4. 공급 단가 하락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면서, 쿠팡이 과도한 마진을 편취하고 있다.

 과거 쿠팡은 공급 단가와 판매가 사이에서 평균적으로 10~15% 정도의 마진을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2018년 적자 규모가 1조 원을 넘기자, 공급 단가 하락을 입점 업체에게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쿠팡이 가져가는 마진 폭은 점차 커져 갑니다. 최근에는 최대 40%나 되는 마진을 가져가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공급 단가 하락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건 명백한 갑질입니다. 본인들의 이익 개선을 위해 협력 업체에게 손해를 강요할 순 없습니다. 쿠팡의 시장 지배력이 강해질수록 이러한 갑질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스트레이트는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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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중립 기어를 박고 바라봐야 하는 문제인 거 같습니다. 공급 단가나 수수료율 등은 실제 데이터를 봐야 현황을 명백히 파악할 수 있고, 평균 수수료율뿐 아니라 카테고리 비중 변화 등 다각도로 분석해야 합니다. 따라서 단편적인 인터뷰 내용 만으로 쿠팡의 갑질 유무나 심각도를 알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쿠팡뿐 아니라 여느 유통업체나 단가 하락 압박은 되게 만연해 있긴 합니다. 물론 관행이라 해도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합니다. 이러한 의혹이나 제보가 있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해서 조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5. 라이더 수수료를 600원이나 내린 쿠팡, 토사구팽이다.

 쿠팡이츠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이미 강남 지역에서는 주문 수 기준으로 점유율이 45%에 달하며 배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아직 전국적으로 서비스되고 있지 않은데도 이 정도니, 곧 요기요를 제치고 배달 플랫폼 2위에 오를 날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


 이렇게 쿠팡이츠가 성공을 거둔 이유는 단건 배달 방식으로, 배달 속도를 크게 개선하였기 때문입니다. 쿠팡이츠의 라이더는 1건의 주문만 수행합니다. 그래서 여러 배달 음식들을 모아서 배달하는 경쟁사보다 빨랐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단건 배달이 가능했을까요? 돈을 뿌렸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라이더에게 무려 건당 3,100원의 기본 배달 수수료를 지급하였습니다. 여기에 프로모션 비용도 계속 추가하여 지불하였고요. 결국 모든 라이더들이 쿠팡이츠 주문에 몰리면서 배민 라이더스 등 타사의 배달 속도는 더 느려지는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기본 배달 수수료를 갑자기 3,100원에서 2,500으로 600원이나 내립니다. 쿠팡이츠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토사구팽 한 셈인데요. 라이더들 입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또한 쿠팡의 갑질이란 게 스트레이트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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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더들과 배달 플랫폼과의 갈등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기본 배달료나 프로모션 비용 지급 문제를 두고 끊임없이 다투어 왔습니다.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 이 문제만큼은 지나친 비판이 아닌가 싶습니다. 쿠팡이츠는 확실히 적자를 각오하고 밀던 서비스가 맞습니다. 그래서 배달 수수료도 프로모션 비용도 과도하게 지출했던 겁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적자사업을 유지할 순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쿠팡이츠의 배달 수수료 인하는 예상되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라이더들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움직여 왔습니다. 그래서 쿠팡이츠가 돈을 뿌려대자, 부업 인구가 라이더로 몰렸던 겁니다. 배달 수수료 문제는 과열되었던 시장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물론 당장 소득이 줄어드는 라이더 입장에서 반발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이걸 토사구팽이라는 프레임마저 씌우는 건 좀 지나치지 않나 싶네요.






 지금까지 스트레이트가 다룬 여러 쿠팡의 문제점 중 커머스와 관련도가 깊은 5가지에 대해 나눠보고, 방송을 보면서 느낀 개인 소감을 덧붙여 보았습니다. 방송을 보면서, 스트레이트가 제기한 문제들 중 일부 억지가 있었던 것도 있긴 했지만, 대체로 쿠팡이 비판받을 만한 소지가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쿠팡은 지나치게 고객에게만 몰입하다 보니, 이해 관계자들 - 협력업체라던가, 내부 직원에 대한 케어를 확실히 놓친 듯합니다. 마치 아마존을 떠올리게 만들었는데요. 아무리 아마존 바라기라 하지만 나쁜 모습조차 답습하다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사실 쿠팡은 그동안 노동 이슈 등 부정적 논란이 터질 때마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전략을 펼쳐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쿠팡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구체적인 개선책을 내놓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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