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묘한 Apr 14. 2021

지그재그가 상장이 아닌 매각을 택한 이유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긴 카카오는 칭찬해-

아래 글은 2021년 04월 14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지그재그는 왜 무신사의 길을 택하지 않았을까?

 지난 4월 8일 카카오가 지그재그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또다시 커머스 업계가 들썩거렸습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은 카카오가 지그재그를 인수한 이유에 쏠렸는데요. 카카오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베이와 요기요를 마다하고 뜬금없이 지그재그를 품는다고 하니, 다들 궁금해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죠.


 하지만 저는 동시에 지그재그가 상장이 아닌 매각의 길을 굳이 택한 이유도 궁금해졌는데요. 구체적인 인수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의 추정치는 약 1조 원 정도니 나름 가격을 잘 받은 것 같긴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조건으로 인수된다 하더라도, 과연 그게 최선일지는 의문인데요.


 사실 카카오의 원픽도 지그재그가 아니었습니다. 카카오가 원래 탐내던 대상은 패션 쇼핑 플랫폼 1위인 무신사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신사의 기업가치가 하늘로 치솟자, 지그재그로 인수 대상을 선회했다고 하는데요. 패션 쇼핑몰 중 거래액 기준 1위가 무신사라면, 2위는 바로 지그재그입니다. 따라서 지그재그도 무신사처럼 독자생존의 길을 걸었어도 되었을 텐데, 굳이 왜 이 시점에 카카오의 품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걸까요?



경쟁은 치열한데, 필살기가 없다

 솔직히 지그재그도 무신사처럼 유니콘을 넘어 기업가치 2조, 3조로 성장하고 싶은 욕심을 당연히 가졌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 있게 나아가지 못한 이유는 경쟁이 너무 치열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무신사는 거래액 규모에서도 압도적이지만, 남성과 스트리트 패션 시장을 완벽히 장악했다는 점에서 당해낼 자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그재그가 속한 여성 패션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온라인 여성 패션 시장은 정말 경쟁이 치열합니다 (출처: 뉴스1)


 지그재그가 시장을 선점했지만, 에이블리와 브랜디의 추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인데요. 특히 에이블리의 기세가 매우 무섭습니다. 심지어 지그재그가 거래액 규모에서는 아직 앞서가고 있지만, 에이블리가 이용자 수 측면에서는 근소하지만 이미 역전을 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3군데 다 동대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결국 지그재그가 혼자서 무신사의 반열에 오르려면, 경쟁자들을 물리칠 일종의 필살기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라는 막강한 PB 브랜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체 브랜드를 통해 차별화 경쟁력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수익성도 확보했기에 3조 원 남짓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그재그에게는 특별한 무기가 없습니다. 물론 제트결제라는 자체 페이나, 제트온리와 같은 풀필먼트 서비스를 운영 중에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둘 다 지그재그 만의 경쟁력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특히 풀필먼트는 CJ대한통운의 것을 이용하는 입장이니 더욱 그러합니다. 반면에 에이블리와 브랜디는 모두 자체 물류센터와 물류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그재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얻은 카카오의 묘수  

 따라서 지그재그는 불확실한 경쟁에 도박을 거느니, 안정적으로 카카오에 합류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지그재그는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자할 자본이나, 카카오의 여러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요. 후발주자들과의 경쟁에서도 다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카카오가 지그재그를 인수하는 형태입니다. 카카오는 지그재그를 카카오커머스로 편입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자회사인 카카오Z를 신설하여 합병한다고 하는데요. 지그재그에 투자한 투자사들에게 카카오 지분을 나눠주고, 지그재그의 서정훈 대표의 경영권도 보장한다고 합니다. 지분 교환을 통해 인수하는 건 결코 카카오가 돈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독립된 경영권을 보장할 뿐 아니라, 추후 자회사 상장을 통한 차익실현의 기회까지 제공하면서, 지그재그와 투자사들을 설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카카오는 지그재그가 매각을 택할 명분을 제공하면서, 현금도 아끼는 실리까지 얻은 셈입니다.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가볍게 트렌드를 나누는 뉴스레터 >>> 매주 트렌드 받아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플랫폼다운 풀필먼트, 제트온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