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불꽃을 바라보다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어요.
언제부터였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이 시간이, 참 고맙게 느껴지기 시작 한건. 무심히 타들어가는 장작 소리, 눈부시지도 않은 주황빛 불꽃, 그리고 나도 모르게 느슨해지는 마음.
요즘 '불멍'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는다. 불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는다는 이야기다.
나도 처음엔 "그게 무슨 힐링이야?"라고 많이 했지만, 이젠 이 조용한 불빛 앞에 오래 머무르고 싶다.
불꽃 앞에서는 우리도 조금은 느슨해져도 괜찮아요. '불멍'은 과학적으로도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한다.
불꽃의 움직임과 소리를 일정 시간 바라보기만 해도 혈압이 낮아지고 심박이 안정되며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진화심리학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불꽃은 눈에 편안함을 주고, 불소리는 '화이트 노이즈'처럼 사람들을 진정시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불 앞에 있으면 이유 없이 마음이 말랑해지고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볼 수 있던 것 같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불은 많은 문화권에서 전환과 치유의 상징으로 쓰인다. 지나간 기억을 종이에 적어 불에 태우는 의식, 그리고 어릴 적에 수련회에서 늘 하는 양초를 켜고 하는 촛불의식. 그 모든 불빛에는 마음의 정화와 위로가 담겨 있었던 것 같다.
불은 사람을 부르고, 사람은 그 불을 중심으로 둥글게 앉아 있으면 말없이 앉아만 있어도 좋고, 가볍게 얘기를 나눠도 좋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공간을 "비판받지 않는 교류의 장"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서로를 평가하지 않고, 그냥 머무를 수 있는 곳.
이렇게 불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서로를 회복시킨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 육아 스트레스, 학업 스트레스 등.
꼭 캠핑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테이블 위에 촛불을 켜거나, 벽난로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포인트는 잠시 전자 기기를 내려놓고 불빛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지쳤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복잡했던 생각이 가라앉으며 스트레스받았던 생각을 잠시 잊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타닥이는 불빛 앞에 앉아, 소리 없이 위로받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