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김 작가. 검색해 봐. 스크리너스가 정확히 뭐 하는 데야?"
편의점 파라솔 아래. 우리는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작전 회의를 시작했다. 사실 우리는 '스크리너스'의 존재는 알면서도 잘 몰랐다. 아니, 알기 싫어서 외면했다는 게 맞겠다.
"어디 보자... 나무위키 켰어."
김 작가가 깨진 안경 너머로 화면을 읽어 내려갔다.
"영상 미디어 공룡 기업. 2027년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인수 합병... 와, 극장을 다 먹었다는 애들이 얘네들이야?"
"관람료 기본관 5만 원, 프리미엄 리클라이너관은 10만 원. 8K 스트리밍 전용관..."
"미친... 가격이 존나게 올랐다고 기사에서는 봤지만, 해도 너무 하네“
”그래도 볼 놈은 본다 이거지“
남 대표가 거품을 물었다. 하지만 김 작가의 브리핑은 계속됐다.
"근데 이게 골 때리는 게, 아무나 개봉을 못 해. 여기 봐. '챌린지 리그'부터 시작이래. ‘네이버 도전 웹툰‘ 같은 거야. OTT 전용 채널에서 무제한 경쟁이 시작돼. 그래서 조회수랑 '좋아요'를 끝내주게 받아야 1부 리그로 승격하고, 그게 끝이 아니야. 거기서 살아남아야 '프리미엄 리그'로 간대."
"프리미엄 리그?"
"어. 거기 올라가야 극장 개봉도 시켜주고, 제작비도 주고, 진짜 스타 배우랑 촬영할 수 있대. 지금 봉준호, 박찬욱, 류승완은 다 저 위에 있다는 거지."
우리는 침묵했다. 5년 동안 철저히 외면했던, 우리가 알던 그런 영화판이 아니었다. 탑배우들 관리하고 비위 맞춰서 캐스팅하고, 투자팀 애들 만나서 술 마시고 호형호제하면 도장 찍어주던 그런 바닥이 아니다. 철저한 계급 사회, 무한 경쟁의 콜로세움이 된 것이다.
"형들, 근데..."
내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누구지? 챌린지 리그? 그거 취미로 영상 만드는 아마추어 애들이나 하는 거 아냐? 우리 경력이 얼만데, 가면 바로 프리미엄이지."
"그치? 야, 내가 JJ필름에서 피디할 때 봉 감독하고 인사도 했어! '봉 감독님, 영광입니다' 이러면 '아유 흥행 피디님 제가 잘 부탁드려요' 이랬다고!"
남 대표가 허세를 떨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 꼰대 특유의 '인맥 만능주의' 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우 문제도 그래. 요즘 애들은 돈 없어서 배우 못 쓴다며? '디지털 초상권'인가 뭔가 때문에."
"맞아. 요즘 A급 배우 초상권 쓰려면 10분에 1억이래."
"우린 다르지! 야, 그동안 내가 공들인 배우가 몇 명인데. 전화 한 통이면 걔들 초상권? 그냥 가져온다. '형님 쓰세요!' 하면서."
우리는 서로를 보며 낄낄거렸다. 세상이 바뀐 줄도 모르고, 아니 인정하기 싫어서, 우리는 낡은 자존심을 훈장처럼 꺼내 닦았다.
"그래. 까짓거 해보자. 저깟 키보드질만 하는 애송이들, 우리가 스토리텔링으로 참교육 시켜주자고."
"근데... 당장 제작비는 어떡하지? 우리 셋 다 마통(마이너스 통장) 인생이잖아."
김 작가의 뼈 때리는 질문. 그때, 남 대표가 비장하게 말했다.
"마누라 몰래 꿍쳐놓은 비자금이 있어. 거기다 청소기 보증금까지 빼면. 한 500은 만들 수 있을거야”
“남 대표, 근데 괜... 찮겠어?”
조심스럽게 김 작가가 물었다.
“그걸로 일단 중고 컴퓨터라도 사고, 진행비로도 쓰자.”
"진심이구나? 이 형..."
"아 말해 뭐해~ 별 수 있냐? 일단 그 청소기부터 빨리 찾으러 가자고!"
남 대표가 벌떡 일어났다. 그래, 일단 그놈의 진드기 청소기부터 구출해야 한다. 그게 우리의 유일한 자산이자, 남 대표가 형수님한테 쫓겨나지 않을 최후의 보루니까.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