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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Jan 09. 2021

죽음의 계곡의 두 사람

데스벨리 국립공원

데스벨리에 눈이 왔다.

특별한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공원을 관통하는 길 하나만 열려있고 나머지 길들은 모두 막아 놓아 단테스 뷰, 예술가의 팔레트, 악마의 골프장은  볼 수가 없었다. 

전화로 물어보았을 때 길들을 다 Open 했다는 말은 큰길(190번 도로)만 열어 놓았다는  뜻이었다.

전 날까지는 그것도 막혀있었다고 했다.

길 곳곳에 흙이 무너져 내려와 관리인들이 치우고 있는 것을 보니 이번 비가 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브리스키와 배드 워터(Bad Water)만 들어갈 수 있었다.  



바다보다 86m 낮은 배드워터에서 올려다보니 바위 언덕 위로 단테스 뷰가 조금 보인다.  눈이 쌓여있다.

눈 위에 구름 한 조각이 있고 그 한참 위에 조각달이 예쁘게 떠 있는데 사진에 하얀 점으로 보인다. 

저 바위 언덕 중간쯤이 바다면과 같은 높이다. 

만 년 전에 내가 이곳에 서 있었다면 수영 못하는 나는 죽음이었다 



해는 지고 갈 곳도 없어 일찌감치  Furnice Creek Ranch에 있는 조그만 캐빈(Cabin)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5시 전에 잠에서 깨어

Ubehebe Crater 쪽으로 해 뜨는 걸 보러 갔는데 역시 갈 수가 없다.  이 길로 가면 사막에 저절로 미끄러져 내리는 돌멩이를 볼 수 있다는데  'Closed'라고 써 붙인 철문 앞에서 해 뜨는 것 보고 데스벨리의  전설 스캇 티의 성(Scotty's Castle)으로 갔다 


스캇티는 호탕하고 잘 웃기고 우리말로 쉽게 하자면 뻥이 세고 사기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1920년대 시카고 사는 존슨(Johnson)이라는 부자를 찾아가 캘리포니아의 금광에 투자하라고 한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교육도 잘 받고 신앙심이 강한 존슨은 술도 마시지 않고 극장에도 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원칙주의자인 그는 설마 스캇티가 거짓말을 하리라 생각하지도 못했다. 금은 나오지도 않는데 이번에는 몸이 약한 부인을 위해 건조하고 따뜻한 이곳에 별장을 지으라고 권했다. 


 존슨 씨의 돈으로 호화스러운 집을 짓고  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금광을 발견해 큰돈을 벌어 이 집을 지었다고  말하고 다녔다.

 과시욕의 상징인 듯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 대문은 적군을 막아야 하는 진짜 성처럼 만들어 놓았다. 


 정작 집주인은 이 집에 와서 살아 보지도 못하고 사망했다.

스캇티는 1954년까지  일생을 풍미하며  이 멋있는 집에서 살다가 죽어서는 집 뒤 언덕에 묻혀 지금도 이 집을  내려다보고 있다. 

집 뒤에 보이는 언덕 위의 십자가가 스캇티의 무덤이다. 존슨이 죽으며 기독교 단체에 이 집을 기부했다. 국립공원에서 사들였다. 

국립공원 당국도 '존슨의 성'이 아닌 '스캇티의 성'(Scotty'sCastle)이라고 부른다. 





1849년 이후 행운을 찾는  많은 모험가들이 이 곳에 와서  금광과  은광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험한 기후와 먼 거리 때문에 오래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손 털고 나갔다.

그중의 하나가 사막의 하얀 금(White Gold of Desert )이라고 부르는 Borax이다. 

 하모니(Harmony)라는 이름을 가진 이 회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을 데려와 하루에 1불 30전 주고 일을 시켰다. 

중국인들은 마차 뒤로 보이는 지금은 무너진 아주 작은 집에서 살며 밥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사 먹어야 했다


그 외의 일꾼들은 이곳의 오아시스인 Furnace Creek Ranch에서 살았다.  

그 시절 먼 나라에 와서 더위와 차별 속에 일했을 우리와 비슷하게 생겼을  사람들을 잠시 생각하니 

짠한 마음이 올라온다.    여름에는 섭씨 56도까지 올라가  햇볕 아래 있으면 30분 만에도 죽을 수 있는 곳이다. 

Borax를 채취해 165마일 떨어진 기차역까지 운반하던 20마리 당나귀 마차. 

총길이 100ft(30m)  바퀴 7ft(2.1m)

1883년에서 1888년까지 5년 간 사업하고

하모니는 문을 닫았다... 


미국을 돌아다니며 좋은 점도 느끼고 나쁜 점도 보는데

그 들이 부끄러운 과거나 자신들이 잘못한 것도 감추지 않고

기록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 주는 것은 좋은 점 중의 하나라고 해야겠다.





모래사막으로 갔다. 






저 멀리 한사람 

전날 내린 눈과 비로 모래사막이 젖어있다. 발 뒤꿈치로 찍으며 내려온 흔적이 선명하다.


거대한 모래언덕 위에 아주 조그만 사람 둘이 서있다.

Good bye Death 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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