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질경이 Sep 12. 2022

오래된 집

 우리나라에도 오래된 집들을 보존하자는 운동이 있듯이 그린즈버러 , 노스 캐롤라이나에  Preservation Greensboro라는 비영리단체가 있어 오래된 집들을 부수지 말고 잘 고쳐 보존하고자 하는 모임이 있다.

 그린즈버러에 잠시 가 있는 동안 "Tour of Historic Homes"라는 행사가 있어 참석했다. 

그린즈버러 시내 한 복판, UNCG와 그린즈버러 칼리지 사이에 있는 주택가에 오래된 집들이 줄지어있다.

그중 주인이 허락한 10개의 집을 공개해 100년이 넘은 오래된 집들이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보여주었다.   

1847년 지어진 이 집은 남북전쟁 당시 남군이 머물렀던 집이라 한다.

주인이 여러 번 바뀌고 

집안을 여럿으로 나누어 대학생들에게 빌려 주었더니 형편없이 망가진 것을 그린즈버러 보존회에서 도와주고 잘 수리하여 지금은 Bed and Breakfast로  운영되고 있다. 

투숙객이 아침식사를 하는 방. 

 오래된 찬장의 유리창이 하나 깨어졌는데 같은 것을 구하지 못해 그냥 두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왔을 것 같은 식탁보가 작은 테이블을 덮고 있다.  

요즘은 커다란 통유리창을 모두들 좋아하지만 오래된 집의 창틀도 예쁘다.

젊고 활기찬 모습은 없어도 곱게 나이 든 할머니 같은 맛이랄까..   

뒷마당도 좋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바빠서 마당 없는 집을 선호한 다고 한다.

그래도 주말 아침 뒷마당에서 차 한잔 즐길 시간은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이런 뒷마당 하나 있으면 좋겠다....   

집안에서 창 밖을 보아도 좋다.  

촌스러운 듯 귀엽고 예쁜 인테리어. 


 이런 행사는 거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된다. 보상을 바라지도 않고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다.    

행사가 있는 동안 저녁이면 후원자들을 위한 조촐한 파티도 했다.


뒷마당에서는 재즈도 울리고 

바비큐와 마실 것도 준비되어있었다. 

베이스 연주자는 UNCG음악과 교수인데 

Historic House에서 살며 Bed and Breakfast도 운영한다.  

 그린즈버러의 명소 Blandwood Mansion이다. 1795년 지어져 이 근처에서 가장 오래된 이 집은 지금은 그린즈버러 시내 한가운데 있지만  처음에는 100 에이커나 되는 허허벌판의 농장이었다.

이 집에서 1827년부터 1866년까지 그 당시 주지사였던 Morehead 씨가 살았다. 남북전쟁(Civil War)이 1865년에 끝났으니 링컨 대통령 시절 이야기다. 꽤 오래된 것 같아도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다.   

남북전쟁 당시 남군 장군이 머물렀고 1865년 남군이 패배하자

남군의 Vance장군이 북군의 Cox장군에게 항복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 집도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며 무너질 형편에 이르자 

그린즈버러 보존회에서 사들여 보수한 후  

결혼식, 특별한 파티 등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며 유지하고 있다.   


이 집에 이런 설명서가 붙어있다


 1790년 노스캐롤라이나 인구의 31%가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다.

1860년, 전체 인구의 3분의 1은 노예였다

퀘이커교도들이 많은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아 18.7%였다.

1826년 자유를 찾은 흑인의 이주는 법으로 금지되었다.

1830년, 노예에게 글을 쓰거나 읽도록 가르치는 것도 불법이었다.

1835년 흑인은 설교를 할 수도 없고, 술을 사거나 팔아도 안 되고, 총을 가질 수 없고,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 

이 집의 주인이었던 모어헤드 씨도 37명의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다.

17명은 18세가 넘은 성인이었고 20명은 미성년자였다. 

미국을 돌아다니며 자신들이 잘못한 역사를 이렇게 사람들에게 알려 주는 것을 자주 본다. 

지금 미국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흑인들을 본다. 대부분이 교육을 받지 못해서 못살아서다. 교육을 받지 못하면, 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생각해야 한다.

불과 100년 전 백인들이 한 일을 돌아보며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라도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노스캐롤라이나의 고등학생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장학금이  4년 간 모든 것을 다 지원해 주는 UNC-Chapel hill에서 가장 큰   Morehead장학금이다.


부잣집 주인도 떠나고 

그들을 섬기던 노예도 떠난 집에 꽃들이 풍성하게 피어있다.

작가의 이전글 고국 떠난 지 500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