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떠난 지 500년

엘리자벳은 가든

by 질경이



70년 동안 영국을 다스린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사망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애도하고 전 세계의 텔레비전 방송국들이 사망하기 이틀 전부터 계속 속보로 여왕의 상태를 알려 주었다. 마치 자기 나라의 일인 것처럼 슬퍼한다.


몇 년 전 영국에서 왕손 아기가 태어나는데 미국의 언론들은 분만 예정일을 넘기자 다른 커다란 사건들을 제쳐놓고 그 아기의 탄생을 기다리며 아기이름 예측하기, 성별 예측하기.. 등등으로 온통 난리였다.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 때도 그랬고 오래전 다이애나 왕비의 죽음 때도 그랬다.


영국인들이 500여 년 전 신세계를 찾아 미국으로 와서 처음 발을 디딘 로녹 아일랜드에 가면 Lost Colony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아주 예쁜 영국식 정원이 있다. Lost Colony는 이곳에 처음 도착한 영국인들 중 일부가 생필품을 가지러 영국에 간 사이 여기 남아있던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건을 말한다. 그 이주자 중 처음 태어난 여자아이도 처녀 여왕의 이름을 따서 'Virginia'라고 지었다. 그 사람들이 인디언들에게 모두 살해되었는지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이주했는지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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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왕 이름을 딴 "Elizabethan Garden"이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잘 다듬어진 정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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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Mystery 그리고 Fantasy가 복합된 특별한 정원,

1584년-1587년 신세계를 찾아온 최초의 개척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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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한 송이를 들고 있는 엘리자베스 1세의 동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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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의 레이스가 얼마나 섬세한지 비단결이 느껴진다. 500년 전에 자신의 조상들이 떠나온 고국을 아직도 동경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1776년 독립선언문에 서명하고 독립전쟁을 시작하려 했을 때

고국과 싸우지 말고 그냥 영국의 식민지로 남아 있다고 하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미국인들의 영국이나 유럽사랑은 예상외로 크다. 내가 10살쯤 '소공자'라는 어린이 책을 읽고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 소공자의 엄마가 미국 여자라서 소공자의 친할아버지가 인정해 주지 않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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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직후라 촉촉이 젖은 꽃들이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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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드레스만큼 예쁜 하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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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더덴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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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문은 자신들의 고향으로 가는 대서양을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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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싱그러운 빛을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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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꾸어진 아름다운 정원을 거니는 건 조상이 누구이던 상관없이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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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전 고국을 떠나 험난한 길을 왔던 사람들,

그리고 그 후에 온 우리 같은 다른 사람들로 섞인 이 나라다.


오늘, 나를 둘러싼 큰 세상은 영국 여왕의 사망을 슬퍼하는 것처럼 보이고

나는 어린 시절 예쁜 한복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던 엄마가 있던 추석을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