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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Sep 16. 2022

월든호숫가에서

데이빗 소로우의 오두막집

내가 뉴잉글랜드 지방을 간다고 하니 딸아이가 물었다.

"엄마, 월든 폰드도 갈꺼얘요?"

"그래."

"아.. 나도 가보고 싶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쓴 "월든"을 가기 전에 한번 슬쩍 읽고 다녀와서 다시 읽었다. 

지난번에 읽으며 주홍색으로 밑 줄을 그어 놓은 것을 보며 이번 에는 분홍색으로 밑줄을 그으며 읽어 내려 같다. 어떤 부분은 내가 왜 줄을 그었는지 모르겠는 부분도 있었다.  지난번에 읽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곳에 밑줄을 긋는 나를 발견하고 같은 것을 보아도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있던 소로우의 오두막을  주차장 옆에  만들어 놓았다. 오전에 헤리엣 스토우 부인이 살던 집을 보고 오후에는 소로우가 살던 오두막을 보며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1845년 봄 그는 도끼 한 자루를 빌려 호숫가 숲 속으로 들어가 나무를 베어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 집을 28달러들여 짓고 7월 4일 지붕과 벽이 완성된 집으로 이사 들어가 2년 2개월을 살며 "월든(Walden)"을 집필하였다.


그의 숲 속 경제관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택이 무엇인지를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은 이웃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정도의 집은 나도 가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 가난하게 살지 않아도 될 것을 평생 가난에 쪼들리며 살고 있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끝없이 노력하면서 왜 더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법은 배우지 못하는가?"


"나에게는 세 개의 의자가 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한 것이고 

둘은 우정을 위한 것이며 

셋은 사교를 위한 것이다."


"나는 친구와 호수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는 은둔자의 생활을 하였지만 좋은 친구와의 교류는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그와 오랜 기억에 남을 충실한 대화를 했던 친구는 랄프 왈도 에머슨과 , "작은 아씨들"의 저자 루이자 메이 올컷의 아버지 브론슨 올컷이다.


"내 친구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그냥 친구로 있어 주는 것입니다. 친구란... 서로의 희망을 소중히 여겨 주는 것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보다 더 세상을 넓게 해 주는 것은 없습니다."


 그가 살던 방 하나 의자 세 개(얻은 것), 작은 침대 하나, 유리창 두 개, 벽난로 하나가 모두인 소박한 집을 보고 나오며 그가 대단하다고 느끼는  건 150년 전에 그가 한 말들이 지금의 나에게 이토록 큰 감동을 준다는 사실이다.


 "때때로 나는 우리 미국인이  잔인한 흑인 노예제도라고 하는  제도에 빠져있을 만큼 천박한 국민인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호숫가에 도착해 그의 오두막이 있다는 곳을 향해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갔다. 구름에 덮인 호수는 잔잔하고 초여름의 숲은 싱그러웠다. 소로우가 호숫가 숲 속에 들어와 집을 짓기 시작한 때가 1845년 4월이었다.


"길을 완전히  잃고 나서야 우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국회의사당 문 앞에서 인간을 가축처럼 매매하는 국가의 권위를 인정할 수 없고 그런 국가에는 세금을 낼 수 없었기 때문에 체포되어 투옥당했다. 그러나 내가 숲에 들어간 것은 정치적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이다."


"땅의 표면은 부드러워서 사람의 발에 의해 표가 나도록 되어있다. 마음의 길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세계의 큰길은 얼마나 밟혀서 닳고 먼지투성이이겠는가. 전통과 타협의 바퀴 자국은 얼마나 깊이 패었겠는가?"



170년 전 소로우가 살았던 집터. 1817년에 태어나 44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150년 후인 지금까지 세상 사람들에게 준 영향은 대단히 크다.

"나는 행복한 여행자입니다. 내 생각에 내가 뭔가 잘하고 있나 봅니다. 행복은 나비와 같아서; 쫓아 갈수록 멀어지지요. 그런데 당신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와서 당신 어깨에 사뿐히 앉을 것입니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그 당시 내가 생활했던 것처럼 소박하게 산다면  도둑이나 강도는 존재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내가 숲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신중하게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인생의 본질적인 것들만 직면해 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고. 내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지나간 일은 지나가게 하고 미래를 향해 가십시오. 신념을 가지고 당신의 꿈을 향해 가십시오. 당신이 생각했던 삶을 살아가십시오.

세상에 태어나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도 누구나  무엇인가는 합니다."


아주 작은 야생화도 세상에 나온 목적이 있습니다.


역시 대가의 말은 150년이 지나도 옳은 말씀들이다.



그의 말대로 월든 호수는 수수하고 아름답기는 하나 웅장하지는 않다.



그의 집터를 보고 호수를 한 바퀴 돌아 나오는데 길가 철조망 너머로  예쁜 "Pink Lady's Slipper"가 눈에 들어왔다. 날이 흐리고 숲 속이라 가까이 가지 않으면 사진에 나올 것 같지가 않아 잠시 고민하다가... 슬그머니 담 사이로 기어들어가 사진을 찍고 나왔다. 소로우 선생이 나에게 멀리서 와주었다고 주는 선물로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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