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횡단, 여행하며 본 미국 역사
유럽인들이 신대륙으로 와서 부자가 된 사람들 중에 대통령을 둘이나 배출한 루스벨트 가문이 있다.
아케이디아 국립공원을 출발해 메인주의 북쪽으로 올라가면 캐나다 국경이 나오고 루스벨트 기념 다리(Roosevelt Memorial Bridge)를 건너면 왼쪽에 루스벨트 가문의 여름 별장인 캄포벨로 인터내셔널 파크(Campobello International Park)가 있다.
여기는 캐나다 땅이지만 건물은 National Historic Site로 미국의 국립공원이 관리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한 살 때부터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와서 즐기던 곳이다.
그는 39세 되던 1921년 자신의 아이들과 휴가를 와서 수영을하고 난 후 소아마비에 걸려 하반신을 못쓰게 된다.
그는 자신이 불구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뉴욕 상원의원을 지내고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어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다. 미국 대통령이 두 번만 연임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FDR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1933년 취임해 세 번 연임하고 네 번째 당선되었으나
2차 대전을 마무리하는 얄타회담에 다녀온 후 1945년 4월 세계 2차 대전의 끝을 몬 본채 사망하여 네 번째 임기는 이루지 못했다.
64세에 사망할 때까지 자신이 휠체어를 탄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조지 워싱턴, 링컨, 과 함께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중 한사람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경제 대공황 때 대통령이 되어 뉴딜정책을 내놓아 경제공황을 이겨냈고
1941년 2차 세계대전에 연합군으로 참전해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의 정책 중 이미 없어진 것들도 많지만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와 은행에 가면 예금주를 보호한다고 붙어있는 FDIC 제도는 아직도 살아있다.
내가 좋아하는 국립공원의 길이나 비지터센터, 계단 등의 편의 시설을 뉴딜정책의 일원이었던 CCC대원들이 만들어 지금도 갈 때마다 고맙게 생각한다
여긴 하루에 두 번 "엘레노어 여사와 차 한잔"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장소가 좁아 한번에 20명 정도만 참석할 수 있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 대통령의 별장에서 다과를 대접받았다.
루스벨트의 부인, 엘레노어 여사는 8살에 어머니를 잃고 10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매우 엄격한 외할머니에게서 자랐다.
"못생긴 오리"라는 별명과 함께 "너는 못생겼으니 예의라도 잘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
할머니의 품을 떠나 영국으로 유학 갔을 때 날아갈 듯 기뻤다고 한다.
먼저 와 있던 사람들은 루스벨트 대통령에 대한 지식이 많아
직원에게 질문도 하고 신기해하기도 했다.
깔끔하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다과상.
저 할머니는 자신이 이곳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루스벨트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소아마비에 걸린 후 이곳에 오지 않고
그의 부인 엘레노어가 그가 사망한 후에도 와서 즐겼다고 한다.
차 대접을 받은 Hubbard Cottage.
"Women are like a tea bags, We don't know our strength until we are in hot water."
재미있는 말이다.
"Life is a box of chocolate.." 하는 포레스트 검프의 말이 생각난다.
"다음 월요일에 메인주의 루벡과 캄포벨로 섬을 이어주는 루스벨트 기념 다리가 개통됩니다. 이제는 작은 페리에 차를 싣고 건너오는 대신 루벡에서 다리를 건너기만 하면 되는군요. 사람들이 건너 오기도 쉬워졌고 미국과 캐나다도 가까워졌습니다. 그래도 과거를 기억하는 우리는 세상과 골치 아픈 일에서 벗어나 한 달, 아니면 6주 동안 즐겼던 "사랑받는 섬"을 그리워할 것입니다."
이것이 그녀의 마지막 방문이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문... 대통령 가문의 별장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모든 것이 소박했다.
이 집에서 그들의 셋째 아이가 태어났다.
다섯 자녀 중 가장 정치적 능력을 가졌다는데 캐나다 땅에서 태어나 대통령에는 출마할 수가 없었다는 설이 있다.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서 태어나야 한다. 나중에 가짜 뉴스라고 밝혀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몇 년을 두고 괴롭혔였다.
옛날 같았으면 여기서 페리를 타고 건넜겠다.
미국을 알기 위해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상한 욕심이 생긴다.
산에 가면 무조건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듯
끝까지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
가 보면 별것 없다 할지라도 가장 끝 부분까지 가 보았다는 얄팍한 기쁨.. 뭐 그런 거.
미국에서 가장 동북쪽 끝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함경도 같은 메인주,
그곳에서도 가장 동쪽 끝이다.
캄포벨로에서 나와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바람도 부는데
여기까지 왔다.
땅끝에 등대가 있고
등대 아래 이런 돌멩이 하나 있다.
미국의 가장 동쪽 끝,
West Quoddy Head 등대.
루벡, 메인
북위 44.48.55 서경 66.57.64
그곳에서 보는 성난 바다.
미국 지도로 보면 바로 저 귀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