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횡단과 여행
데모인(Des Moines)에 있는 베이 몬트 호텔에서 일박하고 차에 기름을 채웠다. 기름 값이 저렴한 러브(Love's)나 파일러트 주유소는 주택가나 시내에는 없고 주로 고속도로 주변에 있다. 아침에 호텔에서 마신 커피가 좀 부족하여 커피도 한 잔 사서 카페인도 보충하고 다시 동쪽을 향한다.
아이오와에서 볼 것이 하나 더 있다.
아마나 콜로니스(Amana Colonies)의 사람들은 1860년 독일에서 뉴욕으로, 뉴욕에서 아이오와주까지 험한 길을 왔다. 아마나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진실하게 남은 (Remain True)"이라는 뜻이다.
넓은 땅을 싼값에 사들여 일곱 마을로 나누어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자기들 만의 믿는 방식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아마나 콜로니의 중심이었던 그들의 교회에 갔다.
교회는 특이했다.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아주 단순한 이 의자들은 뉴욕에서 이주해 올 때 가져왔다.
아무런 조각도 글도 새겨있지 않다.
풍금도 피아노도 없다. 그래서 찬송가에는 멜로디와 가사만 있다.
큼 힘을 가지고 교회를 이끄는 대표자도 없다.
스테인드 글라스도 십자가도 없다.
힘들여 번 돈을 교회 치장하는데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곳에 들어오는 여자는 검은 모자와 옷으로 자신을 가려야 했다.
이유는 기도하러 온 남자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여자는 오른쪽 문을 남자는 왼쪽 문을 사용했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처음 들어왔을때와 거의 비슷하다.
일주일에 11번 모여 기도 하고 예배드렸다.
1700년대 독일에서 신앙심이 깊고 방언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 교파가 탄생했다.
가난하고 단순한 사람이 믿음이 간절할 때 방언을 했던 것 같다고 안내자는 설명했다.
이 교회에서 1883년 바바라라는 여인이 마지막 방언을 했고 그 이후에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1930년대 경제 공황으로 힘들 때 투표를 해서 공동체를 해산했지만 아직도 나이 든 교인 몇 명이 여기서 독일말로 예배를 본다. 그들의 자손 들은 다 도회지로 나갔고 노인들이 다 돌아가시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때 온갖 고난을 겪으며 이루어 놓은 신앙 공동체의 앞날은 멀지 않아 보인다.
자신의 어머니가 이 교회의 신자였다는 이 안내자는 고백할 것이 있다면서 "자신은 감리교 신자"라고 했다.
"사람들이 워낙 뿔뿔이 흩어져서 살기 때문에 한 가지 종류의 교회 만으로는 사람들의 요구를 제대로 맞출 수가 없다. 이 때문에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종파가 워낙 많다 보니 사람마다 각각 다른 교리를 믿게 되고 그로 인해 불화가 생기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신이 그런 하찮은 일로 언쟁하는 멍청이들처럼 속이 좁다면 천당이라도 그다지 살기 좋은 곳은 아닐 거라고 말씀하셨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중에서-
마을 입구. 160년 전 믿음의 공동체였던 마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나고
지금은 거의 관광지로 변해있다.
이 마을의 특징이 집에서 각자 밥을 해 먹지 않고 마을 공동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 같이 먹는 것이다.
지금은 그 부엌을 박물관으로 꾸며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마을의 여인들이 모여 앉아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사진.
설거지 통.
다 같이 모여 먹던 밥상
아..... 이게 아마나 냉장고의 시조 로구나.
위에 얼음 덩어리를 넣고 아래는 음식을 보관한다.
내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그 아파트 살던 사람에게서 올리브색 중고 제네랄 일렉트릭 냉장고를 사서 썼다. 그땐 냉장고가 올리브 그린 아니면 겨자색이었다.
어느 날 냉동실에 있던 것들이 다 녹아 냉장고 안이 엉망이 되었는데 새로 사지 않고 수리공을 불러 고쳐서 썼다. 1980년대는 그렇게 살았다
10년쯤 후 큰맘 먹고 마련한 냉장고가 하얀색 아마나 냉장고였다. 그때 얼마나 마음이 뿌듯했는지 모른다.
지금은 LG, Samsung이 최고지만 그땐 아마나가 최고였다.
아마나 콜로니의 옛날 생활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할머니.
질문을 하면 할수록 더 좋아하신다.
아마나 콜로니의 안내소에서 일하는 낸시는 쪼끔 더 젊다.
목소리도 씩씩하게 이 날 워스트 축제가 있으니 워스트로 점심을 먹고 가라고 한다.
"Wurst"와 "Worst"가 발음이 비슷하니 조심하라고..
사람들은 친절했다.
마을 구경하고 천천히 있고 싶은데 구름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오래된 양조장.
오래된 책방
이런 책방들이 대형서점에 밀리고 이제는 인터넷으로 구매해 책방 갈 일이 점점 없어진다.
막상 책방엘 가 보아도 어린이 도서나 중고등학교 참고서, 선물 위주로 바뀌어 옛날 책방의 매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공동체에서 만든 물건들을 판다. 마을에는 교회를 중심으로 학교, 빵집, 대장간, 방직공장이 있어 공동자금을 마련했다.
온 식구가 소풍 와도 좋을 것 같은 카페.
작은 철물점, 트루밸류 하드웨어,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 지금은 홈디포와 로스에 밀려 힘을 못쓴다.
아주 오래전 그린즈버러에 처음 집을 샀을 때 뒷마당에 이런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터는 있는데 시간이 없었다.
그 꿈은 결국 이루지 못하고 아이들은 자라 내 품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