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오밍주의 수도 샤이안은 그 주의 동남쪽 귀퉁이에 위치해 있어 35번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가면 바로 콜로라도 주가 나오고 동쪽으로 가면 네브래스카 주가 된다.
샤이엔 역 앞에서 점심을 먹고 80번 고속도로로 올라갔다.
이번에 이 코스를 택한 건 미국의 50개 주중 네브래스카와 아이오와주를 못가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오와(Iowa)주의 동쪽 끝부분에서 산과 언덕이 끝나고 대 평원으로 들어와 길이 평평하다
네브래스카 주는 대부분 평지이고 나무가 없어 소떼가 자유롭게 다니기 좋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소고기가 유명하다. 오래전 네브라스카에서 공부하던 조카가 오마하 비프를 선물로 보내왔는데 정말 연하고 맛이 좋았다.
인구 188만 명
소 635만 마리
여기도 사람 수보다 소의 수가 세배 좀 더 된다.
텍사스, 캔자스주 다음으로 소를 많이 키운다.
여기도 150년 전까지 인디언들이 작은 마을을 형성해 남자들은 들소 사냥하고 여자들은 소 가죽으로 옷 만들고 옥수수 키우고 열매 따며 살던 곳이다. 그들이 지혜로웠다고 하지만 군대와 무기 앞에서 허망하게 무너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거의 같은 시기 나라 한쪽에서는 흑인 노예제도가 옳지 않다고 남과 북이 전쟁을 하고 한쪽에서는 바로 그 군대가 원래 살고 있던 이 땅의 주인들을 무참히 제거하고 있었다.
고속도로 첫 번째 나오는 휴게소(Rest Area)에 들어가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나무가 없는 주라고 했는데 나무가 조금 있다.
네브래스카주가 미국에서 최초로 식목일을 제정한 주라고 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보기 힘든 초록의 향연이다. 최근에 비가 예년보다 많이 내렸다고 한다.
이런 캠핑장 있으면 들어가 캠핑을 하고 싶은데 일기예보에서 밤에 비가 올 것이라고 한다. 홍수 주의보까지 내렸다.
몇 군데 주립공원 캠핑장을 얼핏 보니 강물 높이와 땅 높이가 비슷하여 비가 오면 떠 내려갈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커니(Kearney)라는 도시에 가서 호텔에 들기로 했다.
커니는 80번의 서쪽 끝인 샌프란시스코와 동쪽 끝인 보스턴의 딱 중간 지점에 있다.
네브래스카주의 커니에서 일박하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다른 곳에 비해 방값과 기름 값이 싸다.
오래 여행을 하면 기름값과 방값에 신경이 쓰인다.
여행 책자에서 갈만한 곳을 검색해 보았다.
네브래스카의 주도(Capital)인 링컨을 지나려면 꼭 보아야 할 곳에 주 청사와 퀼트 박물관이 있다.
내 여행 취향이 거대한 건물이나 교회를 보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처음 와 보는 네브래스카에서 한 군데는 보고 가야 할 것 같아서 주 청사에 갔다.
대부분의 주 청사 건물과 비슷했다.
높이가 120 미터로 미국의 주 청사들 중 두 번째로 높다.
그런 건 내 관심을 끌지는 않는다.
그런데...
맨 꼭대기에 천사나 여신이 아닌 씨 뿌리는 사람이 서 있다.
그리고 그 바로 아래는 인디언들의 상징, 날씨를 다스린다는 선더버드가 돔을 빙 둘러 있다.
청사 정면은 소가 끄는 마차를 끌고 이주하는 개척자의 조각이 있다.
그 밑에 "THE SALVATION OF THE STATE IS WATCHFULNESS IN THE CITIZEN"이라고 조각되어있다.
나라를 구하는 것은 시민의 주의 깊은 시선?(관심)이다. 정도로 번역이 되려나.
돌로 된 벽이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어 자세히 보았다.
민주주의 3000년 발전 과정에 기여한 세계의 역사적인 인물들이 있다.
성경에 나오는 솔로몬, 선지자 에즈겔, 모세, 성 요한, 이집트의 파라오 아크나톤, 소크라테스, 마쿠스 아우렐리우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미노스, 시저, 나폴레옹, 신성로마제국의 초대 황제 유스티아누스, 루이 9세... 그리고 과학자 뉴턴과 링컨 대통령.
이 세상 역사를 만든 사람들 다 모였다.
완전한 세상을 네브래스카에 세워 보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이 땅을 갈아 사람들이 와서 살도록 해 준 개척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철학이 있는 정부청사였다.
네브래스카 주립대학 안에 있는 퀼트 박물관에 갔는데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미국 여자들의 손재주를 볼까 했는데
문 앞에서 한 시간을 기다릴 만큼은 아니었다.
네브래스카에서 가장 큰 도시 오마하에 11시 15분 전 도착. 네브래스카에서 일 년에 잡는 소가 7,700,000 마리.
도축업이 유명하다.
신중하게 검색해서 찾아간 Brother Sevastian's Steak House, 11시에 문을 열었다.
주차장에서 기다렸다가 11시 정각 입장.
이 집은 실내가 수도원 같다.
음식을 나르는 사람들이 수도승 옷을 입었다.
분위기는 엄숙한데 수도승 옷을 입은 종업원은 대단히 친절했다.
그리고 스테이크 맛이 예술이었다.... 더 비쌀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값도 그리 비싸지 않았다. 오마하에 다시 갈 일이 있다면 또 가고 싶은 곳이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다시 동쪽으로 향해 차를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