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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Apr 14. 2023

백 년 전 툼스톤의 중국 이민자


1877년   이름도 없던  애리조나의 마을에서 은광이 발견되었다. 그때까지 이 근처에는 인디언들만 살고 있었다.


동부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몰려와 4년 만에 인구 만 명의 붐타운이 되었다.

 4년 동안 3천7백만 달러어치의 은을 파냈으니 사람들이 광분할 만도 했다. 

돈을 번 사람들과 그걸 빼앗으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싸움은 끊이지 않고 

대낮에도 길에서 총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일상이었다. 


1882년 이렇게 훌륭한 법원 건물을 지어 


죄인들의 판결을 할 배심원 자리도 만들고 

위대한 대통령 두 사람의 초상화도 걸어 놓고 마을의 질서를 법대로 하려고 시도했다



육법전서도 갖다 놓고 

제대로 법을 집행하려 했는데 

사람들은 거칠어 말을 듣지 않았다. 그야말로 총은 가까이 있고 법은 멀리 있었다.

능력 있는 사람은 유죄판결을 받아도 다른 주로 도망가 버리고 

자기네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 내려지면 감옥에서 죄수를  끌어 내 자기네 마음대로 사형시키기도 했다.  

히스라는 사람은 깡패 두목이었다.

어느 날 그의 부하들이 강도짓을 하다가 잡혀 모두 사형을 당했는데 

이 사람은 그 범행 장소에 있지를 않았던 것이 증명되어 무기징역을 받고 수감 중이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판결에 불만을 품고 그를 감옥에서 끌어내다 교수형을 감행했다.

불과 140년 전, 법보다 총이 먼저이던 시절, 툼스톤에서 일어난 일이다.  

검시관의 소견이 더 웃긴다.

"부검 결과, 자해에 의해서 또는 다른 이유로 목이 졸려 폐기종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됨"

-그의 이름은     "Dr.Goodfellow"   좋은 친구... 였다.  

툼스톤 박물관에서 내 눈길을 끈 것은 이 중국사람이다.

1850년 경,  잘 살아 보려고 미국에 온  중국인 이민자들은 심한 인종차별을 받으며 

 시에라 네바다 산맥 같은 가장 험한 곳에서 철도를 놓는 일을 하고 

데스밸리 같은 뜨거운 곳에서 아주 작은 임금을 받고 보락스를 캐는 일을 했다. 백인들이 하지 않으려는 일들을  목숨을 걸고 했다.

그 아주 작은 임금, 1880년 경 한 달에 6불 받아 그 절반인 3불을  세금으로 떼어 갔는데 

진짜 세금 징수원도 있지만 아무나 와서 세금 달라고 해 안 주면 목숨을 앗아가던 시절이었다.

중국인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법정에 증인으로도 설 수가 없었다

1868년 보터 1892년까지 발효된 중국인 이민 금지로 두고 온 가족을 데려올 수도 없어 대부분 남자들뿐이었다. 

기 씨라는 이 사람은 이 험한 곳에 정착해 두 블록이나 되는 차이나타운을 형성해 식당을 운영하며 성공적으로 살았다니 그의 처신술과 참을성이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조차 없다.

전시된 문서를 보니 

"도로 공사장에서 일한 죄수 60명분 밥값 18달러를 청구합니다"라고 쓰여있다. 

이 사람을 생각하며 얼마 전  읽은 글이 생각났다.   


캐나다에 사는 중국 이민자가 하루는 온타리오에서  세 마리의 오리를  사냥해 자루에 담아 자신의 소형 트럭에 싣고 집으로 향하는데 

중국인을 좋아하지 않는 공원 경비와 마주쳤다.

 

 공원 경비가 사냥 허가증을 요구하자 그는 온타리오 사냥허가증을 보여주었다.


 경비가 면허증을 보더니 오리 한 마리를 들어 궁둥이의 냄새를 맡아보더니 이 오리는 온타리오 오리가 아니고 퀘벡 오리인데 당신 퀘벡 사냥 허가증 있소?

 

 그 중국인은 지갑에서 퀘벡 허가증을 보여주었다.

 

 공원 경비가 보더니 두 번째 오리를 들고 궁둥이 냄새를 맡더니 이 오리는 퀘벡 오리가 아니고 마니토바 오리인데 당신 마니토바 허가증 있소??

 

 그 중국인은 지갑을 꺼내  마니토바 사냥 허가증을 보여주었다.


 공원 경비는 세 번째 오리를 들어 냄새를 맡더니 이건 마니토바 오리가 아니고 노바스코시아 것인데???

 

 중국인은 조용하고 참을성 있게 지갑에서 노바스코시아의 허가증을 꺼내보였다.


 경비는 대단히 화가 나서 중국인에게 소리 질렀다 

"도대체 당신은 어디서 온 거야?"

 

 그 중국인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돌아서서 바지를 내리고 그에게 궁둥이를 들이밀며 말했다.

"당신은 전문가잖아요? 알아맞혀 보세요!!!."

 

 살아가며 세상이 참 불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억울하게 당하지 않으려면 준비와 지혜가 필요하다.

 부딪히고 싸우고  사는 것보다 이 중국인 이민자처럼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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