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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Apr 29. 2023

태평양을 횡단하는 배에 올랐다

밴쿠버에서 시드니까지 태평양횡단 

 새벽 비행기를 타야 해서 행여 놓칠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새벽  1시 30분 전날 저녁 동네에서 렌트한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고속도로에는 생각보다 차가 많았다. 그래도 평소보다는 빨리 가서 3시 20분 공항 근처 주유소에서 빌린 차에 기름을 넣고 렌터카 회사에 가서 차를 반납했다. 사무실 앞에 차를 세워 놓고 들어가 서류를 주니 직원이 컴퓨터를 두드려 보고 다 되었다고 영수증을 뽑아준다. 영수증에는 94마일을 달렸고 기름을 가득 채워 왔다고 나온다.  반납 과정이 쉬워서 놀라고 차에 가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았는지도 놀랍다. 편리하지만 무섭기도 하다.  집에서 공항이 멀어 비행기 여행을 할 때면 렌트를 하는 것이 택시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렌터카회사의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들어가 알래스카항공 앞에 내렸다. 비행기 탈 사람들은 벌써 줄을 서 있는데 직원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4시에 직원이 잠시 나와 4시 30분부터 탑승수속을 한다고 한다. 가방 하나를 부치려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가방을 내려다본다. 한 달 동안 살아야 할 짐이 그 안에 들어있다. 짐을 쌀 때면 무엇을 가져가야 하나.. 많이 생각한다. 가져가야 할 것을 챙겨 가지 않으면 불편한 일이 생기고 짐이 많으면 몸이 고달프다. 요즘은 비행기에서 부치는 짐을 아주 까다롭게 굴어 무게가 넘으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가방 무게 19.5 킬로그램. 그 안에 내가 한 달간 살아야 할 것들이 다 들어있다.


 보안검색을 마치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으니 잠은 달아나고 배가 고프다. 공항 안에는 아직 문을 연 가게가 없다. 5시 10분, 보딩 시작. 5시 50분, 탈 사람이 다 탔는지 10분 일찍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애틀을 거쳐 밴쿠버까지 가서 오후 2시 이전에 배를 타야 하는데 비행기가 연착하면 난감하다. 선박회사에서는 하루 전에 근처에 와서 자고 배를 타기를 권했다. 그렇게 하기 싫어 만약에 비행기가 연착해서 배를 놓치면 그다음 항구까지 데려다주고 짐을 잃어버리면 보상해 주는 여행자 보험을 들었다. 이른 새벽 비행기라서  일등석 요금이 매우 저렴했다.  큰 숨 한번 쉬고 일등석으로 샀다. 빨리 내릴 수 있고 짐도 빨리 옮겨 실어준다. 

그리고 식사가 제공된다. 뒤에 앉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뒤쪽은 돌아보지 않고 주는 아침을 고맙게 먹었다. 맛이 있었으면 더욱 미안할 뻔했다. 배가 고팠음에도 겨우 먹을 정도의 맛이었다.



 시애틀에서 내려 비행기를 갈아탔다. 콩코스 B에서 내려 콩코스 C로 가며 본 시애틀 타코마 공항은 다른 공항들에 비해 복도를 걸어가기가 힘들 정도로 비좁고 시설은 낡아 보였다. 11시 55분 출발 예정인데 12시 반이 되었는데 출발하지 못하고 기술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조종실을 들락날락했다. 만약에 2시간 연착이면 배를 타지 못하는데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 약간의 문제가 생겼는데 해결되어 서류작성만 끝나면 출발하겠다는 방송이 나온다. 휴.. 다행이다.


40분 늦게 밴쿠버 도착했다. 입국 수속하는 줄이 꼬불꼬불 1마일이 넘어 보인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이젠 걱정 없다. 입국 수속, 세관 통과하고 기차를 타러 가야 한다. 크루즈 회사에 신청하면 공항에서 배까지 데려다주는데 일인당 미화 45불이다. 공항에서 떠나는 기차를 타면 일인당 7불 95 캐나다 달러. 미국 돈으로 6불 정도. 돈도 아끼고 캐나다 기차도 타 보고 싶었다. 홀랜드 아메리카 크루즈 손님을 기다리는 직원 옆을 지나며 지금이라도 그냥 편하게 갈까 잠시 망설이다 길 건너 기차역으로 갔다. 4층에 있는 플랫폼으로 올라가 표를 사는데 사람은 없고 기계만 있다. 기계는 말이 없다. 물어볼 수가 없어 좀 헤맸다. 



기차가 바로 왔다. 




캐나다 기차 안에 붙어 있는 한국 라면 광고를 보니 반가웠다..

12 정거장을 지나 워터프런트에서 내려 20킬로 가방을 끌며 크루즈 터미널에 도착했다.  





여기서 짐을 받아 준다. 그리고 다시 미국 입국 수속을 해야 한다. 

캐나다 땅인데 배 안은 법적으로 미국이다. 그리고 입선 수속. 사진을 찍고 배안에서의 신분증 카드를 받았다.  모두 마치고 방에 오니 짐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파김치가 되어 도착하지 마자 비상벨이 울리고 3시부터 비상훈련이 있다는 방송이 나온다. 그래도 예전처럼 실제로 구명조끼를 입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나에게 배정된 11번 구명보트 아래 내 자리로 가서 신고했다. 여행 중에 그곳에 다시 갈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9층 식당으로 올라갔다. 




마늘을 듬뿍 넣은 파스타와 샐러드를 주문해 아주 아주 맛있게 먹었다. 배고픔 때문이었는지 정말 맛있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둘 다 인걸로 하자. 식사 후 아이스크림까지.. 고생 조금 했다고 좀 심하게 먹은 것 같다.

방에 돌아와 옷장을 열고 짐 정리를 하다 잠시 누워서 쉬겠다는 게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배의 흔들림으로 옷장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탕탕 소리에 잠에서 깨니 새벽 한 시반이다. 집 떠난지  24시간,길고 힘든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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