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질경이 Jul 25. 2023

그랜드 캐년이다.


전날 좀 무리해서 많이 달렸다. 이번 여행의 1차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고 싶어서였다. 

애리조나주 조금 못가 갤럽에서 일박했다. 전날 낮엔 98도였는데 아침 일찍 호텔에서 차로 가는데 으스스 추웠다. 온도를 보니 화씨 34도 , 32도가 섭씨 0도니까 2,3도 정도 되는 거다. 미국 여행은 이래서 조심해야 한다. 홍수가 나도 무섭게 나고 토네이도가 오면 대책이 없다. 시간마다 일기예보를 꼭 챙겨보아야 한다.

그랜드 캐년 공원 사무실(Back Country Office)이 점심시간이면 문을 닫는다니 그전에 도착하고 싶어 호텔에서 주는 아침도 먹지 않고 출발했다. 갤럽에서 그랜드 캐년까지 262마일, 오전 중에 도착할 것 같다. 

서쪽으로 갈 때는 아침해가 뒤에서 비춘다. 약간 쌀쌀한 날씨가 상쾌하게 느껴진다.  

6시 45분 애리조나 주 경계선이다. 여기서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 경계선인 콜로라도 강까지 359마일 남았다는 말이다.

시계가 애리조나주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말하며 한 시간 뒤로 갔다. 애리조나는 서머타임을 지키지 않는다. 그래서 5시 45분. 

애리조나로 들어서면 나바호 사람들의 기념품 가게들이 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연 가게가 없다. 

아침은 걸러도 커피 한잔 마셨으면 좋겠는데 없다. 가는 데까지 가 보기로 했다. 

아무것도 없는 40번 길을 40분 정도 달리니 Petrified Forest 국립공원이 나온다. 시간도 한 시간 벌었겠다 국립공원을   그냥 지날 수 없어 고속도로에서 내렸다. 몇 번을 갔지만 새벽에 본 기억이 없다.

거의 모든 국립공원은 24시간 오픈인데 이 공원은 8시가 되어야 문을 연다고 한다. 혹시라도 사람들이 밤중에 들어가 석화 나무 조각을 집어갈까 봐 그러는 것 같다. 

플랙스태프(Flagstaff)에서 180번 길로 내려 가스를 채웠다. 1갤런에 4불 69 전이다.

커피도 두 잔 사서 마시며 경치 좋은 길(Scenic Drive)을 달렸다.  

그랜드 캐년에 도착했다. 3년 3개월 만이다.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Back Country Office. 이번 여행의 목적지 투윕을 가려면 여기서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허가증은 인터넷으로도 안되고 전화로도 안된다. 인터넷에서 서류를 다운로드하여 우편으로 보내면 허락받는데 두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해서 직접 온 거다. 많이 긴장하고 사무실에 들어가니 직원 세 명이 앉아있다.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투입에 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언제 가길 원해요? 였다.

혹시 모래 되나요?  

"Sure.. "  대답이 너무 선선해 허탈했다. 일주일이나 열흘 뒤에나 된다고 하면 어쩌나 많이 걱정했었다. 

불을 때지 않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공원에서 지켜야 할 모든 규칙을 지킨다는 서명을 하고 허가서를 받았다. 

긴장이 풀리며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식당이 있는 그랜드캐년 빌리지로 갔다. 사람들이 많아 차 세울 곳이 없었다.

3년 전  팬텀랜치에 내려갔다 올라와 머물렀던 통나무집 앞에  차를 세우고 캐년으로 갔다. 식당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이 시작하는 곳으로 갔다.

그때를 회상하며 조금만 내려가 보기로 했다.

3년 전 내가 저 길을 올라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일 마일도 못 가  돌아섰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들었다.

그땐 여기까지 왔을 때 다 왔구나 하고 안도했었다.  코로나 3년이 내게 준 변화가 느껴진다

이 길을 걸어 올라온 게 불과 3년 전인데 


 아주 까마득하게 먼 옛날처럼 느껴졌다.


작가의 이전글 캐년 드 쉐이(Canyon de Chelly)의 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